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층룰 등에 소극 대응하며 수년 허송세월
전체 기간 비교하면 미도가 더 빠를 가능성

'35층 제한룰' 등 당국의 재건축 규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온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 주민들이 길 건너 편에 있는 미도 아파트의 재건축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10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건축 규제 완화 조치인 신속통합기획의 첫 수혜 대상지인 잠실5단지 주민들의 이주가 한창 진행 중이다. 신통기획이란 정비계획 수립에서 구역지정까지 통상 5년 걸리던 재건축사업 기간을 2년으로 단축하는 일종의 패스트 트랙 제도다.
올해 초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플랜'을 발표한 오 시장은 박원순 전 시장의 한강변 아파트 35층 높이 제한룰을 폐지하고, 서울시내 신통기획 대상 단지를 선정 발표했다. 그런데 강남구 대치동에선 같은 행정구역 내 미도아파트는 선정되고, 은마아파트가 탈락해 희비가 엇갈렸다.

지금까지 신통기획이 확정된 주거단지는 잠실주공5단지에 이어 여의도 한양·시범아파트(준공연도 1971년), 잠실 장미1·2·3차아파트(1979), 대치 미도아파트(1983), 송파 한양2차아파트(1984), 고덕 현대아파트(1986), 구로 우신빌라(1988) 등이다. 이런 가운데 미도 아파트보다 4년 먼저 준공된 은마 아파트가 제외된 것이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2003년 12월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승인됐지만 20년 가까이 정비계획 수립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은마아파트 정비계획안은 서울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 2018년 6월 14일 상정된 이후 3년 넘게 계류된 바 있다.
전직 재건축추진위원장과의 소송 갈등으로 난항을 겪어온 은마아파트는 지난해 반상회를 통해 신통기획을 신청했지만 서울시는 "제도의 출발점과 절차,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거절했다. 또 올해 들어 새로운 최정희 재건축추진위원장 체제로 2월 16일 강남구청에 '정비구역 지정 조치계획'을 제출했으나 서울시는 이 역시 반려했다.
반면 신통기획에 선정된 단지들에 대한 정비계획 결정은 올 상반기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특히 액션 플랜대로 △빠른 정비구역 지정과 △정비계획 선반영이 이뤄질 경우 은마아파트의 정비구역 지정이 미도아파트보다 늦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재건축 사업 속도에서도 차이가 나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미도아파트에 대한 재건축단지 현황조사 및 건축 기획설계 작성 용역을 발주한 상황이다. 이후 설립될 재건축조합은 가이드라인을 반영해 건축 설계안을 짜면 된다.
반면 은마아파트는 정비계획안을 검토·결정하는 기구인 도시계획위원회 수권소위원회를 통해 정비계획 수립부터 시작돼야 한다. 박성훈 서울시 공동주택지원과 과장은 "은마아파트는 현재 안건이 수권소위원회에 상정된 것으로 안다"며 "신통기획을 진행했다면 현황조사·기획설계 용역을 처음부터 해야 돼 더 늦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기간을 따지면 신통기획에 따른 미도아파트보다 은마아파트가 더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상반기 내 정비구역 지정이 불투명하다는 비관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대치동 한 주민은 "은마 새 집행부가 추진한 '정비구역 지정 조치계획'도 반려되지 않았느냐"며 "지금까지 성급하게 재건축을 추진하겠다는 추진위의 태도가 결국 문제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또 주민들 사이에선 지난 2017년 박원순 전 시장이 추진한 주민투표에 참여해 35층룰에 손을 든 것에 대한 후회도 일고 있다. 또 다른 주민은 "당장의 재건축이 시급하다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우리 스스로 35층 규제에 얽메여버린 측면이 있다"며 "늦었지만 새롭게 발족하는 추진위는 이런 여러가지 사정을 잘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