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치료만 받던 트랜스젠더
여자 화장실 사용 제한에 소송
日 대법원 "일상적 불이익 경시"

한국의 대법원 격인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수술 없이 호르몬만 투입한 남성 트랜스젠더의 여성 화장실 사용 제한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연합뉴스 
한국의 대법원 격인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수술 없이 호르몬만 투입한 남성 트랜스젠더의 여성 화장실 사용 제한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연합뉴스 

생물학적으로 남성이더라도 트랜스젠더라면 여자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다는 판결이 일본에서 나왔다.

NHK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최고재판소는 11일 트랜스젠더 직원의 여자 화장실 사용 제한에 대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최고재판소는 한국의 대법원에 준한다. 

최고재판소는 "화장실 사용을 제한한 인사원의 판정은 다른 직원에 대한 배려를 과도하게 중시하는 한편 원고의 일상적인 불이익을 부당하게 경시했다"며 재판관 만장일치로 위법 판결했다.

이 판결은 성소수자의 직장 환경과 관련한 소송에서 일본 최고재판소가 처음으로 내린 것으로 향후 공공기관과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원고는 일본 경제산업성에 근무하는 50대 남성 A씨로 지난 1999년 '성 정체성 장애'(육체적 성과 반대의 성으로 생각하는 사람)를 진단받았다. 일본에서 법률상 성별 전환은 성전환 수술을 받아야 가능하나 원고는 건강상 이유로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았다. 따라서 호적도 남성으로 남았다.

호르몬 치료만 받아오던 A씨는 2010년부터 직장 내에서 여성 복장으로 근무했다. 여성 휴게실 사용도 허용됐다. 다만 화장실 사용과 관련해서는 다른 여직원에 대한 배려를 이유로 사무실에서 거리가 먼 여성 화장실만 사용할 수 있었다.

A씨는 화장실 제한을 철폐해 달라며 공무원 인사 행정을 담당하는 인사원에 행정조치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다.

앞서 도쿄지방재판소도 지난 2019년 12월 1심에서 "자신이 인정하는 성별에 맞는 생활을 한다는 중요한 법적 이익의 제약"이라며 여자 화장실 사용 제한을 위법으로 판결했다. 

하지만 2021년 2심에서 "경제산업성이 전 직원에게 적절한 직장 환경을 만들 책임을 지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 인사원 판정은 적법하다"고 판단해 1심 판결이 뒤집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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