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기 사형수 30년 시효 11월 완료
법무부, 제도 불균형 위해 없애기로
일본서도 30년 넘긴 국가 손배소송

1993년 여호와의 증인 교회에 나가는 아내와의 갈등 끝에 종교 회관에 불을 질러 15명을 숨지게 한(건조물방화치사죄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사형을 확정받은 원모 씨(66). 오는 11월이면 현행법상 '사형 집행 시효' 30년이 완성된다.
국내 최장기간 수용 중인 사형수로 시효기간이 다가오면서 이 기간까지 사형을 집행하지 않으면 형이 면제되는데 11월 이후에는 원씨가 석방되는 건지, 사형 집행을 면제받는 건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명확한 규정이 없었기 때문인데, 논란이 이어지자 법무부가 30년인 사형 집행 시효를 없애는 내용의 형법을 개정하겠다고 13일 밝혔다.
'형의 시효'란 형을 선고받은 뒤에 일정 시간 동안 집행이 되지 않으면 이를 면제하는 것을 뜻한다. 원씨는 29년 4개월째 복역 중인 사형수로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던 만큼 몇 개월 뒤면 이 사형수의 사형이 면제되는지 논란이 있었다.
해당 법은 형법 77조 '형을 선고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시효가 완료되면 그 집행이 면제된다'는 규정에 따르고 있다. 78조는 '사형의 경우 재판이 확정된 후 그 집행을 받지 않고 30년이 지나면 시효가 완성된다'고 정한다.
해당 형법의 문제는 사형수의 구금 기간에 대한 명시적 규정을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시효가 지나면 사형수를 구금할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는 주장과 사형 집행을 위해 구금된 사형수의 경우에는 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대립해 왔다.
쟁점은 사형수가 사형 집행 전 구금 상태로 '대기하는' 기간을 집행 과정으로 볼 것인지, 집행하지 않은 상태로 볼 것인지다.
법무부는 원씨가 교정 시절에서 보낸 29년 4개월은 사형 집행 대기 상태여서 구금됐던 때부터 시효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1조와 제89조는 사형 확정자를 교도소 또는 구치소에 원칙적으로 독거 수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사형집행이나 사형집행 대기를 위해서는 반드시 구금해야 하는데, 구금은 사형 집행의 일부를 구성하므로 시효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본다. 그 때문에 사형 선고를 받은 지 30년을 넘기는 11월 이후에도 원씨를 계속 구금할 수 있다는 것이 법무부 주장이다.
현재 국내 수감 중인 사형확정자는 모두 59명이다. 1997년 12월 30일 사형 집행 이후 실제 집행된 적은 한 번도 없다. 때문에 법 개정이 없으면 원씨 이후로도 1995년에 사형 선고를 받은 4명은 2025년, 1996년 선고받은 5명은 2026년, 1997년 선고받은 5명은 2027년에 같은 문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이에 법무부는 법 개정을 통해 논란 소지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사형집행 시효가 폐지되면 형 미집행 기간에 상관없이 사형 집행 면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미리 법적 논란을 매듭지을 수 있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원씨의 경우 개정안이 시한 내에 처리되지 않는다면 법조계 내에서도 반박 논리가 팽팽한 만큼 법적 다툼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사형제를 운영 중인 일본에서도 1980년대 제국은행 강도 살인사건의 사형수가 집행 시효인 30년을 넘겨 구금한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가 있다. 당시 일본 법원은 청구를 기각했지만, 추가적인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2010년 형법 개정을 통해 사형에 대한 시효를 없앤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