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젠더 의식이 부도덕한 언행 일으켜
대다수 2030 남성 “역차별 있다” 불만 

논란이 된 대전대 모 학과 임시 주점 메뉴판 /온라인 커뮤니티
논란이 된 대전대 모 학과 임시 주점 메뉴판 /온라인 커뮤니티

대전대 축제 주점에서 불거진 ‘음란 메뉴판’ 논란과 관련해 2030 남성의 젠더 감수성 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분법적인 성 역할 고정 관념에서 오는 낮은 젠더 의식이 성적으로 부도덕한 언행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2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3일 대전대 모 학과 학생회는 축제가 시작된 21일 저녁부터 ‘오빠···여기 쌀 것 같아’라는 간판이 걸린 임시 주점을 운영, 간판 반대편에는 선정적으로 작명한 메뉴들을 걸어 놨다. 여기에는 다수의 매체가 보도했듯이 음란물을 연상시키는 메뉴들이 적혀 있었다.

학교는 축제 다음날 아침에야 전날 쓰레기들을 청소하는 과정에서 이 일을 인지했고 이후에 철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박스를 뜯어 급조한 메뉴판으로 추측한다. 당일에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축제를 주관한 총학생회는 자숙의 의미로 축제의 마지막 날인 23일, 오전 중 다른 학과 주점까지 전부 철거했다”고 밝혔다.

대전대는 해당 부스 컨셉을 기획한 학회장(20대‧남)의 추가 징계 절차를 논의 중이다. 대전대 재학생 김씨(20대‧여)는 "해당 학생회의 성비는 남자가 더 많지만 함께 기획하고 승인한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전했다.

대학교 축제 주점에서 선정적인 문구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에는 전북 소재 대학의 호텔관광과가 같은 간판을 내세워 논란이 일어 사과했다.

2017년 6월에는 강릉 소재의 대학 모 학과에서 ‘89싶다 49싶다’라는 간판으로 임시 주점을 운영해 논란이 일었다.

학생을 대상으로 한 단톡방 성희롱 사건도 한동안 논란이 됐다. 지난 6월에는 경기 소재 의과대학 탈의실에서 스마트폰 모양의 카메라로 재학생들을 몰래 촬영한 남학생이 기소됐다. 이밖에도 최근 4년 동안 16개가 넘는 학교가 단톡방 성희롱 건으로 언론에 오르내렸다.

 

‘음란 메뉴판’ 유머로 소비  
젠더 감수성 부재가 원인

전문가들은 소위 2030 젊은 남성들을 가리키는 ‘이대남’들의 젠더 감수성의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젠더 감수성은 성별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이해관계에 대한 공감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특정 사회 안에서의 성 역할 고정관념과 관련 있다.

임혜숙 계명문화대학교 겸임교수는 논문 ‘젠더 감수성에 대한 개념분석’에서 “단순하게 젠더와 관련된 지식을 알아차리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젠더 간 차이를 인정하는 과정에서 바탕이 되는 심리적 태도 및 가치와 깊은 연관이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임 교수는 “성 역할 고정 관념이 강하게 형성된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성 불평등이 무엇인지조차 인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네티즌과 재학생들은 논란이 된 대전대 메뉴판에 대해 '유머를 유머로 받아들이지 못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임 교수는 “일상적인 성차별주의와 고정된 젠더 이분법적인 생각을 감지하고 성차별적인 사고나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능력을 위한 질적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이대남 “젠더 관계, 남성에게 불평등하다” 주장
전문가 “특정 성별에 범죄 빈번, 평등한지 의문” 

한국 남성들이 여성을 적대적으로 보지는 않지만 현재 사회구조가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추지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조교수는 논문 ‘청년 남성들의 젠더 인식 다층성’에서 청년 집단의 젠더 인식을 연구했다. 추 교수는 이 연구에서 △평등당위수용(17.2%) △보수(20.8%) △변혁지향(14.2%) △같음지향(47.7%) 네 개로 분류했다.

청년 남성들의 젠더 인식 현황 /여성경제신문
청년 남성들의 젠더 인식 현황 /여성경제신문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집단인 [같음지향]형은 젠더 관계는 이미 평등하다고 생각하며 여성 참여 기회를 증진하려는 정책 확대에는 대체로 반대하는 유형이다. 그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보수]형은 모든 차별에 완강한 반대를 보이며 현존하는 여성 억압의 상황을 정당하게 여기고 변화에 저항하는 집단이다.

[평등당위수용]형은 성차별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의 확대를 포함해 성평등 정책 확대에 우호적인 집단이다. 그러나 전통적 성역할규범에 대한 수용도가 가장 높고 [보수] 다음으로 남성의 성평등 활동 참여에 소극적인 집단이다.

가장 적은 비율을 차지하는 [변혁지향]형은 전통적 성역할 규범을 가장 거부하며 현행 젠더 관계가 여성에게 불평등하고 여성에 대한 차별에 적극적인 개선과 변화를 촉진하는 집단이다.

연구 결과 네 집단 모두 전통적 성역할 규범에 대해 동의를 거부하는 편이며 여성을 적대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 역시 약했다. 그러나 [변혁지향]을 제외한 집단은 현재의 젠더 관계가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응답했다.

추 교수는 “학교폭력이나 군 인권, 직장 괴롭힘 담론을 젠더링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다수의 ‘이대남’이 ‘성 평등’을 지향하는데도 특정성별에 대한 범죄가 빈번한 현상을 평등하다고 할 수 있을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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