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심리 두 달째 ‘비관적’
“美 소비자물가 꺾인 것 영향”
물가‧환율 안정 25bp인상 무게

향후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전망 기세가 약해지고 있다. 이 같은 ‘기대인플레이션율’ 하락에 인플레가 정점을 통과한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이달 있을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 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기대인플레)은 전월(4.3%) 대비 0.1%포인트 낮은 4.2%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는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전망치를 나타낸다.
석유와 농·축·수산물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기름 값과 식자재 가격이 떨어지면서 기대 인플레가 소폭 하락했다. 또 10월 미국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7%를 기록하며 물가 상승세 정점 통과론도 심리적으로 작용했다.
기대인플레는 고물가 상황에서 근로자(=소비자)가 임금 상승을 요구할 때 전체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임금 상승은 원가 상승을 가져오고 상품에 대한 가격 전가로 이어진다. 이에 물가가 오르고 다시 기대인플레는 높아진다. 이를 ‘물가상승의 악순환’이라 지칭하는데, 이 때문에 전 세계 경제학자들과 금융당국은 기대인플레 지표를 예의주시하고 그 상승을 경계한다.

이런 이유로 기대인플레 하락은 물가 ‘피크 아웃’(peak-out) 기대론을 부상시킨다. 기대인플레는 지난 7월 4.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8월(4.3%), 9월(4.2%), 10월(4.3%), 11월(4.2%)을 거치며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금리 상승과 주택 가격 하락,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 소득 감소로 소비자는 지갑 열기를 꺼리고 있다. 경기 둔화 분위기가 소비자 심리에 직접 미치면서 물가 상방 압력이 떨어지고 있다.
소비자는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11월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51로 전월 대비(150) 1포인트 올랐다. 금리상승 예측은 주택가격 하락 예측으로 이어졌다.
11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61을 기록하며 전월(64)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수는 1년 뒤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응답자 비중이 커지면 하락한다. 지난 7월 이후 역대 최저치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 폭이 확대되고, 매수심리 위축이 지속된 영향"이라고 말했다.

같은 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88.8)보다 2.3포인트 떨어진 86.5를 기록했다. CCSI가 100보다 높을 경우 장기평균(2003년~2021년)과 비교해 소비자심리가 ‘낙관적’,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이라고 본다. 9월 91.4까지 올랐다가 두 달째 하락세다. 소비자는 그만큼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미국 물가상승 기대치 하회 긴축 완화
채권시장 전문가 10명 중 7명 ‘베이비’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통과했다는 평가가 전 세계적으로 불거진 데는 지난 미국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큰 몫을 했다. 10월 CPI는 7.7%를 기록하며 넉 달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근원 서비스 물가와 노동시장이 강하기 때문에 낙관은 시기상조라고는 하지만 고비는 넘겼다는 게 중론이다.

국내 채권시장 전문가도 미국 CPI를 근거로 11월 금통위에서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에게 설문을 진행,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 12월 채권시장지표'를 발표했다.
응답자 중 70%가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답했다. 29%는 0.5%포인트 인상에 손을 들었다. 금통위는 오는 24일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
종합채권시장지표(BMSI)는 103.8로 전월(95.8) 대비 상승했다. BMSI는 100 이상이면 채권가격이 상승(금리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고, 채권시장 심리가 양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100이하일 경우 채권시장의 심리가 위축돼 있다는 뜻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채권시장 안정화 대책, 주요국 긴축 속도조절 기대감 등에 힘입어 물가와 환율의 급등세가 진정될 것으로 기대하는 등 12월 채권시장 심리는 전월대비 전반적으로 호전됐다"고 말했다.
물가 BMSI는 128.0로 전월(86.0)보다 개선됐다. 환율 관련 채권시장 심리도 호전됐다. 환율 BMSI는 114.0으로 전월 45.0보다 69.0포인트 상승했다.
학계도 ‘베이비스텝’
경기침체 동결 의견도

학계에서도 ‘베이비스텝’이 적정하다고 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0.25%포인트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외환시장이 안정되고 있기 때문에 동결도 방법이긴 하다”면서 “그러나 인플레이션으로 안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달 올린 후 동결해도 된다”고 제언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연속적인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금통위는 한미 간 역전된 정책금리 격차를 줄이려는 기조를 가지고 있어,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나 그 폭은 생각보다는 높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인상에 따른 부작용, 이를테면 자금 경색과 부동산 침체로 경착륙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많이 해봐야 0.5%포인트, 아니면 0.25%포인트가 적합하다”고 답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