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바드' 외에도 올해 20개 서비스 계획
네이버 '서치 GPT' 상반기 베타 버전 출시
확보된 클라우드 데이터서 승부 갈릴 전망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검색 전쟁이 시작됐다. /각 사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검색 전쟁이 시작됐다. /각 사

국경을 초월한 인공지능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소프트와 세계 최대 검색 엔진을 보유한 구글이 인공지능 검색 전장(戰場)에서 격돌하자, 국내 최대 포털 업체인 네이버도 참전을 예고했다.

7일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가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도 인공지능(AI) 기반 '서치 GPT'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빌게이츠가 투자한 오픈AI가 개발한 '챗GPT'가 선풍을 일으키면서, 구글도 생성형 AI인 챗봇 바드(Bard) 출시를 공식 선언했다.

대화형(생성형) AI는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과 같은 종합적 추론이 가능한 AI를 말한다. 이용자의 주문에 따라 인공지능이 신경망을 사용해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콘텐츠와 같은 새로운 인공 콘텐츠를 만드는 기술이다.

챗GPT 알고리즘이 웹상에서 크롤링(crawling)한 정보를 바탕한 검색 서비스에 특화돼 있다면, 알고리즘 설계에 따라 음악, 문장, 예술 작품도 만들어낼 수 있는 무궁무진한 시장 잠재력이 있다. 명령에 따라 이미지를 생성하는 카카오의 '만달리'와 데이터 추론을 통해 언어 서비스를 하는 LG AI연구원의 '엑사원'도 비슷한 종류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챗GPT는 출시 2개월여 만에 월간 활성 이용자가 1억명을 넘어섰다. 이용자가 1억명에 도달하는 데 유튜브가 2년 10개월, 페이스북이 3년 2개월 걸린 것에 비해 크게 앞선 수준이다.

구글과 네이버 검색이 주제어를 입력하면 관련 정보가 나열돼 이용자가 선택해야 하는 것과 달리, 챗GPT는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공기관 도입 검토를 지시할 정도로 챗GPT가 올해 초부터 선풍을 일으키자 구글에도 비상이 걸렸다. 구글은 사내에 심각한 위기 경고를 뜻하는 '코드 레드(code red)'를 발령하고 이날 '바드'라는 새로운 서비스 출시 계획을 밝혔다. 이 밖에도 20개에 달하는 AI 서비스를 올해 안으로 선보이기로 했다. 

챗GPT는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상의 1750억개의 매개변수를 활용해 사람들이 평소 사용하는 언어와 유사한 형태의 답변 능력을 보여준다. 연세대 인공지능대학 김시호 교수 연구팀이 실제 수학능력시험 문제를 통해 챗GPT의 실력을 가늠해 본 결과 영어 시험에서 듣기 평가의 경우 16문제 중 14문제, 독해 평가는 17문제 중 13문제의 정답을 맞춰 82점이 나왔다. 

언어능력에 있어선 인간의 기억을 대체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얘기다. 미리 정의된 규칙을 이용해 지능을 흉내내면서 기존의 인간지능으로만 가능하던 작업의 대부분을 대체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약인공지능에서 더 나아가 인간의 감성을 이해하는 수준까지 도달하면 강인공지능이 된다. 초인공지능은 AI가 자유의지까지 보이는 단계다.

우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대결은 클라우드 데이터 확보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세계 최대 규모인 자사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이며, 유료 서비스를 앞둔 MS 역시 챗GPT를 자사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에 탑재할 예정이다.

네이버 자체 분석 결과 하이퍼클로바가 학습한 한국어 데이터는 GPT-3가 학습한 것보다 6500배 많은 양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네이버 자체 분석 결과 하이퍼클로바가 학습한 한국어 데이터는 GPT-3가 학습한 것보다 6500배 많은 양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네이버도 포털이 보유한 방대한 양의 검색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 생성형 AI의 최신성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챗GPT의 기억은 2021년 1월 27일까지로 최근 2년간의 사건을 알지 못하는 단점이 있지만 실시간 검색과 연동시키면 이를 보완할 수 있다. 다만 출시되더라도 베타 서비스의 형태로 별도 운영될 예정이어서, 서비스 속도전에서 경쟁사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네이버의 서치GPT 상용화 계획은 오는 27~28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열린 행사에서 챗GPT보다 209억개 더 많은 2040억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하이퍼클로바'라는 생성형 AI 개발을 마친 상황이다.

네이버는 이런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정교한 한국어 서비스를 무기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연간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새로운 검색 트렌드 생성 AI에 대응하겠다"며 "네이버는 한국어로는 고품질 검색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거대 AI 모델로는 세계 정상급 기술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또 AI 시장이 흥행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고전을 겪고 있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도 기대감이 일고 있다. 한꺼번에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AI 반도체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성능 메모리반도체와 세트로 판매되기 때문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자연어 기반 대화형 AI 서비스가 미래 메모리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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