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300억 셀프 상장 이익 재조명
상장폐지 와중에도 100억원대 수수료
금융당국 "소비자 보호 제재 근거 없어"

이석우 두나무 대표이사가 한 기자회견장에서 발표하고 있다. /두나무
이석우 두나무 대표이사가 한 기자회견장에서 발표하고 있다. /두나무

'루나 코인'이 약 99.7% 폭락하면서 전 세계 크립토 시장을 흔드는 가운데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가 루나 셀프 상장 후 상장 폐지에 이르기까지 1400억원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15일 암호화폐업계 등에 따르면 루나 가격 급락으로 손실을 입은 국내 투자자들은 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수십만원에서 수십억원 손실을 봤다는 인증글이 쏟아지고 있다.

두나무는 일찌감치 루나 상장 때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2019년 7월 자회사인 두나무앤파트너스가 블록체인 기반 핀테크업체 테라로부터 암호화폐 루나를 사들인 지난 7월 국회에선 셀프 상장 논란이 있었다.

 5월 13일 한순간에 폭락하는 암호화폐 루나 가격 추이(일봉)
 5월 13일 한순간에 폭락하는 암호화폐 루나 가격 추이(일봉)

암호화폐는 거래소에 상장할 경우 가치가 수십배 뛰어오른다. 당시 정무위원회 소속 김진태 국민의힘 전 의원은 "두나무가 루나를 먼저 사들인 뒤 자회사를 통해 부정한 이익을 챙긴 것이 아닌지 금융당국의 검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두나무는 2018년 4월 두나무앤파트너스를 통해 루나 2000만개를 100원대에 사들인 뒤 3년 만인 2021년 2월 개당 7000원 안팎에 전량 매도했다. 결과 지난해 7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올해 자본금 10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으로 올라섰다.

이와 관련 업비트측은 거래지원 결정과 벤처캐피탈(VC)인 두나무앤파트너스의 투자 결정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두나무 관계자는 "자회사인 업비트와 두나무앤파트너스의 의사결정은 독립적으로 진행된다"고 해명했다.

지난 13일 업비트가 상장폐지를 단행하면서도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입출금 서비스를 즉각 중단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루나코인 한 투자자는 "업비트가 입출금 서비스를 즉각 중단하지 않아 100억원 대의 수수료 수익을 추가로 챙겼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피해 구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전무한 실정이다. 암호화폐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긴급 동향 점검에 나섰지만 테라 플랫폼에 자료를 요구하거나 검사·감독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루나 사태와 관련해 전체적인 상황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동향 점검을 하고 있으나 당장 정부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암호화폐 업계에서도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밝힌 '디지털자산 인프라 및 규율체계 구축'에 목을 매는 실정이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시 모든 가상화폐 거래소가 고객에 유의 사항을 일괄적으로 보내 피해를 막는 방안을 반영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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