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10년 전 추진한 국회 선진화법 무력화 
국민의힘 재논의 선회, 민주 파기 시 '원안 처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수완박 관련 박병석 국회의장과 면담을 위해 의장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수완박 관련 박병석 국회의장과 면담을 위해 의장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대해 여야가 합의한 지 사흘 만에 국민의힘이 합의안 재논의 방침을 거론하면서 정국은 급랭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합의안을 뒤엎을 경우 이번 주 내로 검수완박 '원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 의장 중재로 잠시 멈춰서는 듯 보였던 민주당의 '횡포'가 입법 강행을 위해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 처리와 관련, 국민의힘 반대를 무력화하기 위해 민형배 의원의 꼼수 탈당과 국회 선진화법 유명무실화 전략을 취했다. 10년 전 소수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다수당의 횡포'를 막자며 안건조정위원회(이하 안건조정위)와 필리버스터 제도를 적극 추진했는데 다수당이 된 후 두 제도를 스스로 무력화하고 있는 셈이다.

안건조정위는 다수당의 횡포를 막기 위해 도입된 합법적 의사 방해 조처 중 하나다. 2012년 국회 선진화법 논의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의 적극적인 추진으로 만들어졌다. 안건조정위에 올라간 법안은 최장 90일간 심사할 수 있게 해 강제 숙의 기간을 가질 수 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입법 추진을 위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국회 법사위 안건조정위로 넘겼다. 법안 심사와 의결 과정에 시간이 걸리는 법안심사소위를 건너 뛰고 안건조정위에 넘긴 것이다.

지금까지 당에서 유리한 구도를 선점하기 위해 같은 성향의 무소속 의원을 안건조정위에 배치하는 일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민주당 의원이 탈당을 감행하는 일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 의원은 민주당 탈당으로 무소속 의원이 됐지만, 사실상 안건조정위는 민주당 4명, 국민의힘 2명의 구도가 됐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같은 상황을 두고 선을 넘었다는 자조섞인 반성이 나왔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너무나도 명백한 편법에 말문이 막힌다"면서 "목적이 정당하고 검찰개혁의 성공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편법을 정당화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회 상임위원 사·보임도 편법으로 악용했다. 검수완박 입법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는 검사 출신 의원들을 법사위에서 배제하기 위해 소병철·송기헌 의원을 사임시키고 검수완박에 찬성하는 민형배·최강욱 의원을 법사위로 보임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 임시회에서는 회기 중에 사·보임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하지만 국회법상 '상임위원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국회의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는 사·보임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해당 조항을 들어 사보임을 강행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민주당은 민주주의 수단인 다수결 원칙을 이용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 이것이 반복이 되면 우리나라를 지키고 있는 근본적인 가치가 없어지기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는 생각이 다른 상대와 대화를 하고 타협을 해야해서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재논의 의견을 주면 시간을 줘야 하는 것이 맞다"며 "무언가를 해치우듯 (법안을) 처리해버린다면 민주주의의 근본 정신에 위배될 뿐 아니라 (정치적) 부작용도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 재논의를 요구한 국민의힘을 강하게 비판하며 대응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박 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중심으로 법사위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원안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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