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내년 금리인하 계획 없다”
불신하는 시장 “9월 25bp 인하”
저무는 킹달러‧‧‧103선까지 하락
주가 하락에도 미국 2년물 하락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내년에도 금리인하 계획이 없다’고 밝히자 시장이 이 발언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달러가치는 떨어지고 미 국채 2년물도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내년에도 금리인하 계획이 없다’고 밝히자 시장이 이 발언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달러가치는 떨어지고 미 국채 2년물도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내년에도 금리인하 계획이 없다’고 밝히자 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최종금리를 상향 조정했으니 매파적 발언이라고 해석하는 부류와 향후 인상 폭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시적인(micro) 비둘기적 포지셔닝에 불과하다는 주장으로 나뉜다.

시장은 지금까지 파월의 매파 발언 이전과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나쁜 소식이기에 미국 증시는 하락장에 있지만 ‘킹달러’가 아닌, 달러 값이 뚝 떨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미래의 금리 바로미터인 미 국채 2년물도 파월 발언 이후 4.1%대 아래로 내려왔다. 시장은 파월을 불신하고 있다.

20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연준이 내년 9월 0.25%포인트 첫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연준이 12월에도 0.25%포인트 금리를 인하하면서 내년 총 0.5%포인트 금리인하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종금리 수준과 도달 시기도 연준과 다르다. 파월 의장은 내년까지도 금리인하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내년 2월과 3월 0.25%포인트 인상으로 최종금리(4.75%~5.00%)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25%~4.50%다.

파월이 ‘스크루지’ 연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시장의 흥분을 잠재우기 위해 투자자가 듣고 싶어 하는 소식을 일부러 늦췄다는 것. 12월 FOMC 이전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로 시장은 금리인하 시기가 앞당겨졌다고 기대에 차 있었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 증시도 상승세였다. S&P500은 4000선을, 나스닥 종합지수도 1만1000선을 훌쩍 넘겼다.

12월 FOMC 이전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로 시장은 금리인하 시기가 앞당겨졌다고 기대에 차 있었다. /로이터=연합뉴스
12월 FOMC 이전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로 시장은 금리인하 시기가 앞당겨졌다고 기대에 차 있었다. /로이터=연합뉴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연준은 FOMC 직전 시장이 좋으면 매파적인 발언을 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종금리를 올린 것도 시장이 흥분하지 않도록 일부러 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둘기적 발언으로 오히려 자산 시장이 뜨거워지면 연준의 정책 의지가 꺾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속도조절을 하는 대신, 향후 변동가능성이 있는 최종금리 수준을 인상했다는 것.

주가, 금리 인상보다 경기침체에 반응
11월 CPI↑‧12월 FOMC↓‧소매 판매↓

금리가 오르자 미국인의 지갑이 닫히기 시작했다. 미국의 미용실 /로이터=연합뉴스
금리가 오르자 미국인의 지갑이 닫히기 시작했다. 미국의 미용실 /로이터=연합뉴스

최종금리가 4.6%→5.1%로 상향 조정되자 시장은 우선 나쁜 소식으로 받아들이고 반응했다. 이후 소매 판매 등 실물 지표가 지난해 12월(-2.0%) 이후 11개월 만에 최대 폭(11월 소매 판매 -0.6%)으로 감소하자 주가는 뚝 떨어졌다.

금리가 오르자 미국인의 지갑이 닫히기 시작했다. 블룸버그는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소비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러한 소비수요 부진은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소비 부진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는 증시 상황에 즉각적으로 전도됐다. 악재가 덮친 지난 15일(현지 시각) S&P500은 전장보다 –2.49%가, 나스닥 종합지수는 –3.23%가 쑥 빠졌다. 파월의 최종금리 인상 선언에 약간의 하락(S&P500 –0.61%, 나스닥 –0.76%)을 보였던 미국 증시가 경기침체 우려에 반응을 보인 것.

정 연구원은 “저번 주는 둔화한 CPI로 환호하다가 FOMC로 다운되고 소매 판매로 하락세가 심화한 모양새다”라며 “중간에서 평균을 찾아가는 상황으로 보인다. 경기침체가 코앞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소비 부진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는 증시 상황에 즉각적으로 전도됐다. 악재가 덮친 지난 15일(현지 시각) S&P500은 전장보다 –2.49%가, 나스닥 종합지수는 –3.23%가 쑥 빠졌다. /인베스팅닷컴,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소비 부진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는 증시 상황에 즉각적으로 전도됐다. 악재가 덮친 지난 15일(현지 시각) S&P500은 전장보다 –2.49%가, 나스닥 종합지수는 –3.23%가 쑥 빠졌다. /인베스팅닷컴,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본지에 “미국 증시는 금리 변수보다는 경기 침체 정도에 더 반응하고 있다”며 “최근 미국 증시 흐름을 보면 연준 의장이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할 때 플러스 움직임을 보였다”고 말했다.

‘Fed의 습격’에서 벗어난 세계 금융
경기침체 기인한 ‘강달러’ 불씨 여전

최종금리 상향 변수에도 세계 금융이 ‘Fed의 습격’에선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올 한해 연준의 고강도 금리 인상은 전 세계 화폐가치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거행 당시 각국의 달러화 대비 환율과 달러인덱스는 치솟았다. 지난 9월 20년 만에 114선을 넘었다.

현재 달러 값은 파월의 으름장에도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 11월 초부터다. 110선 밑으로 내려왔던 달러인덱스는 104.41을 기록(20일 기준)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밑으로 떨어진 1289.6원에 마감했다. 6월 28일(1283.4원) 이후 4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매파적 발언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2년물 미 국채 금리도 파월 발언 이후 한때 4.1%대로 내려왔다. /인베스팅닷컴,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매파적 발언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2년물 미 국채 금리도 파월 발언 이후 한때 4.1%대로 내려왔다. /인베스팅닷컴,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매파적 발언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2년물 미 국채 금리도 파월 발언 이후 한때 4.1%대로 내려왔다.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연준의 금리 인상 조짐이 보인 올 초부터 지난 10월 말까지 상승세를 지속했다. 10월 31일(종가 4.6584) 4.8%대 고점을 찍은 이후 다소 하락해 현재 4.2%대에 있다.

경제지표는 지금까지의 매파 발언 이후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달러 강세 가능성은 아직 살아 있다. 정 연구원은 “11월부터 달러 약세가 시작된 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이전처럼 1450원대까지 올라간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여전히 1300원은 ‘빅 피겨’로서 눈여겨볼 만한 숫자다. 달러 강세 불씨는 아직 살아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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