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수도권 역대 최대 하락
잇단 금리 인상에 매수 냉각
“고금리 맞춰 세제도 고쳐야”

고금리 시대에 맞는 부동산 정책 기조로 대전환하지 않으면 금융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나왔다. /연합뉴스
고금리 시대에 맞는 부동산 정책 기조로 대전환하지 않으면 금융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나왔다. /연합뉴스

고금리 시대에 맞는 부동산 정책 기조로 대전환하지 않으면 금융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나왔다. 현재 과세 체계로는 부동산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것.

16일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현재 부동산 정책은 지난 정부가 저금리 시절 부동산 버블을 완화하기 위해 시행했던 정책”이라며 “버블이 붕괴되고 거래절벽이 심각한 상황에서 고금리 시대에 맞는 정책으로 하루빨리 바꾸지 않으면 금융위기가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10월 전국과 수도권 아파트값이 전달보다 각각 1.20%, 1.52% 떨어졌다. 2003년 12월 시세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낙폭이다.

서울 주택 종합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81%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가장 많이 떨어졌다.

전국(-0.77%) 및 수도권(-1.02%) 주택 종합 매매가도 전월보다 낙폭이 확대됐다. 이 역시 2008년 12월(-0.78%, -1.17%) 이후 최대 폭으로 내렸다. 특히 경기도는 전월 대비 1.10%, 인천은 1.29% 떨어져 월간 하락 폭이 1%를 넘었다.

하염없이 내리는 집값에 정부는 이달까지 세 차례에 걸쳐 규제지역을 풀었다. 지난 10일에는 서울과 경기 성남(분당, 수정), 과천, 하남, 광명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의 규제를 풀었다.

그럼에도 지난 9월 말 조정대상지역 등에서 풀린 5대 광역시와 지방은 각각 주택 가격이 0.88%, 0.55% 내렸다. 전월(-0.64%, -0.35%)에 비해 내림 폭이 확대됐다.

김 교수는 “서울과 몇몇 경기도 지역을 제외한 도시에만 규제지역을 해제했는데 이러한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며 “또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이 너무 무겁고 대출받으려면 이자까지 높으니까 부동산 거래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양도소득세, 즉 자본이득세는 미국과 일본에서는 20%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국은 2주택 이상 소유자에게 83%를 걷는다.

가령 100만원에 매수한 아파트가 200만원까지 올라 100만원의 이득을 봤다면 일본에서는 20만원의 세금을, 한국에서는 83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는 셈이다. 이러한 과세체계가 고금리와 함께 부동산 거래를 경직시키고 있다.

한미 금리역전차 좁히기 위해 금리 인상
“당분간 고금리 유지, 집값 더 떨어질 것”

부동산 거래절벽은 거듭된 금리인상에 기인한다. 한은은 미국과 금리 역전차를 좁히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 7월 사상 처음으로 첫 ‘빅스텝’(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12일 두 번째 '빅스텝'을 결정해 10년여 만에 기준금리 3% 시대를 열었다. /자료=한국은행,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12일 두 번째 '빅스텝'을 결정해 10년여 만에 기준금리 3% 시대를 열었다. /자료=한국은행,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지난 10월에는 두 번째 빅스텝을 결정, 1년여 만에 무려 1.75%포인트를 상향 조정해 10년여 만에 기준금리 3% 시대를 열었다.

고금리로 대출받기가 힘들어지자 부동산 매수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었다. 시세보다 가격을 낮춘 ‘급급매물’만 거래되고 있다. 이는 주택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김 교수는 “고금리가 유지되면 부동산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갈수록 더 떨어질 것”이라며 “그러나 금리를 내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미국과 금리역전차가 벌어지면 자본유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매매가뿐 아니라 전세 가격도 끊임없는 하향 추세다. 지난달 주택 종합 전셋값은 서울이 0.96% 내려 전월(-0.45%)의 거의 2배 수준으로 낙폭이 확대됐다. 인천(-1.36%)과 경기(-1.39%) 역시 전월보다 하락 폭이 커졌다.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도 1.42% 떨어져 역시 전월(-0.67%)의 2배 이상으로 낙폭이 커졌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 월간 하락률은 2009년 1월(-1.74%) 이후 3년 9개월 만에 최대다.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도 1.42% 떨어져 역시 전월(-0.67%)의 2배 이상으로 낙폭이 커졌다.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도 1.42% 떨어져 역시 전월(-0.67%)의 2배 이상으로 낙폭이 커졌다. /연합뉴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매매가 되지 않자 전월세로 돌려 내놓는 물건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가파른 금리 인상에 전세 수요마저도 월세 수요로 전환되면서 오히려 월세 가격이 오르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마저도 상승 폭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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