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정치언박싱]
6·1지방선거 폭망 이후의 지지율과 동일
호남외 전지역서 밀려···경기·인천도 위태
李 ‘사법 리스크’ 대응이 지지율 위기로
장외투쟁 동력 잃고 강성 지지층에 끌려가

더불어민주당이 중대 국면에 섰습니다. 최근 민주당의 지지율이 심상치 않은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국회 처리 절차(2월 27일 표결)가 임박한 가운데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버렸습니다. 여론을 먹고 사는 야당으로서 ‘사법 리스크’ 돌파를 위한 강경 투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중대한 시점에서 지지율이 가라앉을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등 4개 사가 2주마다 공동 실시하는 전국지표조사(NBS)에서 2월 3주 차(지난 13~15일) 민주당 지지율은 26%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4개 사 공동조사가 시작된 2020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결과입니다. 또한 지난해 6.1 지방선거 참패의 후유증이 반영된 2022년 6월 5주 차(27~29일) 조사와 동일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는 민주당이 지방선거에 ‘폭망’한 이후 조사된 지지율과 ‘사법 리스크’ 강경대응에 나선 시점의 지지율이 똑같다는 것으로 국민들이 현재의 민주당 정국 운영 상황을 지방선거 참패만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됩니다.
이와 달리 국민의힘 지지율은 39%를 기록했습니다. 두 당의 격차는 두 자릿수인 13%포인트까지 벌어졌습니다. 국민의힘은 2주 전보다 3%포인트 상승했고, 민주당은 3%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민주당은 호남을 빼고 모든 지역에서 국민의힘에 밀렸습니다(기타 자세한 사항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특히 ‘호남’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국민의힘에 밀렸다는 얘기는 민주당이 ‘호남당’으로 쪼그라들고 있음을 말해주는 ‘악성 시그널’이기도 합니다. 민주당으로서는 결코 이 조사 결과를 가볍게 받아들 수 없습니다.
또 다른 나쁜 흐름은 민주당이 전통적 지지텃밭인 경기와 인천에서도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된다는 점입니다. 한국갤럽 2월 3주 조사에서 경기·인천은 국민의힘 35%, 민주당 34%로 나타났습니다. 1월에는 민주당 34%, 국민의힘 32%였고, 2월 1주에는 4%포인트, 2월 2주에는 5%포인트 민주당이 앞섰습니다. 경기와 인천에서 국민의힘이 완전히 민주당을 압도하고 있지는 않지만 민주당의 ‘당연한’ 우세지역이 국민의힘에 추월당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기도는 이재명 대표에게 우호적인 ‘효자 지역’으로 통합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던 민주당은 경기와 제주의 광역단체장만 겨우 건져 국민의힘의 독식을 막아낸 바 있습니다. 제주가 민주당 성향 후보들의 강세지역이라는 점에서 전국단위 선거에서 경기도만이 민주당의 ‘수호신’ 역할을 했던 셈입니다. 또한 지난 대선에서도 이재명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 앞섰던 좋은 기억이 있습니다.

이렇듯 민주당에게 경기도는 야당의 지지율을 견인해주는 가장 확실한 텃밭입니다. 그래서 내년 총선에서도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경기도가 내년 총선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역구 수(59개)가 광역단체 중 가장 많고, 내년 총선에서는 60석 이상으로 재조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인구가 경기도로 빠져나가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예전 서울이 수도권의 선거 흐름을 좌우하던 역할을 경기도가 이어받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민주당이 최근 경기도와 인천에서마저 국민의힘에 우세 흐름을 넘겨줘 우세지역이 호남만 남았다는 것은 전국정당과 정통야당의 정체성을 점차 잃어버리고 있다는 불안한 신호입니다. 최근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와 국회 체포동의안 정국에서 장외투쟁을 포함한 강경 무한 저항을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강력한 응원은 여론조사 지지율로 반영되는데 장외투쟁의 가장 큰 동력인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민주당의 정국 대응 전략도 옹색해지고 수세적으로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최근 민주당의 ‘사법 리스크’ 대응이 지지율 위기로 이어졌다는 분석밖에 달리 야당의 침체를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물론 민주당으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지는 않습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컨벤션 효과’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정치 이벤트가 없는 야당이 다소 밀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약발’을 받는다고 해도 현재 민주당은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강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장외 강경투쟁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못을 박고 있습니다.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이 이재명 대표를 정치적으로 탄압하는 의도가 너무도 명백하기 때문에 상대가 걸어온 싸움을 피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쟁에 나서는 민주당의 고충은 좀처럼 ‘단일대오’를 형성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최근 김해영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을 이재명 방탄 정당으로 만들기 위해 (이 대표가) 계양을 국회의원 출마, 당 대표 출마까지 강행한 것인데, 이러한 의도에 당 전체가 끌려가서야 되겠나. 이 대표 없어도 민주당 말살되지 않는다. 민주당 정신 차려야 한다”고 썼습니다.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도 16일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이 대표는) 대선 때 약속한 대로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고 민주당 의원들 모두 체포동의안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지라고 강력히 지시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민주당은 김 전 의원이나 박 전 위원장의 ‘친정 저격’에 대해 “미꾸라지 몇 마리가 당의 물을 흐리고 있다”며 애써 무시하고 있습니다. 일부 반대파들이 자당이 처한 정치적 곤궁 상황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홀로 튀어보기 위해 보수언론의 ‘안티 민주당’ 기사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은 ‘두 미꾸라지’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에 들어갔습니다. 이재명 대표 팬카페에는 “김해영을 해당 행위로 제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비난 글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엔 “박지현 전 위원장에 대한 출당 권유 내지 징계를 요구한다”는 청원 글이 지난 16일 게시 이후 사흘 만인 20일 오전까지 2만명에 달하는 당원들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열혈 지지층의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민주당으로서도 강경투쟁 외 달리 방법을 찾지 못하고 그들에게 끌려가는 형국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야당으로 전락한 뒤 역사상 가장 애매하고 열악한 정치적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민주당의 전통적 대여 전략이었던 ‘민주-반민주’ 구도가 이번 ‘사법 리스크’ 정국에서는 좀처럼 먹혀들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 혐의점이 검찰의 악의적인 정치 탄압이라고 해도 국민들이 받아들이기에 따라 ‘이재명 성남시장의 권력형 시정 농단’이라는 인식도 동시에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선명한 ‘민주-반민주’ 대여 전략을 펼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민주당은 “민생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며 3월 임시국회 소집 방침도 밝혔습니다. 국회 회기 중에는 체포동의안이 통과되지 않는 한 현직 국회의원을 구속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3월 임시국회 소집도 민생 국회라기보다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지지율이 지금처럼 계속 하락 추세를 보이면 당 내부에서부터 ‘사법 리스크’ 탈출과 ‘이재명의 분리 대응’ 요구가 더욱 거세게 몰아칠 전망입니다.
금배지에 목을 매는 의원들이 언제까지 이재명 대표와 스크럼을 짜고 장외투쟁을 할지, 민주당은 그 임계점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성기노 전 일요신문 정치부장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고 창원고와 한양대, 런던대 골드스미스칼리지 석사(언론학)를 마치고 일요신문과 에너지경제 등에서 주로 정치 분야를 취재했다. 모 정치인의 언론특보로도 활동하며 정치현장도 경험한 바 있다. 2016년 인터넷신문 피처링(www.featuring.co.kr)을 창간해서 대표를 맡고 있고 플러스정치전략연구소 소장으로 정치평론 활동도 하고 있다. 정치개혁과 시민주권정치에 관심이 많다. 이메일 주소는 newser@naver.co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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