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기저 효과에 50년만의 고용 호황
반대로 실업수당 신청자 증가하는 추세
스태그 방심하던 中 부동산 붕괴 가속화

'긴축 올림픽'으로 불릴 정도로 세계 각국이 일제히 허리띠 죄기에 돌입한 가운데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중국이 가장 먼저 경기 침체에 휩쓸리면서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 상황을 판단하는 비영리 민간 연구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경기침체에 대한 결론을 쉽사리 내리지 못하고 있다. NBER은 경제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일 때 경기 침체로 규정하는 경향이 있지만, 고용 지표를 보면 침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올 1~2분기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각 -1.6%, -0.9%)해 이미 기술적 경기 침체에 진입했다. 그러나 지난 7월 실업률을 보면 3.5%로 1969년 이후 최저치였던 2020년 3월과 동일한 수치인 완전 고용수준에 이르렀다.
코로나19 락다운으로 인해 발생한 미국의 대규모의 실업은 통계에 안 잡히는 자발적 실업으로 분류됐다. 2020~2021년 미국 기업은 급격한 노동공급 감소로 구인난을 겪어오며 임금을 상승시켜 왔다. 이어 미국의 유연한 노동시장 특성에 힘입어 올해 들어 급격히 고용이 이뤄지면서 통계상 완전고용에 이르렀다. 김성재 미국 가드너웹대학교 교수는 "락다운 당시 전체 실업자 숫자가 폭증했다가 이후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중에도 경기둔화 압력이 지속되면서 실업수당을 받는 이들은 늘고 있어 경기 침체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물가를 잡기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이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고용지표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이 통계적 오류 개입 여지가 적은 신규실업 수당 청구건수를 활용해 경기 침체 여부를 추정한 결과를 보면, 해당 실업수당 증가 지표는 7월 30일 기준 89를 기록해 경기침체 임계치인 90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 고용은 물가가 반영되지 않는 명목 지표이기 때문에 노동시장을 근거로 경기침체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착시일 가능성이 높다. ISM제조업지수, NAHB주택지수, 미시건소비심리지수 등 경제심리 지수는 악화일로여서 단기적 고용 호황을 통해 시간을 번 것일 뿐이라는 전문가들도 다수다.
본지도 [Fed의 역습]③ '회색코뿔소' 앞에 선 파월, 고용 믿고 경제위기 부정 편을 통해 임금 또는 소득의 실질가치 변화가 없었음에도 (물가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은) 명목 임금이 올랐다는 이유로 부가 증가한 것으로 해석되는 일종의 화폐환상(money illusion)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 노동자적응및재훈련통보법(WARN Act)에 의하면 공장 폐쇄나 대량 정리 해고는 60일 전에 미리 통지해야 하는데, 2021년 대비 올해 예정된 대량 해고 건수는 30% 낮다. 박윤정 연구원은 "이같은 사실을 종합하면 경기둔화 압력 때문에 실업수당이 늘고 있는 것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기 침체 단정하기 어렵지만
중국 실물경기 악화 너무나도 뚜렷
미국 경기 하강의 폭과 속도를 단정 짓기는 쉽지 않은 가운데 인플레이션 영향이 적었던 중국 경제는 경기 침체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박성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지난 6월 중국 31개 대도시 실업률은 6.7%로 전월 대비 0.7%포인트 급등했다.
건설 등 실물 경기도 암담하다. '헝다'부터 시작된 부동산업체의 잇따른 디폴트 선언 등 악재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경기 하방 압력이 지속되면서 재정부양 정책을 아무리 써도 당초 목표한 5%대 성장률 달성은 불가능하고 3%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부동산 부문의 침체가 경제 전반을 끌어내리는 전형적인 경기침체 상황에 놓여 있는 듯 보인다"며 "4분기 우리를 고민스럽게 하는 곳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과 유럽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진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진행돼온 위안화 평가절상이 부동산시장의 버블 붕괴를 가져와 플라자협의 이후 장기 침체에 빠져들었던 일본 경제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의 경우 금융시장을 꽁꽁 걸어 잠그고 있어 대부분의 투기성 자금이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개발 및 유통시장으로 몰리는 구조다. 그렇게 유입된 달러가 빠져나가면서 거품이 붕괴하는 위기가 닥쳤다는 것이 증권가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모건스탠리증권 차이나의 장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에는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위안화 가치가 강세를 띠었지만 4분기에 접어들며 중국 경제가 3중 압력(수요 위축·공급 충격·전망 악화)에 직면하게 됐다"며 "위안화가 장기간 평가절상된 가운데 중미 금리차가 축소하고 수출 증가세가 꺾이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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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해설 : 플라자합의 1980년대 초반 일본이 엔화 평가 절하에 힘입어 수출 1위의 제조업 국가로 올라서자 이를 경계한 미국은 1985년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미 달러를 일본 엔과 독일 마르크에 대해 절하시키기로 합의를 이뤘다. 플라자합의 이후 미국의 의도대로 달러의 가치는 급격하게 떨어졌다. 이전까지 1달러=200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1달러=100엔대까지 추락해 '잃어버린 20년'으로 평가받는 엔고 시대가 열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