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정치언박싱]
李 체포동의안이 촉발한 내분 확산 조짐
‘개딸’들의 ‘수박 깨부수기’ 작전에 맞서
비명계, 李 사퇴·출당 요구 청원으로 맞불
文 배후 의심···비명계 숙청작업 의혹도

 

‘친명계’(친이재명)에서는 ‘비명계’의 조직적인 반란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지난 1월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민주당 인사들이 신년인사차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을 방문해 사저에서 단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내분이 통제 불능의 상황으로 빠질 조짐입니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으로 촉발된 강성 지지층 ‘개딸’(개혁의 딸)들의 ‘수박 깨부수기’ 작전에 맞서 ‘비명계’(비이재명계) 당원들이 이 대표의 사퇴와 출당을 요구하는 청원으로 맞불을 놓고 있습니다. 당 내분이 계파 간 타협과 토론이 아닌 일부 강성 지지층들끼리 마음에 안 들면 청원으로 찍어내기 ‘개싸움’ 양상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겉으로는 당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지만 격화하는 내분을 해결할 리더십을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는 사이 당의 지지율은 속절없이 30%대가 무너지면서 점차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당 안팎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안고 있는 숙명적인 한계 때문에 체포동의안 정국으로 가속화하고 있는 당의 내분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와 측근들은 이번 체포동의안 정국에서 불거진 ‘역모의 상황’을 의원들이 반대와 기권 등으로 개별적인 의사를 나타낸 것이 아닌 ‘비명계’의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당권 ‘탈취’ 도발로 보고 있습니다. 투표 전날 ‘비명계’ 의원들끼리 조직적으로 ‘말을 맞춘’ 정황이 드러났고 무엇보다 30여명 이상이 움직였다는 것은 그 배후에 실재하는 컨트롤타워가 있다는 것입니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지난 1일 한 인터뷰에서 “비명계가 (체포동의안 표결 전) 조직적으로 전화를 돌려 가결, 부결, 무효표를 모았다”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특히 그는 무효표가 11표나 나온 것도 다분히 의도적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의원은 “일반적인 인사 관련 투표에 많아야 한 표 나오는 무효표가 대거 나왔다는 것은 조직적이고 고의로 이루어졌다는 것 아니겠나. 일부 의원들이 심지어 표결 전 기자들에게 ‘이번에 무효표가 많이 나올 거다’고 이야기까지 했다는 것을 들었다”라고도 주장했습니다. ‘비명계’가 투표 전 조직적으로 무효표를 모은 정황을 확인했다는 얘기입니다.

‘친명계’(친이재명)에서는 ‘비명계’의 조직적인 반란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는 것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비명계’ 의원들을 일일이 만나며 협조를 구했음에도 불구하고 30여명 이상이 등을 돌렸다는 것은 내년 총선을 대비한 ‘친문계’의 집단적인 저항이 있었고 그 배후에 문 전 대통령의 ‘묵시적 동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입니다.

지난 2월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감표위원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무효표 논란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감표위원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무효표 논란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전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일체 함구를 하고 감자 심는 사진 등을 올리며 외면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과거 문 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같이 일했던 참모들이나 친문계 의원들로부터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회복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에 친문계도 일사불란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조언을 많이 듣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현재는 문 전 대통령이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는 않고 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전쟁이 벌어지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당의 진로’에 대해 직․간접적인 언급을 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습니다.  

‘비명계’가 조직적인 반란을 한 것을 두고 ‘개딸’들은 그 배후의 실체로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한 듯한 행보도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 온라인에는 ‘개딸’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수박 7적’ 이미지가 나돌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대표, 친문계와 비명계 의원 일부에 대해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의 민주당 은어), 국짐(국민의힘 비하 표현) 첩자 7적 처단하자”는 문구가 기재돼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개딸’들이 ‘애먼’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당 내분에 더 불을 지르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그런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 ‘개싸움’에 뜬금없이 소환되었다는 것은 향후 당의 내분이 어떻게 확산할지 암시하는 일종의 ‘예지몽’으로 여겨집니다. 당 일각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번 체포동의안 정국 때부터 물밑으로 ‘비명계’ 의원들과 소통하며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 예상과 달리 30여명 넘는 ‘반란자’의 준동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개딸’들의 난투극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내부 공격을 멈춰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일부 ‘개딸’들은 당 게시판에 “나를 위해서 싸우는 것입니다, 그러니 참견 마십시오”라거나 “이번엔 말 안 듣겠다”는 등 반발 의견이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비명계’에서는 “이 대표가 자제를 호소하고 있지만 그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짜고 치는 고스톱’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 일부 ‘개딸’들의 ‘반당분자’ 색출 작업과 그에 따른 당 내분의 확산을 진정으로 우려한다면 현재와 같은 마구잡이 ‘청원 찍어내기’ 감정싸움을 해결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구두  경고에만 그칠 뿐 징계와 출당 등 구체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 대표는 물밑으로 ‘개딸’로 대변되는 강성 지지층의 ‘발언력’을 더 세게 해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더불어수박깨기운동본부 관계자들이 비명계 의원들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수박'은 이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 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라는 뜻으로 이 대표 측 지지자가 지난 대선 당시 경선 상대였던 이낙연 전 대표의 측근 등을 비난할 때 쓴 표현이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더불어수박깨기운동본부 관계자들이 비명계 의원들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수박'은 이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 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라는 뜻으로 이 대표 측 지지자가 지난 대선 당시 경선 상대였던 이낙연 전 대표의 측근 등을 비난할 때 쓴 표현이다. /연합뉴스

먼저 당의 정치혁신위원회(혁신위)를 통한 공개적인 당 장악 시도입니다. 민주당의 공천룰은 총선 1년 전에 확정됩니다. 혁신위는 최근 원외 위원장 등을 평가하는 당무감사에 권리당원 여론조사를 신설하고 전당대회에도 대의원 대신 권리당원 투표 비중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 사실이 알려져 ‘비명계’의 집중 성토를 받았습니다. ‘비명계’에서는 진작부터 “이재명 대표 최측근인 장경태 위원장이 주도하는 혁신위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명계’ 공천숙청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가 ‘자객 공천’을 수수방관하거나 오히려 부추기며 ‘비명계 씨 말리기’ 작전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는 의구심도 제기됩니다. 당내에서는 혁신위를 통해 권리당원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장외에서는 일부 핵심 ‘비명계’ 의원들 지역구에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인사들을 ‘자객’으로 보내 공개 저격하겠다는 것입니다. 

‘비명계’ 윤영찬 의원 지역구인 성남 중원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친명계’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수시로 윤 의원을 공개 저격하며 내년 총선 금배지를 노리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강성 ‘친명계’ 인사 다수가 ‘비명계’ 의원들 지역구를 핀셋으로 찍어 내년 총선에서 ‘표적 사살’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내에서는 이번 체포동의안 투표 이후 ‘친명계’와 ‘비명계’가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개딸’들에게 내부 공격 자제를 요청하지만 실제로는 혁신위를 통해 당 재장악 플랜을 가동 중입니다. 이 대표는 자신이 구속되더라도 ‘옥중 공천’까지 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던 한 ‘인터뷰’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검찰의 ‘노리갯감’으로 전락한 것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퇴 등의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번 체포동의안 정국을 계기로 올라온 ‘두더지’들을 일망타진해 당을 재장악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 대표가 물러나게 되면 내년 총선 공천지분 장사는 문을 닫아야 합니다. 

이 대표는 당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딸린 식솔들의 공천권마저 보장하지 못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더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죽어도’ 공천권만은 지키겠다”는 이 대표의 ‘당권 사수 작전’이 ‘개딸’들의 발호를 ‘적당히’ 견제하고 혁신위를 강성지지층 영향력 확대로 기정사실화하는 이중 플레이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대표의 의도를 뻔히 알고 있는 ‘비명계’의 ‘이재명 깨부수기’ 전략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까요.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성기노 전 일요신문 정치부장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고 창원고와 한양대, 런던대 골드스미스 칼리지 석사(언론학) 과정을 마치고 일요신문과 에너지경제 등에서 주로 정치 분야를 취재했다. 모 정치인의 언론특보로도 활동하며 정치 현장도 경험한 바 있다. 2016년 인터넷신문 피처링(www.featuring.co.kr)을 창간해서 대표를 맡고 있고 플러스 정치전략연구소 소장으로 정치평론 활동도 하고 있다. 정치개혁과 시민주권 정치에 관심이 많다. 이메일 주소는 newser@naver.co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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