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인플레 감속 둔화에 소비 재반등
美 3월 빅스텝, 최종금리 6.5% 거론
고개 든 킹달러‧‧‧환율 1323원 터치

인플레이션 망령이 미국을 떠나지 않고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 감속 속도가 둔화했고 미국인의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도 7개월 만에 반등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3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힘이 실리며 최종금리 상단 고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달러화 강세로 원/달러 환율은 3개월 만에 1320원대를 넘었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8.2원 급등한 132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원/달러 환율 1329.50원(11월 30일, 고점 기준) 이후 최고치다.
미국 물가의 상방 압력이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연준의 긴축론이 힘을 받으면서다. 1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5.4% 상승했다. 시장 추정치인 5.3%를 상회했을 뿐 아니라 지난해 6월 40년 만에 최고치(7%)를 찍고 하락세로 돌아선 후 7개월 만에 반등한 수치다.
가격 변동성이 큰 항목(에너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도 전년동월대비 4.7% 상승했다. 연준이 강조하는 ‘2% 물가 목표’가 바로 이 지수를 가리킨다. 근원 PCE 물가지수의 상승으로 연준의 긴축 장기화에 가시적인 근거가 마련됐다.
앞서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도 기대치보다 높게 나오면서 ‘디스인플레이션(물가 하락)’ 약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1월 물가는 시장 기대(6.2%)보다 0.2%포인트 높은 6.4%를 기록하며 통화 긴축 장기화 가능성이 수면 위로 올랐다.
미 국채 금리도 들썩이고 있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국채 2년 만기 금리는 이날 52bp(1bp=0.01%) 상승한 4.8302%까지도 찍었다. 이는 2007년 7월 이후 약 16년 만에 최고치다.

연준의 3월 빅스텝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연준 주요 인사들은 물가 안정을 위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는 “연준이 금리를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으로 지속 인상해야 하며, 더욱 오래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며 “인플레는 여전히 너무 높으며 최근 지표는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해 할 일이 많이 남았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또 필립 제퍼슨 연준 이사는 “노동시장 영향으로 인플레 둔화가 느리게 진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브랜드 연은 총재는 “연준이 인플레 통제를 위해 금리 인상을 지속해야 하며 5%를 상회하는 수준의 정책금리를 선호한다”고 발언했다.
12월 첫 금리인하를 기대하고 있는 시장도 금리인상 전망치를 더 높게 잡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3월과 5월, 6월까지 0.25%포인트씩 인상해 6월 정점(5.25~5.5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최종금리가 6.5%까지 도달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제결제은행(BIS)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스티븐 체체티 브랜다이스대 경제학 교수를 포함한 5명의 경제학자와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 24일 보고서를 내 이같이 밝히며 “연준의 경제 전망은 여전히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달러화 가치 상승에 원화 가치 급락
韓 물가 상승→금리 인상→경기침체
연준의 긴축 장기화 전망이 거세지면서 달러화 가치는 급등하고 있다. 지난 1일 101.22에 종가를 기록했던 달러인덱스는 이날 105.34를 찍었다. 지난 24일(종가 105.21) 이후 연일 105선을 넘어서고 있다.
고금리 상승세 지속 전망과 관련해 미국 학계의 전망이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학계는 지금까지 하반기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 데 반해 시장은 하반기 금리인하론을 작년부터 주장해 왔다.
이와 관련해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미국 증권업계는 투자자를 모집해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올해 금리가 떨어질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전망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학계 전망이 옳았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라며 “미국의 강한 고용시장으로 인한 임금 상승세 지속으로 물가상승세를 잡기란 쉽지 않다. 장기전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미국 금리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시그널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는 상황에 소주를 포함해 가격이 안 오르는 것이 없다”라며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국의 경기침체는 더 심화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