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성장률에 秋 “성장 지표 볼 때 진입 아냐”
전문가 “미국과 같은 기준으로 진단하면 안 돼”

한국의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저성장) 진입 여부에 대한 정부와 전문가 간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 다수 전문가는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는 반면 금융당국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미국과 같은 기준으로 경기 침체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안일한 시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금융당국이 현재 한국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아니라는 점에서 경기침체로 진단하지 않는데 이는 미국에나 적용해야 한다”면서 “미국과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미국은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이 6만~7만 달러대 성숙한 경기고 우리나라의 경우는 3만 달러대로 좀 더 발전해야 하는 경기 수준”이라며 “미국과 같은 침체 기준(마이너스 성장률)을 적용하는 것은 우리나라 경기 현실과 맞지 않는다. 앞으로 침체 속도가 가속화될 텐데 현재 경기 침체 단계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해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6만1280달러로 집계됐다. 코로나 19가 발발했던 2020년 5만8000달러까지 떨어졌지만 다시 회복했다.
그러나 한국의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3656만원(약 2만5397달러)에 그쳤다. 국민소득 규모가 2배 이상 차이 난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기준대로 마이너스 성장일 때 침체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
미국의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6%, 1분기는 –1.6%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마이너스 성장만 지속했다.
반면 한국은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은 0.7%, 1분기는 0.6%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진 않았다. 이 지표가 우리나라 금융당국이 한국이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한국은행은 지난 22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민간 소비 증가에 힘입어 예상보다 높은 0.7%를 기록했다”면서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0.1~0.2%(전분기 대비)씩 성장하면 올해 GDP 성장률 2.6% 달성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0%대 성장으로 올해까지는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실제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현재까지 우리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단계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추 부총리는 “5%대 후반, 6% 안팎의 물가 상승률은 분명히 고물가로 부담이 있는 인플레이션 상태”라며 “현재까지 성장 지표 자체는 경기 부진, 스태그플레이션을 운운할 수 있는 정도의 지표는 아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내총생산 갭 –1.0% 스태그 이미 진입
규제 완화하는 미시정책으로 위기 돌파
한국 경제는 이미 고물가, 경기침체 상황에 진입했다고 진단된다. 2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의 조경업 경제연구실장은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스태그플레이션 시대의 경제정책' 세미나에서 “한국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초입 단계”라고 밝혔다.
이날 조 실장은 “미국의 9월 물가상승률이 8.3%로 2000년 이후 평균치(2.6%)를 훌쩍 웃돌고 1분기 경제성장률도 잠재성장률(2.1%) 대비 2.7%포인트 낮은 –0.6%”라며 “한국은 물가상승률이 미국보다 낮은 수준이며 국내총생산 갭(실질GDP와 잠재GDP 간 괴리)도 -1.0% 수준이라 스태그플레이션 입구에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한경연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올해 2.3%, 내년 1.9%로 전망했다. 한은이 전망한 올해 성장률(2.6%)보다 0.3%포인트 낮다.
내년 3고(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에 따른 성장 둔화는 금융당국과 전문가 사이 이견이 없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장기화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른 고물가도 지속되면서 금리는 더 상승하는 악순환에 놓이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전문가는 미시정책으로 경제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 교수는 “거시정책은 미국의 금리인상과 부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규제개혁, 노동개혁, 법인세 인하, 반도체 고급 인력 육성 등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회에서 규제 완화를 위한 법안 통과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