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환경보전법상 기준치 미충족
정화작업 선행 전 임시 개방 상태
정부 "흙 15㎝ 덮어 안전성 강화"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의 앞마당에 조성된 용산어린이정원 개방행사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의 앞마당에 조성된 용산어린이정원 개방행사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이달 초 어린이날을 맞아 '용산어린이정원' 개방 행사에 참석했다. 용산기지 반환을 일부 앞당겨 시민의 품에 돌렸다는 취지로 알려졌지만 토양오염이 해결되지 않은 채 무리한 행사를 열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이경 상근 부대변인은 15일 페이스북에 "오염도 때문에 '공원'이란 용어도 사용 못 하는 '용산어린이정원' 등 해결해야 할 건들이 산적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여성경제신문이 관련법을 팩트체크한 결과 해당 주장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토양환경보전법' 4조의2에는 '사람의 건강·재산이나 동·식물의 생육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토양오염의 기준은 환경부령으로 정한다'고 나와 있다. 시행규칙에는 토양오염 우려기준을 지목(地目)에 따라 1·2·3지역 세 단계로 구분하고 23개 유해 물질의 단계별 허용 기준치를 정해놨다. 

주거, 학교, 공원, 어린이 놀이시설은 1지역으로 분류되며, 임야, 창고, 체육, 종교는 2지역, 공장, 주차장, 도로, 철도는 3지역이다. 용산공원 부지는 1지역 오염 기준치를 아직 충족하지 못했다. '공원'이라는 이름을 갖출 자격이 없는 셈이다.

어린이정원 부지인 △장군 숙소단지(A4b, A4f) △야구장 부지(A4D) △스포츠 필드(A1, A2)는 2021년 환경부 한국환경공단과 미군이 합동으로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를 한 곳이다. 당시 조사에서 석유계총탄화수소, 크실렌, 벤조피렌, 카드뮴, 비소, 납 등 10개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정부는 '대기 중 오염도'를 근거로 해당 부지가 안전하다고 홍보했다. 환경부와 국토부는 지난 8일 “용산어린이정원이 작년 9월부터 올 3월까지 3차례 실시한 환경 모니터링에서 대기 환경 안전성 기준을 통과했다”며 “같이 조사한 인근 이태원·삼각지 어린이공원과 국립중앙박물관, 용산역 등 4곳과도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모니터링은 실외 6곳과 실내 5곳에서 각각 오염 물질 12종과 13종을 조사했다.

토양오염 논란에 대해선 “깨끗한 흙을 15㎝ 이상 덮어 기존 토양과 격리하고 전남 장성에서 가져온 토종 품종의 잔디를 심어 토양 유실을 막는 등 환경 안전성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용산어린이정원 개방 그래픽 /연합뉴스
용산어린이정원 개방 그래픽 /연합뉴스

환경단체 측에선 토양오염 해결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17일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공원 부지로서 활용을 못하는 상황이라 그동안 임시, 시범 개방이라는 말을 썼었는데 그래서 이번에 정원이라고 쓰지 않았겠나"라며 "공원 안에 독극물로 오염된 연못이 있다고 하면 대기질 측정을 하면 잡히는 게 없을텐데 그러면 안전한가"라고 말했다.

용산 어린이정원 이름이 공원으로 바뀌려면 정화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용산공원조성특별법에 따르면 반환되는 미군 주둔지와 그 주변 공원구역을 국가공원으로 조성을 완료한 뒤 '용산공원'으로 공식 명명할 계획이다. 목표 시점은 전체 반환(N년) 7년 뒤인 'N+7년'이다. 국방부 시설제도기술과 관계자는 본지에 "미군 측의 폐쇄 계획이랑 묶여있기 때문에 전체 반환 시점을 확답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화작업 시작 전부터 어린이정원 개방 행사가 열린 것은 임시 개방 형식이기 때문이다. 다만 임시 개방 절차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4월 결정됐다. 용산공원은 약 90만 평 규모이며 이 중 대통령실 청사 앞부분 부지인 어린이정원은 9만 평에 해당한다.

현재 법적인 명칭이 '용산공원 부분반환부지'인 곳을 '어린이정원'이라는 별칭으로 부르자는 아이디어는 대통령실에서 나왔다. 지난 4월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일하는 모습까지 직접 볼 수 있는 장소에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넓은 공간을 마련하고, 이를 ‘용산어린이정원’으로 명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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