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FOMC 속도 조절 이어 새해 첫 베이비스텝
파월 “인플레 둔화” 동시에 “두어 번 더 금리인상”
미국 증시 상승 “3분기까지 인하 기대감 유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도 미국 증시가 일제히 상승세다. 파월 의장이 당분간 긴축을 유지해야 한다면서도 ‘디스인플레이션(물가하락)’ 과정이 시작됐다고 인정한 덕이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속도 조절 이후 새해 첫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 속도를 더 늦췄다. 시장은 여전히 올해 4분기 금리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1일(현지 시각)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종전의 연 4.25~4.5%에서 4.5~4.75%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했다. 시장 예상대로 금리 인상 속도는 둔화했다. 작년 6월부터 11월까지 4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이은 12월 빅스텝 이후 11개월여 만(2022년 3월 17일 0.25%포인트 금리인상)에 베이비스텝이다.
주요 투자은행은 이날 기자회견에서의 파월 의장 발언을 두고 대체로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 발언이었다고 보고 있지만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도 혼재했다. 이날 파월 의장은 디스인플레이션을 13회 언급했다.
파월 의장은 “최근 지표는 반가운 인플레이션 둔화를 보여준다. 재화를 중심으로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시작됐으나 주택을 제외한 근원서비스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이 확인돼야 한다”면서 “과도하게 긴축할 생각은 없지만 위원회는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 위해, 충분히 제약적인 정책 기조를 달성하기 위해 두어 차례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가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올해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다”면서 “이번 인플레이션은 매우 강한 수요와 심각한 공급 제약의 충돌에서 발생한 것으로 과거 경기 사이클에서 보던 것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준이 정부부채 디폴트에서 경제를 보호할 수 있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고도 말했다.

파월 발언대로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완연한 하락세다. 작년 6월 미국은 9.1% 물가를 기록하며 41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이후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통과했다는 평가는 작년 10월(7.7%)부터 나왔다. 1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6.5%를 기록했다.
서비스물가 상승을 가름하는 고용 지표도 둔화하고 있다. 작년 4분기 고용비용지수(ECI)는 전기대비 1.0%(3분기 1.2%) 올랐다. 이는 예상치(1.1%)보다 하회한 수치다. ECI의 상승세 둔화는 임금 상승 압력 약화를 의미한다.
집값도 떨어지고 있다. 작년 11월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의 연간상승률이 전달 8.7%→6.7%로 하락하며 물가 상승 압력 둔화에 힘을 실었다.
반면 일부 투자은행은 매파적 발언에 더 의미를 부여했다. 씨티은행(Citi)은 “금융시장의 반응은 dovish(비둘기파)했으나 당사는 파월 의장이 두 번의 25bp 인상 시각을 바꾸지 않은 점 등에서 중립적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인플레이션 대응을 ‘너무 적게’하는 위험이 ‘너무 많이’하는 위험보다 크다고 강조한 점 등이다”라고 분석했다.
DB는 “파월 의장은 연준이 해야 할 일이 더 많이 남았으며 물가가 하락추세에 있음을 확신할 때까지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넷웨스트(Netwest)도 연준이 앞으로 몇 번 더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음에 매파적이라고 해석했다.
‘이보다 좋을 수 없는’ 미국 증시
S&P500‧나스닥‧다우지수 상승세
하락장에 있던 미국 뉴욕 증시는 연준 ‘베이비스텝’ 발표 직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빅’과 ‘자이언트’ 압박을 털어낸 동시에 물가 하락 기대감에 힘입은 영향이다.

이날 대형주 중심의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1.05% 오른 4119.21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은 한때 4148.95까지 상승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2% 오른 1만1816.32를 기록, 30개 우량 주식을 모아놓은 다우존스도 0.02% 오른 3만4092.96에 거래를 마쳤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연준 등 미국 금융당국은 인플레 우려를 하고 있지만 정작 가계는 돈이 많고 소비도 활발하다. 경기 둔화는 피할 수 없지만 1, 2분기 역성장은 없을 것이고 올해도 완만한 확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선물 시장에 금리가 반영된 것을 보면 4분기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3분기까진 기대감이 유지되겠지만 4분기부터 시장 기대에 충족하지 못하면 그땐 노이즈가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3월이냐 5월이냐’ 올 상반기 인상 중단
“누적 효과 관망” 5% 금리 연말 유지?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연준이 3월이나 5월 베이비스텝을 더 밟고 기준금리 인상을 사실상 종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상단 5% 혹은 5.25%를 연말까지 이어가면서 긴축 효과를 지켜볼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은 “(긴축에 대한) 누적 효과를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연구원은 “인플레가 6월까진 떨어지지만, 7월부터는 떨어지는 폭이 막힐 수 있다”며 “3월 이후 금리의 움직임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고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발언은 상반기까진 이어가겠고 연말까지 금리 인하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윤인구 국제금융센터 글로벌경제부장은 본지에 “임금 상승률이나 인플레이션이 내려오고 있긴 하지만 연준의 2%대 물가 목표와는 아직 거리가 있기 때문에 연말까지 고금리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며 “연준이 ‘누적효과’ 거론한 만큼 1년간 금리 인상에 대한 실물 경제 효과를 지켜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윤 부장은 “새해 들어 주식이 많이 올랐고 달러도 약세로 전환된 지 오래다. 긴축효과를 보고 싶으면 금융 여건도 같이 긴축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시장은 나중에 인하할 것까지 예상하고 장밋빛 전망을 펼치고 있다”며 “이는 긴축효과가 사라지는 것처럼 되는 것이기 때문에 경계를 위해서라도 파월 의장은 매파적 발언을 지속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미국 인플레이션 원인은 노동 공급 부족이 원인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고금리는 연말까지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라면서도 “그럼에도 주식은 선행지표기 때문에 금리가 더 나빠지지 않는다는 시장 기대에 미국 증시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