흑인·히스패닉계, 백인보다 최대 2배 위험
육류 섭취할 때 채소·과일 함께 곁들여야

미국에서 치매 발병률이 가장 높은 곳은 흑인·히스패닉계 인종이 많이 사는 동부·남동부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종 특성상 고지방 음식을 많이 섭취하고 교육률이 낮다는 점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20일 미국 쿠마르 B. 러시의과대학 라잔 교수팀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2023 알츠하이머협회 국제컨퍼런스(AAIC)'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미국 동부·남동부에 거주하는 중남미 출신 히스패닉계와 흑인이 치매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 연구팀은 미국 전역 65세 이상 노인의 알츠하이머병 유병률을 조사하기 위해 시카고 보건 및 노화 프로젝트(CHAP)의 인지 데이터와 국립보건통계센터(NHCS) 인구 추정치를 연구에 활용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3183개 카운티 단위에서 처음으로 치매 환자 추정 유병률을 조사한 것으로 해당 데이터는 알츠하이머 앤드 디멘시아(Alzheimer's & Denimeria) 저널에 게재됐다. 65세 이상 인구 1만명 이상인 카운티 중 치매 유병률이 높은 곳은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 플로리다, 티모어 시티, 메릴랜드, 뉴욕 브롱크스가 각각 16.6%로 집계됐다.
발표 자료를 보면 미국 동부와 남동부 지역 거주 주민의 인종 구성과 치매 발병률 사이의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라잔 교수는 "미국 사회의 특성상 흑인이나 히스패닉계에서는 고지방 식이습관 등으로 인해 심혈관계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또한 이들 인종이 교육을 받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치매 발병률과의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고지방 음식이 치매 발병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도 상당수 존재한다. 프랑스 보르도대학 세실리아 사미에리 교수 연구진이 지난해 600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식습관을 5년간 추적한 결과 치매 노인은 대부분 소시지나 햄처럼 가공된 육류를 주로 섭취했다. 특히 이때 감자칩이나 감자튀김, 술, 쿠키와 케이크를 함께 곁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치매에 걸리지 않은 노인의 경우 고기를 먹을 때에도 채소와 과일, 해산물 등 다양한 음식을 함께 섭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베이컨이나 햄, 소시지 등 가공육을 얼마나 많이 먹느냐보다 얼마나 자주 먹느냐의 빈도가 치매 위험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육류를 제외한 건강한 음식이 다양하게 조합된 식단은 치매 위험성의 감소와 연관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 알츠하이머병협회가 조사한 '2023 알츠하이머병 사실과 수치'에 따르면 나이 든 흑인은 나이 든 백인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약 2배, 나이 든 히스패닉계는 나이 든 백인들보다 약 1.5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라잔 교수는 "이번 조사로 특정 지역 사회에 따른 치매 발병률에 대한 인식을 높이게 됐다"면서 "특히 이번 조사를 공중 보건 프로그램에 적용함으로써 치매 환자를 위한 예산을 지역 사회에 따라 체계적으로 배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