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전 부총리 선진화포럼 기조강연
지역 차원 의제···한국이 리딩 국가 돼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 5월 21일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3자 회담을 앞두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 5월 21일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3자 회담을 앞두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상호의존성의 무기화(weaponization)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30년간의 세계화가 파편화되면서 도래한 구조적인 인플레이션 시대를 '경제안보'에 중심을 둔 전략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 합계출산율은 0.78 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도 꼴찌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생산성 향상과 투자에 부담을 주고 재정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또 이는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칭을 불러 구조적인 인플레이션 현상(structural inflationary)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도 이제 1년이 지나고 있지만 한국 경제는 여전히 삼각파도에 직면하고 있다. 그렇다고 재정으로 돈 풀고 금리를 낮추는 땜질 처방으로도 어렵다. 정치 영역에서 구조개혁이 절실한 상황에 경제 원로로부터 정책 결정을 위한 네비게이션이 제시됐다.

31일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는 '한국경제의 도전과 대응'이라는 주제로 열린 남덕우 전 국무총리 10주기 토론회 기조강연에서 "윤 대통령에센 불균형의 시정에 초점을 맞춘 프레지던트노믹스가 필요하다"면서 "혁신과 형평 그리고 경제안보라는 세 가지 축을 기둥 삼아 경제 재도약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한 쌍무협정 즉 양자주의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으로 다자주의로 복귀하는 양상을 띄고 있다. 중국 중심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만 가입해 있는 한국엔 미국 중십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와 일본 중심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의 새로운 선택지가 주어졌다.

자유무역주의의 기본원칙은 상대국이 중국이든 미국이든 비차별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선 지역 차원의 협력 의제를 차선책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으며 여기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전 부총리는 "국가 간 경제적 상호의존이 이제는 역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수단이 됐다"면서 "반도체 공급망의 국제 공조를 위한 칩(Chip) 4와 같은 소다자적(minilateralism) 무역체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한국이 규범 수립을 주도하는 국가(rule-maker)가 아니었으나 이제는 디지털 경제, 인프라 및 공급망 분야 등에서의 새로운 규범 수립 과정에 더욱 주도적으로 참여해 국제규범 수립까지 대외적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경제를 위한 안보(security for economy)가 아닌 안보를 위한 경제(economy for security)에 더 방점을 두는 경제안보의 개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 전 부총리는 또 이를 위해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의 이해관계도 모두 반영된 균형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31일 한국선진화포럼이 '한국경제의 도전과 대응'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남덕우 전 국무총리 10주기 토론회에서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이상헌 기자
31일 한국선진화포럼이 '한국경제의 도전과 대응'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남덕우 전 국무총리 10주기 토론회에서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이상헌 기자

노동 생산성 향상 구조개혁에 달려
여성경제참여·이민 정책 확대 필요

윤 대통령이 불균형을 시정하는 데 있어 불평등이 성장의 부산물이라는 잘못된 견해를 버려야 한다고도 짚었다. "글로벌 현상의 심화, 인구구조의 변화 등으로 유발되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에 대한 대응은 사후적 재분배 기능(re-distribution)과 병행해 사전적 불평등 악화 개선(pre-distribution)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한국선진화포럼이 주최한 이날 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정책의 방향성을 전환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아직 성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며 구조개혁 성공을 위한 과제를 검토했다.

권 교수는 정부의 통화·재정 정책 방향과 관련해 "과도한 확장기조는 주의해야 한다"면서 "구조 개혁 과정에서 나타나는 피해 계층을 중심으로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여성의 경제 참여 확대와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노동 생산성을 끌어 올리는 방안으로 제시했다.

박정수 서강대 교수는 미국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노동생산성 문제를 지적하며 "중소기업 정책을 성장 지향적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화두를 제시했다. 통계청 경제 총조사에 따르면 50인하 제조기업의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30%에 머물러 미국(58%)과 일본(44%)을 크게 하회했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평균 고용 규모 미국(50%)과 일본(74%)에 비해 매우 작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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