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전 후 주가 하락한 카카오
하이브는 AI 기술로 '승승장구'

에스엠(SM) 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전쟁이 지난 3월 막을 내렸다. 카카오가 경영권을 가졌지만 투자비용을 인공지능(AI)과 텐센트 계약 등에 활용한 하이브가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모양새다.
2일 여성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SM 사태 이후 하이브의 주가는 상승하는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 전날 27만7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장고 끝에 SM C&C를 인수했지만 그 이후 주가가 하락한 카카오와는 다른 행보다.
하이브가 보유하고 있던 SM 주식은 총 462만6185주(19.43%)였다. 이후 하이브가 카카오에 SM 경영권을 양보하면서 이수만 전 SM 총괄프로듀서의 잔여보유지분을 포함한 지분 전량을 공개 매수했다. 단순 매매차익은 1127억원일 것으로 추산됐다.

카카오에 SM 경영권을 넘긴 하이브가 택한 건 AI를 통한 음반업계 기술 혁신이었다. 올해 2월 하이브는 AI 오디오 기업 수퍼톤에 약 490억원 투자해 56.1%의 지분을 보유했다. 수퍼톤은 음성 기반 AI 기술 TTS(Text to Speech)에 강점을 가져 기존의 어색한 어조를 자연스럽게 교정해 준다.
특히 수퍼톤은 고인이 된 가수 김광석·김현식·유재하·임윤택·터틀맨(본명 임성훈) 등 목소리를 복원한 기업이다. 또한 CNN의 미래기술 다큐멘터리 시리즈인 '디코디드' AI편에 등장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현재 하이브는 수퍼톤의 기술을 노래에 접목해 활용하고 있다.
SM 경영권을 포기한 올해 4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대중의 음악 경험을 한층 더 고도화할 융합의 결과물이 조만간 등장할 것"이라며 음악산업의 기술혁신을 예고했다.
증권사는 AI를 택한 하이브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삼성증권은 "향후 하이브의 지식재산권(IP)과 음성 합성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생산도 가능하다"며 "하이브가 가지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고 했다.
앞서 하이브는 음악과 기술 간 융합을 고도화하기 위해 독립법인 하이브IM을 출범했다. 올해 5월 수퍼톤의 기술을 투입한 미드낫의 음원 '마스커레이드(Masquerade)'를 출시하기도 했다. 마스커레이드는 총 6개의 다국어로 발매됐다. 한국인인 미드낫이 6개의 언어로 음반 작업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다국어 발음 교정 기술이 있었다.
다국어 발음 교정 기술은 아티스트가 외국어로 가창한 데이터 원본을 원어민의 발음으로 교정해 주는 기술이다. AI가 학습한 원어민의 발음을 아티스트 가창 데이터에 적용해 자연스러운 발음을 구사하게 된다. 한국어 구사 인구가 적어 언어적 장벽이 있다고 평가받던 K팝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화를 이끈 국내 최초 시도였다.
그간 하이브는 AI 말고도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접목해 왔다. 지난해 4월 개최한 'BTS PERMISSION TO DANCE THE CITY'에서 기술 결합의 집약체를 선보여 화제가 된 바 있다.
공연 실황 중계와 라이브 스트리밍·좌석배치도·주요 판매시설 등 실제 공연장의 모습을 온라인으로도 즐길 수 있어 방탄소년단 팬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특히 공연 모습과 팝업스토어가 고화질로 제대로 구현돼 온라인으로 공연을 시청한 팬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이에 하이브 관계자는 본지에 "많은 글로벌 팬에게 몰입도 있는 음악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기술 융합 시도의 일환"이라며 "앞으로도 음악 콘텐츠의 고도화를 위한 새로운 기술 개발 및 접목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고 전했다.
하이브는 이제 중국의 음원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하이브는 지난달 중국 최대 음악 플랫폼 텐센트뮤직과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텐센트뮤직 산하 플랫폼인 QQ뮤직·쿠거우뮤직·쿠워뮤직·취안민K거 등에서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 음악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중국 시장은 세계 최대 거대 음악시장이지만 한한령 등 잦은 규제로 국내 대형 기획사들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SM은 소속 그룹에 중국인 멤버를 적극적으로 영입했으며 현지에 '웨이션브이' 등을 선보였다. JYP엔터테인먼트도 보이그룹 '보이스토리'를 발매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