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0.7%성장···민간 소비 반짝 효과
한은 "대출 금리 상승이 소비 여력 위축"
내수 지표 '빨간불' 한계기업 도산 우려

경제위기가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내수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연말과 내년에는 더 힘들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27일 한국은행이 금리 상승의 내수 부문별 영향을 점검한 BOK이슈노트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인상이 내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일파만파 커지는 양상이다.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6%로, 한은은 2.7%로 전망한 바 있다. 이어 한은이 발표한 2분기 경제성장률은 0.7%로,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민간소비가 전기 대비 3% 살아난 효과로 관측됐다.
반면 같은날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 대비 0.2%포인트 낮춘 2.3%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유럽 지역의 높은 인플레이션, 중국의 성장둔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가 반영된 것이다.
민간 소비 침체 징후는 최근 데이터에서도 나타난다. 한은이 발표한 7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6.0으로 지난달에 비해 10.4포인트나 하락했다. 이 수치가 100을 밑돌면 장기평균(2003∼2021년)과 비교해 경기 전반에 대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특히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빠르게 상승하는 현상은 가계 소비 여력을 더욱 옥죌 전망이다. 박경훈 한국은행 조사국 동향분석팀장은 "자산가격 하락과 이자수지 악화에 따른 소비 둔화의 영향이 (저축을 늘리는 효과에 비해)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금리 상승은 자금조달비용을 증가시켜 설비투자도 둔화시킨다. KDB산업은행 조사를 보면 지난해 설비투자 외부자금의존도는 비제조업(43.9), 비IT제조업(26.3), IT제조업(1.6) 순이다. 환율이 상승하면서 외부자금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부담이 완화될 수 있지만 이 역시 부분적이란 얘기다.
특히 당장 도산 위험이 큰 한계기업의 경우 다른 기업보다 금리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BOK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곽법준 한은 조사국 과장은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낮아지면 설비투자가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금리인상 민간소비-설비투자에 악영향
정부 긴축 고수, 잘못된 투자 교정해야
기업들의 시설투자(CAPEX) 및 인수합병 활동도 위축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수요예측조차 포기하고 코스피 상장을 철회하고 SK쉴더스·원스토어 등이 5월 흥행에 잇따라 참패하며 IPO를 포기했다. 지난 25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회사채 발행액도 53조4292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72조8323억원) 대비 26.6%나 감소했다.
특히 회사채 금리에서 국고채 금리를 뺀 신용스프레드도 회사채 ‘AA-’ 3년물의 경우 0.93%포인트나 벌어지면서 조달시장이 경색 국면에 들어서면서 기업들의 무더기 신용 강등도 우려된다. 6월 한국신용평가는 △한국씨티은행 △넥센타이어 △아시아나항공 △금호전기 △HDC현대산업개발 등에 현재 ‘부정적’ 전망을 부여해 하반기 하향 검토 중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상황에도 기업, 개인 등 각각의 주체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 외에 뾰족한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덕수 총리는 전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2%로 전망하면서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재정건전성 회복"이라고 역설했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과거의 양적완화와 금리 인하 정책으로 인한 잘못된 투자를 교정하라는 신호로 볼 수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 수렁에서 빠져나오려면 이런 고통을 견뎌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