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 대한 이해 없는 교육부
정원 자율화→교육 질 저하 우려
"대학 입학정원 위해 학과 개설"

응급구조사는 119구급대원 중 70%를 차지해 응급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직업군이다. 올해 2월 교육부의 응급구조학과 정원 자율화를 실행하자 의료계에서 교육 질 저하 등의 우려가 나왔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시은 전국응급구조(학)과 교수협의회 회장은 정부세종청사 14동 교육부 앞에서 응급구조학과 정원 자율화 정책에 저항하는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올해 2월 교육부는 인력 부족 이유로 응급구조학과를 정원 자율로 분류했다. 이에 내년부터 응급구조학과는 학과 개선 제한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본래 응급구조학과의 정원은 '대학 자율'이 아닌 교수협의회와 보건복지부 장관이 협의해 통제돼 왔다.
의료계는 이미 응급구조사가 과잉인 상황에서 정원을 확대한다면 과잉 공급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가장 최근 연구인 '2021년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 추계 및 적정 수급 방안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현 상황을 유지하더라도 2035년 6282명의 응급구조사가 배출될 전망이다. 이는 한 해에 배출되고 있는 응급구조사 1600명의 4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한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의료인력 입학정원 자율화 문제점과 정책방향' 자료에 따르면 보건의료산업은 정보의 비대칭성 등 고유 특성 때문에 시장경쟁 원리가 작동되지 않는다. 박시은 회장은 여성경제신문에 "입학정원 자율화는 시장실패를 야기해 국민 의료비 등 사회적인 비용이 증가하고 교육의 질은 저하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그 부작용은 이미 일선 대학 현장에서 현실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특히 신입생 모집이 어려운 부실대학의 경우 오로지 학생 충원을 위해 응급구조(학)과를 개설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기존의 응급구조(학)과 수급이 과잉인 걸 말면서도 신입생 충원을 위해 대학들이 학과 교수의 반대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에 필요한 실습 장비조차 갖추지 않고서 막무가내로 학과 신설을 추진하고 있어 대학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게 요지다.
교육부의 응급구조학과 정원 자율화 정책이 통보 형식으로 추진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통상 의료계에서 정원 관리는 해당 직역 교수단체가 담당한다. 하지만 교육부가 이해당사자와 어떠한 사전 협의나 논의 없이 응급구조학과를 '정원 자율' 대학으로 분류해 유감이라는 것.
이에 전국응급구조(학)과 교수협의회는 교육부의 정원 자율화 재검토를 위한 무기한 투쟁을 진행하며 박 회장은 무기한 단식 투쟁을 할 방침이다. 여기에는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인 △대한의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한국응급구조학회 등이 동참한다.
다음은 전국응급구조(학)과 교수협의회의 교육부 규탄 성명서 전문이다.

[교육부 규탄 성명서]
국민과 대통령님 그리고 교육부 장관님께 호소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본 응급구조학과는 응급구조사를 양성하는 학과입니다. 국민께서 만나는 119구급대원의 70%가 응급구조(학)과를 졸업한 응급구조사입니다. 사이버대학, 2년제, 복수전공, 부실한 대학의 부실대학 학과 운영 등으로 양성된 응급구조사가 국민의 생명을 어떻게 수호할 수 있겠습니까? 국민 여러분, 잘 알고 있으신 것처럼, 최근 병원 밖에서부터 그리고 응급실에서 저희 응급구조사들은 의사의 지도를 받아 현장에서부터 고도의 응급의료행위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행위 중에는 기관 내 삽관, 전문의약품의 사용 등, 단 한 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처치들이 많이 있습니다.
응급환자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응급구조사를 양성하는데, 사이버, 복수전공, 2년제, 질 낮은 교육환경, 시장실패로 인한 교육체계 붕괴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응급구조사가 응급환자의 멈춤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수 있겠는지요? 저희 응급구조학과 교수들은 30여년의 시간 동안 교수자의 양심에 따라 최선을 다해 교육 현장에서 응급구조사 양성에 헌신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도 저희 응급구조사들은 구급대원으로 최선을 다해 참사 희생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었습니다. 당연하게도 막무가내 규제개혁이 아닌 국민과 응급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교육부의 응급구조학과 정원 자율화 방침 재검토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국민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대통령님. 대통령님께서는 '근거에 기반을 두지 않는 행정'을 지적하신 사실이 있습니다. 규제개혁 또한 근거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는 말씀일 것이며. '근거 기반 행정', '과학적 행정' 또한 여러 번 강조하신 사실 또한 있습니다. 저희 응급구조학과 교수들은 교육 현장과 보건의료산업 현장의 현실을 누구보다도 잘하는 전문가들입니다. 이번 교육부 대학규제혁신총괄과의 사전 논의 및 예고 없는 일방적 응급구조학과 정원 자율화 결정은 관련 과가 규제혁신의 수치적 실적에 급급한 잘못된 정책 결정이며, 이를 증명 할 수 있는 근거와 데이터가 너무나도 충분한 상황입니다. 대통령님, 근거가 없었다면 저희가 정부의 정책에 이렇듯 저항하는 모습을 송구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아니하였을 것입니다. 이번 교육부의 일방적 정책발표는 대통령님께서 강조하신 '규제개혁의 본질적 취지'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것입니다. 꼭 살펴보아 주시기를 간곡하게 호소드립니다.
장관님 저희 전국응급구조(학)과 교수협의회 및 전국 응급구조학과 교수들의 이번 투쟁은 저희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함이 아닙니다. 여러 대학에 응급구조학과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면, 사실 대학 교수들 입장에서는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할 기회가 많이 생겨 각 개인에게는 유리한 기회입니다. 그런 저희가 이렇게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저희 응급구조학과 교수들은 대부분 응급실과 소방 119구급대원으로 충분한 임상과 현장 경력을 보유한 상태로, 대학의 전임교원으로 채용되어 근무 중인 자원들입니다.
저희는 학생들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는 교수들입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질병과 부상으로 고통받는 응급환자들의 안녕과 소생에 진심인 사람들입니다.
장관님 다시 한번 저희 교수들의 개인적 기득권을 위해 이런 극단적 '무기한 단식'이라는 의사 표명의 방식을 취하고 있음이 아님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전국 모든 응급구조(학)과 교수들은 잘못된 교육부의 응급구조학과 정원 자율화 결정이 재검토되기 전까지 무기한 투쟁을 절대 중단하지 않을 것이며, 전국응급구조(학)과 교수들을 대표하는 회장인 박시은 교수 또한 단식을 절대 중단치 아니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