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자이언트스텝에 환율 1400원 돌파
물가 잡겠다던 추 팀장 “한국은행이 할 일”
‘태세전환’하는 금융 수장들 李 빅스텝 시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리 인상 속도나 수준 등은 중앙은행의 고유 권한”이라면서 “환율이나 내외 금리차, 가계부채, 경기 등 복합적 변수 속에서 복잡한 방정식을 잘 풀어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리 인상 속도나 수준 등은 중앙은행의 고유 권한”이라면서 “환율이나 내외 금리차, 가계부채, 경기 등 복합적 변수 속에서 복잡한 방정식을 잘 풀어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 22일 새벽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자 금융당국 수장들이 회피 혹은 ‘태세 전환’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 지붕을 뚫으면서 경기침체와 물가상승, 외환위기 우려까지 겹치면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리 인상 속도나 수준 등은 중앙은행의 고유 권한”이라면서 “환율이나 내외 금리차, 가계부채, 경기 등 복합적 변수 속에서 복잡한 방정식을 잘 풀어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에 엄습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에 국가가 당면한 고난도 문제 풀이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에게 ‘토스’한 것이다.

25일 추 부총리는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금리 인상 필요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느냐에 심각한 고민 지점이 있다"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많은 고심을 하며 결정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너무 커지면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그걸 가파르게 쫓아가자니 국내 경기 문제나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여러 대출자가 금리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서 추 부총리는 경기침체 및 가계부채와 금융위기 사이 정책 방향 결정의 곤란함을 드러냈다. 끝내 금리인상 기조 방향에 대해선 한국은행에 답변을 미뤘다.

추 팀장 '행방불명'‧‧‧물가 안정 책임자 어디로
대외 건전성 지표 양호? 장밋빛 전망 진행 중


이는 그동안 추 부총리가 보여준 책임감 있는 리더 이미지와 사뭇 다르다. 지난 6월만 해도 추 부총리는 우선 과제가 물가 잡기와 민간주도성장임을 밝히면서 "모든 부처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소관 분야 물가 안정은 직접 책임진다는 자세로 총력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지시했다.

또 추 부총리는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 개선을 위한 경제 분야 규제혁신 TF를 출범, 팀장을 자처하기까지 했다. 이 또한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고환율에 수출입 기업 모두 비용 지출이 늘어나면서 경영난만 우려되고 있다.

특히 유류비, 항공기 리스료 등 대부분의 비용을 달러로 지급하는 항공사와 달러 빚 많은 배터리, 석유화학 업계, 원재료 수입 비중이 큰 철강업계가 고환율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이 100원 오르면 3500억원의 손실을 입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이 100원 오르면 3500억원의 손실을 입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합뉴스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이 100원 오르면 3500억원의 손실을 입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달러 표시 외화 부채는(연결기준) 지난해 말 3조4119억원에서 올해 6월 말 4조2493억원으로 24.5% 급증했다. 국내 주요 철강업체의 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대비 절반 수준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런데도 추 부총리는 연준의 자이언트스텝 이후 열린 22일 오전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과거 금융위기 등과 비교해 현재 우리의 대외 건전성 지표들은 양호한 상황이기 때문에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면서 “정부와 중앙은행, 금융감독원은 '원 팀' 정신으로 상시 긴밀한 정책 공조를 바탕으로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시장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10월 빅스텝 시사‧‧‧이창용 입에 모인 눈들
'전제' 달라졌다? 한달새 ‘베이비→빅’ 전환


국가 경제난의 고난도 방정식을 풀어야 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0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빅스텝 단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직후 이 총재는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0.25%p씩 올리겠다고 한 전제조건이 바뀌었다”고 언급했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확실시되자 상황이 달라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 단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 단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총재는 지난 8월 금통위에서도 “전망했던 경로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연말까지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고집했다.

이날 이 총재는 “지난 수 개월간 드린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예고 지침)에는 전제조건이 있다”며 “포워드 가이던스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연준의 최종금리에 대한 시장 기대가 오늘 새벽 4% 수준 그 이상으로 상당 폭 높아진 것”이라고 답했다. 연준의 최종금리 예상이 4%에서 한 달 만에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환율이 물가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이를 잡기 위해 어떤 정책을 해야 하는지가 (한은의) 큰 의무”라고 말했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 1400원을 돌파, 장중 1410원을 넘긴 1413.2원까지 치솟았다. /자료=한국은행,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 1400원을 돌파, 장중 1410원을 넘긴 1413.2원까지 치솟았다. /자료=한국은행,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원‧달러 환율은 연준 기준금리와 동반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 1400원을 돌파, 장중 1410원을 넘긴 1413.2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은 연준의 첫 번째 자이언트스텝(6월 16일) 이후, 6월 23일 13년 만에 1300원을 돌파한 이후 △8월 29일 1350원 △9월 2일 1360원 △9월 5일 1370원 △9월 7일 1380원 △9월 14일 1390원 선을 넘었다.

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서는 올해 말 금리 수준이 4.4%로, 내년 말 금리 수준은 4.6%로 조정됐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3~3.2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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