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강남·양천 등에 빗물 터널 추진
박원순 취임 후, 강남 일대 설치 철회
빗물 터널 남은 '양천구'만 피해 적어
당시 시의회서 실무자 간 대립 발생

2011년 오세훈 시장의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계획을 박원순 전 시장이 전면 철회했다는 내용을 당시 시의회 회의록에서 확인했다.
1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 결과 오 시장은 지난 2011년 서울시 '유역조정안'을 통해 '대심도 지하저류터널' 방안을 발표했다. 집중호우 때마다 강남 인근에 침수가 발생하자, 지하로 터널을 뚫고 빗물을 한강으로 빠지게 해 상습 침수를 해결하겠단 것이다. 하지만 같은 해 오 시장 후임으로 취임한 박 전 시장은 '설치 비용'을 문제로 대심도 설치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대심도 빗물 터널은 일반 배수시설과 '최대 처리 용량', '배수관 지름', '저류 용량'에서 차이가 있다. 현재 강남역에 설치된 일반 배수시설은 시간당 80~85㎜의 빗물을 내보낼 수 있다. 배수관 지름도 최대 7.1m다.
당시 오 시장은 서울시내 총 7곳에 대심도 빗물 터널을 설치하겠단 계획을 내세웠지만, 양천구를 제외하고 모두 무산됐다. 결과적으로 95~100㎜ 최대 처리, 배수관 지름도 10m에 달하는 대심도 빗물 터널이 설치된 양천구에선 이번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가 적었다.

朴 전 시장, 의회 반발에도 '대심도 전면 철회'
2011년 대심도 설치 계획이 발표된 뒤 취임한 당시 박원순 전 시장은 공사비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대심도 지하저류터널 방안을 전면 철회했다. 그러자 서울시의회에선 이를 두고 실무자 간 이견이 나타나기도 했다.
2012년 9월 6일 진행된 서울시의회 전체 회의에서 당시 최강선 의원은 류경기 서울시 대변인에게 "대심도 터널, 광화문 광장·강남역 사거리에 설치해서 수해 예방하겠다고 했는데, 박원순 시장 들어오면서 안 했다. 진행 상황 보고해달라"고 질문했다.
이에 류 대변인은 "물론 재정이 허락한다면 단기간 내에 모두 정리하고 (공사를) 끝내면 참 좋겠지만, 재정 여건이 어려운 여건에 있기 때문에 우선은 시급하고 필요한 부분부터 해 나가고 있다"라며 "그러다 보니 지금 몇 군데는 침수를 면하지 못하는 부분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같은 해 12월 3일 진행된 전체 회의에서도 대심도 설치 진행 상황이 언급됐다. 당시 서영갑 위원은 김병하 도시안전실장에게 "오세훈 전 시장이 1조원을 들여 강남역 등 상습 침수 구역 7곳에 대심도 빗물 터널을 짓겠다고 했다"며 "현재 상당 부분 계획이 틀어졌는데, 추진 상황 보고해달라"고 주문했다.
김 도시안전실장은 "박 시장이 들어오고 대심도가 정말 유일한 대안인지에 대해서 전문가, 시민단체 등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라며 "강남역 일대를 검토해 본 결과 꼭 대심도가 아니라도 유역을 분할해서 하수관거를 설치하면 해결이 될 수 있겠다는 그런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청 관계자는 본지에 "당시 1317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든다는 이유로 대심도 빗물 터널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됐고 시민단체의 부정적 의견도 있어 대심도 빗물 터널 공사를 보류했다"라고 설명했다.
박 전 시장도 당시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애당초 강남역 일대는 지형이 낮아 배수 대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며 "재산 피해는 물론 시민의 안전이 걸려 있어 속도를 늦추더라도 만전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 "대심도 빗물 터널 공사 다시 시작"
지대가 상대적으로 낮은 강남역 일대는 2010년과 2011년에도 집중호우로 인해 침수됐다. 서울시는 2015년 3월,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계획을 무산시키고, ‘강남역 주변 종합배수 대책’을 발표했고 2016년, 하수관로를 바로 잡는 보수 공사에 착수해 2018년 6월 완료했다. 하지만 2022년 침수 피해는 반복됐다.
윤경호 가천대 건축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지난 8일 발생한 폭우로 인해 강남구 일대는 물바다가 됐다"면서 "양천구도 상황은 비슷했지만, 강남 일대에 비해 피해가 적었다. 강남 일대 배수 시설의 빗물 최대 처리 용량이 1.5만t인 반면 양천구는 32만t이다. 대심도 효과를 본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0일, 오 시장은 박 전 시장 재임 당시 철회됐던 '대심도 빗물 저류 배수시설' 계획을 복원한다고 발표했다. 오 시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상습 침수지역 6개소에 대한 빗물 저류 배수시설 건설을 다시 추진한다. 향후 10년간 1조 5000만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 또 이 사업과 병행해서 기존 하수관로 정비, 소규모 빗물저류조, 빗물펌프장 등을 추진해 총 3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침수 피해가 컸던 강남역 일대, 도림천과 광화문 빗물 저류 배수시설을 2027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관악구, 동작구, 구로구, 영등포구를 흐르는 도림천의 경우 하천의 월류로 인해 침수 피해가 발생하는 취약지인 만큼 이곳에도 3000억원을 투입해 빗물 저류 배수시설을 건설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