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 돌파‧자본유출 확대‧‧‧외인 17조 순매도
개미 매물 하루새 4000억원 쏟아내 반대매매 11.6%

미국을 선두로 한 주요국의 금리인상 릴레이로 글로벌 증시가 내리꽂히고 있다. 강달러 기조와 각국 화폐가치 하락(달러화 대비 환율 상승), 경기침체 우려로 세계 주식시장에서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국내외 개인투자자들이 ‘고’와 ‘스톱’ 사이 혼란 속에 있다. 코스피 지수는 26개월 만에 장중 2200선을 붕괴했다.
27일 여성경제신문이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전날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각각 2449억원, 1903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투자자가 대대적으로 매물을 내놓으면서 증시가 고꾸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만 국내 증시에서 약 17조 규모를 순매도했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은 1년여 만에 620조원 증발했다.
27일 현재(오후 1시 35분 기준) 코스피는 2208.32(-0.57%), 코스닥지수는 687.79(-0.68%)로 연일 추락하고 있다. 이날 2시 30분께 장중 2200선이 2년 2개월 만에 붕괴되기도 했다.
폭락장 속 한국 개미의 대피는 이미 시작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준 금리 인상 직전인 지난 21일 투자자 예탁금은 50조779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8월 12일(50조2996억원) 이후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개인투자자도 투자금을 청산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섰던 22일 18조9134억원을 기록했다. 두 달 전 주가 급락으로 ‘빚투 개미’들의 강제 청산이 있던 8월 초(5일, 18조8363억원) 이후 한 달 반 만에 18조원대로 내려왔다. 이달 미수금 반대매매 비중은 11.6%로 7월(9.7%)과 8월(8.4%) 최고점보다 높다. 지수 급락으로 이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증시 ‘와르르’ 미국 개미는 저가 매수
해외 전문가 “S&P500이 3022까지 급락 가능”
국내 증시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도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존 주가(SXXP 390, 연중 –20%)는 경기침체 우려로 7월 저점을 하회했다. 미국 다우지수(29,590, -18.6%)도 6월 저점을 하회, 아시아에서는 홍콩 항셍지수(17,867, 연중 –23.6%) 등이 연중 저점으로 고꾸라지고 있다. 한국 코스피도 연중 –25.4%가 급락했다.(26일 기준)

국내와 다르게 미국 개인투자자들은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증시가 지난 2020년 6월 이후 최대 폭으로 급락했던 이달 13일에도 개인들은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20억 달러 이상 매수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펀드에는 총 890억 달러가 순유입됐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수석투자전략가 마이클 하트넷은 S&P500이 내달에 3022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도 올해 말 S&P500이 3600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26일(미국 동부 시각) S&P500은 3655.04로 마감가 기준 올해 들어 최저치를 경신했다. WSJ는 “미국 개미들은 저가매수를 고집하고 있어 손실만 키울 뿐”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시장의 하락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른 강달러 기조와 이에 따른 달러화 대비 환율 상승에 기인한다. 연준은 지난 22일 3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해 미국 기준금리를 3~3.25%로 끌어올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율 목표치 2%를 달성할 때(8월 미국 인플레율 8.3%)까지 긴축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화폐가치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로화(-0.42%), 위안화(-1.20%), 엔화(-2.66%), 원화(-3.02%)가치가 하락했다(26일 기준).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년 6개월 만에 1431원을 터치했다.
미국 물가 잡힐 때까지는 긴축 기조
연말까지 불안 “배당 높은 주 투자”
국내 전문가들은 올해까지 국내외 증시가 불안할 것이라고 봤다. 미국 인플레가 잡히기 전까지는 연준이 고강도 긴축을 지속할 것이라는 것.
김영일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장은 “연준의 예상보다 빠른 금리인상으로 달러화 표시 자산들이 회수되고 있다”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준이 높아서 잡힐 때까지 긴축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 미국 주택 값이 최고점을 찍고 떨어지는 것으로 보이는데 올 4분기까지는 시장이 불안정한 추세를 보이다가 내년 1분기부터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연말까지는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은행주와 같은 안전하고 배당이 높은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이 좋고 내년 1분기부터는 IT와 반도체 종목을 눈여겨보는 것이 좋겠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