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최고위원 보궐 최종 후보 3인 모두 원외·0선
지도부 희생·책임질 일 많아 현역 의원 실익 없어

태영호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자리를 메울 보궐선거에 '현역 의원 기피 현상'이 일고 있다. 나흘 앞으로 다가온 국민의힘 보궐선거 최종 등록 후보자 3명이 모두 국회의원 이력이 없는 '0'선으로 원외 소속 정치인만 지원해서다. 그간 최고위원을 중진들이 맡아왔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최고위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후보자 등록 마감일에 최고위원 후보로 모두 6명이 지원했는데, 현역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일단 국민의힘은 자격 심사를 거쳐 후보를 김가람 전 청년대변인, 이종배 서울시의원, 천강정 경기도당 의료정책위원장 후보 3명으로 추렸다. 애초 영남 외 지역에 기반을 둔 재선 이상 의원인 이용호, 김석기, 송언석 의원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단 한 명도 출사표를 던지지 않았다.
최고위원회는 총선 공천을 최종 의결하는 기구다. 때문에 공천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 국민의힘 당헌 32조는 최고위의 기능으로 '국회의원 후보자 등 공직후보자의 의결'을 두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선출직 최고위원은 차기 총선에서 영향력을 휘두를 수도 있는 자리이고, 대부분 공천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사정은 변한 모양새다. 당 내부에서 되레 최고위원직을 맡으면 총선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국민의힘 A 관계자는 본지에 "최고위원이 되면 공천으로 직결된다는 말은 옛날 말"이라며 "21대 국회 들어서는 상황이 좀 다르다. 지도부가 책임질 일들이 많아졌고, 희생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더 많다"고 말했다. 격변하고 있는 정치 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상황이 악화될 경우 지도부가 총선 승리를 위해 '불출마'로 총의를 모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현역 B 의원은 본지에 "최고위원이 되면 미디어에 자주 노출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인지도를 올리는데 효과적이지만, 현역 의원들은 지도부 활동에 할애하는 시간에 차라리 지역구를 관리하는 게 이득일 수도 있다"며 "요즘은 지도부라는 이유로 자칫하다 험지 출마를 요구받을 수도 있는데, 누가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총선 앞두고 실익도 없는 자리를 하겠냐는 생각들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9일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 어떤 후보가 당선이 되더라도 국민의힘 최고위는 중량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조수진 의원을 제외한 3명의 선출직 최고위원은 원외인사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선출직 최고위원은 3선 의원 2명(정청래·서영교), 재선 의원 1명(박찬대), 초선의원 2명(고민정·장경태)으로 모두 원내 인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