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내정 보름 만에 사퇴 의사 내
구현모 사장 ‘아바타’로 비난받아 와
"내정 후 용산 압박 못 견디는 모습”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가 내정 보름 만에 사의를 표명한 배경에 용산으로부터 압박이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연합뉴스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가 내정 보름 만에 사의를 표명한 배경에 용산으로부터 압박이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연합뉴스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가 내정 보름 만에 사의를 표명한 배경에 용산으로부터 압박이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윤 후보의 결정에 KT 이사들이 만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KT 고위 관계자는 본지에 “윤경림 차기 대표 후보가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어제(22일) 있었던 이사회 조찬 간담회에서 사의를 표명했다”며 "용산으로부터 전화 등 압박을 못 견뎌 하는 모습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억울함을 토로하는 자리였으며 윤 후보의 결정에 이사들은 찬성하지 않는 분위기다”라며 “본인의 결심이 확고하다면 어쩔 수 없지만 윤 후보의 사퇴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7일 KT 이사회는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내정했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국회 과학정보기술통신위원회 소속 상임위원들을 비롯한 정부 여당은 윤 후보의 실명을 거론하며 구현모 전 대표의 ‘아바타’라며 맹렬하게 비난했다.

여권은 연임에 실패한 구현모 현 대표와 윤 후보를 비롯한 KT 현직 사내외 이사진들에 대해 '이익 카르텔'이라고 주장하며 물갈이를 추진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KT 지분 10.12%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자 캐스팅보트로 주총에서 윤 후보 내정과 관련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시사하기도 했다.

2대 주주 현대차그룹도 대표이사나 사외이사 선출 같은 주요 이슈에서 이사회가 대주주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연금과 현대차그룹의 지분 총합은 약 18% 선이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이 이 같은 정치적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윤 후보 찬성안을 권고했다. 국내 자문사인 한국ESG평가원과 한국ESG연구소도 찬성 의견을 냈다.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세계 각국의 기관 투자자 등에게 의결권 행사 자문을 제공해 KT 지분 약 44%를 차지하는 외국인 주주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이 쏠렸다.

윤 후보가 주총을 앞두고 사퇴할 경우 '경영 공백'은 불가피하지만 이미 주총 안건으로 상정된 3인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과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에스에이티(SAT) 대표 사내이사 신규 선임 안까진 뒤집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사진)가 주총을 앞두고 사퇴할 경우 '경영 공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사진)가 주총을 앞두고 사퇴할 경우 '경영 공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재계 관계자는 "용산 압박이 사실이라면 최소 5명을 자진 사퇴시키긴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표결 결과는 박빙이라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KT 측은 윤 후보 사의 표명과 관련해 사실 확인 중이라는 입장이다. 또 다른 KT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게 없고 사의 표명하셨는지 여부도 전달받은 게 없다”라며 “이사회는 자체적으로 해당 사무국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그와 관련해서는 확인해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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