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단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사망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하고 있는 이란이 유엔(UN) 산하 여성기구에서 퇴출당했다. 

로이터통신 등의 외신에 따르면,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는 14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이란을 ECOSOC 산하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날 진행된 표결에서 한국을 비롯한 미국·일본·영국 등 29국이 찬성했고, 중국·러시아 등 8국은 반대표를 던졌다. 16국은 기권했다. 

미국이 주도한 이번 결의안은 이란을 CSW에서 오는 2026년까지 잔여 임기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즉각 축출하는 내용이 골자다. 45개국 대표로 구성된 CSW는 정치·경제·사회 등 분야에서 여성의 지위 향상에 대한 보고서를 ECOSOC에 제출, 필요 사항들을 권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날 표결에 앞서 “(이란이 CSW에 소속된 건) 위원회 신뢰성에 오점”이라며 “여성을 위해, 또 자유를 위해 이란을 위원회에서 퇴출하는 데 투표해 달라”고 호소했다. 

최근 이란 정부는 반정부 시위대 참가자들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실제 집행하는 등 강경 진압을 이어가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란 CSW 퇴출에 대해 “이란 정부가 물어야 할 책임에 대해 국제적 공감대가 생기고 있다는 신호”라며 “미국은 시위대 인권을 짓밟고,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폭력을 가능하게 만든 이란에 책임을 묻기 위해 동맹국,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도 성명을 내고 “오늘 투표는 여성과 소녀 등 용감한 이란 국민에게 세계가 보내는 지지의 메시지”라며 “미국은 이란 정부가 조롱하는 가치와 임무를 지닌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에서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해 이란을 제거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