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의 사각세상]
봄비 한 번에 후드득 흩뿌려진 벚꽃잎
그 어디에도 없으리라, 영원한 것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은 중국 남송(南宋)의 4대 시인 중 한 명으로 일컬어지는 양만리(楊萬里(1127~1206))의 '납전월계(臘前月季)'라는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피어나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다 하지만,
월계화는 봄바람 불지 않는 날이 없다네.
갓 피어난 꽃봉오리 연지색의 붓 같고,
비취색 꽃받침은 터진 꽃송이를 감쌌네.
只道花無十日紅
此花無日不春風
一尖已剝胭脂筆
四破猶包翡翠茸 

'화무십일홍'은 열흘 넘게 계속 붉게 피어있는 꽃은 없다는 뜻으로, 화려한 부귀영화도 오래 누리기 어렵다, 막강한 권력도 언젠가는 무너지기 마련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이상하게도 최근 드라마나 영화 등에 마치 유행처럼 자주 나오는 글귀이다. 이러한 구절을 떠오르게 하는 많은 시대적 현상이 사람들에게 상기되는 이유일까 싶다. 

어제오늘 내린 비로 요 며칠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들도 금세 다 떨어지고 말았다. 계절도 인생도 권력도··· 다 순식간이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오늘도 스스로 다짐하며 마음을 다스린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준희 저널리즘 일러스트레이터

미국 스쿨오브비주얼아트 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뉴욕타임즈, LA타임즈, 타임, 뉴스위크, 펭귄출판사, 빌리지보이스, 마이크로소프트, 루슨트 테크놀로지 등 주요 매체에 일러스트레이션을 기고했고, 국내에서도 동아일보, 경향신문, 주간조선, 주간동아, 한겨레21, 씨네21, 삼성, 기아, KT, 아시아나항공 등에 기고했다. 미국 어도비와 아트디렉터스클럽 등에서 수상했고, 평창동계올림픽, 산업자원부, 서울특별시 등의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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