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당권 잡기 위해 급하게 내세워"
손수조 대변인 "육아·워킹맘 해결해야"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여성도 민방위 훈련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이하 민방위법 개정안) 발의를 예고하면서 ‘이대남(20대 남성)’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는 가운데 시민들 사이에서는 민방위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김 의원이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발의 예고한 민방위법 개정안에는 현재 만 20~40세 남성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민방위 훈련을 여성도 받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갈 예정이다. 여성도 심폐소생술 및 제세동기 사용법과 같은 응급조치, 산업 재해 방지 교육, 화생방 대비 교육, 교통안전, 소방안전 등의 교육을 이수해 각종 재난과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김 의원은 지난 24일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여성 민방위 훈련’에 대해 “전시 혹은 이에 준하는 사태, 혹은 테러가 발생했을 때 나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한 것에는 남성, 여성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며 “남성의 경우엔 현역 복무를 하지 않은 분도 민방위 훈련을 받는 데 비해 여성은 민방위 훈련을 받지 않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 보더라도 여성이 민방위 훈련을 받는 데 현실적인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여성 민방위 훈련’은 구체적인 현안과 관련된 김 의원의 첫 공약이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해 10월 ‘여성 군사기본교육 의무화’를 주장했지만, 당 안팎의 반발로 인해 입법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다만 현재도 여성이 민방위 훈련에 참여할 수 있다. 민방위기본법 제18조 2항은 “제1항에 규정한 자 외의 남성 및 여성은 지원하여 민방위대의 대원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여성 민방위 훈련’ 주장은 ‘이대남’ 당원의 표심을 겨냥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학교 혹은 사내 어디에서든 방법이 없지 않은데 그것(교육)을 민방위로 풀어내는 것을 보면 결국은 20대 남성들에게 어필하고 자신의 당권을 잡기 위해 급하게 내세운 것이다”라며 “(정치를)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법안 발의를 통해) 동의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룰이 당원 100%로 변경됐고, 80만 명이 넘는 국민의힘 당원 중 20~30대 비율은 30%에 육박한다. 이준석 전 대표 체제 당시 2030 당원이 대거 유입된 결과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남성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철수 의원 측 손수조 대변인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당대회 후보 공약으로는 좀 생뚱맞다”며 “여성 군사 훈련·민방위 등은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굉장히 섬세하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다. 육아, 워킹맘 등의 문제도 있다”라며 역효과가 일어날 것이란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김 의원 캠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민방위 훈련에 소비되는) 1년에 4시간이라는 시간이 워킹맘, 일하는 여성들에게 있어서 위급하게 쓰여질 때가 있다. 물론 이 부분을 생각 안 하는 것이 아니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 분명히 민방위법 개정이 필요하며 (손 대변인의 주장이) ‘다소 억지스러운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든다”라며 “대한민국에서 중요한 아젠다인 여성 관련된 정책 역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시민들 사이에서는 민방위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20대 여성 이모 씨는 “기본적인 훈련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악의 상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기본적인 훈련도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만약 전쟁이라도 나면 정말 도망만 다녀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20대 직장인 김모 씨도 “이태원 참사 당시 남성들은 군대에 의무적으로 다녀와서 모두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었지만 여성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남녀 모두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여성 민방위 훈련에 반대하는 20대 남성 한모 씨는 “김 의원이 여성 민방위를 주장하고 있는데 솔직히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안 한다”라며 “이준석 전 대표가 한번 성공했으니 다시 한번 (남녀 갈라치기를) 시도하려는 것으로만 보이는데 차라리 군인 월급이나 신경 썼으면 좋겠다”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