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성희롱 사건 편법으로 은폐 의혹"
여가부 "피해자가 심의위 회부 원치 않아"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1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1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들어 폐지·개편 대상에 오른 여성가족부에서 성희롱 사건이 벌어졌으나 내부적으로 은폐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여가부는 자체감사로 징계를 했다는 입장이지만, '솜방망이'에 그쳐 비판 여론이 확산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28일 여가부에서 제출받은 '공무원 성비위사건 자체조사 결과보고' 자료에 따르면 가해자 A씨는 피해자 B씨를 강제로 포옹하고 성적 불쾌감을 주는 등 성희롱을 했다. 이후 여가부는 비공식 조사 뒤 A씨에게 시말서 제출을 요구하는 견책 (경징계)처분을 내렸지만 A씨는 성폭력 방지 부서에 재배치돼 승진했고, B씨는 열흘 뒤 개인사유로 퇴사했다.

하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가부는 사건의 은폐·축소를 막기 위해 성폭력 예방지침을 마련하고 모든 기관에 준수토록 하고 있는데 정작 자신은 그 권고를 어겼다”며 "치부를 들키지 않으려고 편법으로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의혹"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가부는 승진도 퇴사도 모두 '사건과 무관한 우연의 일치'라 주장했다"며 "징계 이후 가해자는 여가부 공식 사이트 '성폭력 방지 캠페인 영상'에도 직접 출연해 피해자에게는 심각한 2차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당 영상은 현재 하 의원의 요구로 게시가 중단된 상태다.

하 의원은 여가부의 자체 조사가 부처의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 공식 조사 절차를 따르지 않은 비공식 조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침에 따르면 내부 성폭력 사건은 민간 외부전문가를 포함하는 독립적인 조사·심의위원회에서 처리하게 돼 있다”며 “직장 내 성폭력을 자체 조사하면 내부자나 위계 구조 때문에 사건을 은폐·축소·조작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를 지적하자 여가부는 ‘피해자가 조사 중지를 요청했기 때문에 지침대로 할 수 없었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면서 “하지만 피해자가 조사 중지를 요청했다는 근거자료는 제시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상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조사를 중지하려면 기록물이나 녹취 등 명시적인 동의서를 남겨야 하는데, 성폭력 예방 전담 중앙부처인 여성가족부가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은 채 공식 절차를 ‘패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가장 모범적으로 처리해야 할 정부 기관이 치부를 들킬까 봐 온갖 편법을 동원해 사실상 은폐했다”라며 “여가부는 도대체 무슨 낯으로 다른 기관에 ‘여성 보호’와 ‘성폭력 예방’을 지휘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에 여가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배포해 “해당 사건의 경우 제3자의 제보에 의해 최초 인지하게 됐고, 피해자가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 회부를 원하지 않음에 따라 자체감사를 통해 처리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피해자 의견을 반영해 조속히 행위자와 분리 조치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외부 전문가 자문을 얻어 조사를 완료해 행위자에 대한 징계의결을 요구했고, 징계위원회에서 징계처분을 결정했다"고 했다.

A씨가 성폭력 방지 부서에 배치됐다가 통상 3년의 필수보직기간을 어기고 다른 부서에 재배치된 뒤 올해 승진까지 한 점에 대해선 “징계에 따른 승진제한기간이 만료된 점, 복무기간 등을 고려해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성 비위 문제 처리에 앞장서야 할 여가부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바른인권여성연합 대변인을 맡고 있는 연취현 변호사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여가부가 타인에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함에도 자신에 관대한 전형적 내로남불의 예"라며 "승진한 가해자는 스쳐 지나가듯 경징계를 받고 피해자는 공무원 커리어가 중단됐는데 문제의식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가부는 성희롱 처벌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는 곳인데 내부 사건에 대해 최소화하고 증거를 안 남겼다"며 "여성들은 '여가부가 과연 꼭 필요한가', '누굴 위한 부처인가' 의문이 들게 하는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여가부 내 성희롱 은폐 의혹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졌다. 보도된 기사를 링크한 에펨코리아 게시판 글에는 "가해자는 승진하고 피해자는 퇴사? 안봐도 뻔하다", "없애야 하는 명분을 스스로 쌓는중", "그만둔 사람은 어떡하냐 열심히 공부해서 공무원 된 건데 참" 등의 댓글이 달렸다.

또한 다른 게시글에서는 "진짜 여가부는 역겨운 부서", "세금 버러지 기관", "여가부는 쓰레기통이군" 등의 맹비난이 이어졌다. 

친여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뽐뿌' 커뮤니티에서도 "여가부는 이렇게 묵살할 거면 존재가치가 없는 거 아닌가?", "심지어 캠페인 찍고 승진까지 했네", "니들이 하는 일인데 은폐를 하고 있네 역시 폐지를 해야 함"이라는 부정적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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