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통폐합 추진 의지···"구성원 협조 필요"
피해 알 수 없어···"낙동강 오리알 될까 걱정"
거리 먼 회생···예외 없인 불가능 '법률 한계'

지난 10일 명지학원이 회생 재신청 의지를 보인 가운데 법인 빚을 갚기 위한 명지전문대 통폐합안이 난관에 부딪쳤다. 구성원 반대와 법률적 한계 때문이다.
명지학원은 명지대학교와 명지전문대를 통합하고 유휴부지를 매각 또는 개발해 빚을 갚는 회생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계획에 따르면 명지대학교와 명지전문대는 통폐합되고 학생이 떠나고 남은 부지는 수익용기본재산으로 용도를 바꾼 뒤 개발된다. 이후 이익금이 채권을 갚는 등 법인 회계 회생에 쓰인다.
당초 명지학원이 조사를 의뢰한 한영회계법인 측은 “명지대학교 및 명지전문대 통폐합을 통해 명지전문대 및 명지대학교 용인캠퍼스 부지 개발안으로 교육부와 합의가 이뤄진다면 법인회계 청산 가치 이상 변제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명지학원은 그간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수로 통폐합안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교육부 반발로 회생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교육부는 ‘대체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 계획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실제 토지 위주로 구성돼 60% 수준인 명지학원의 수익용 기본재산은 빚을 갚고 난 뒤 1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구성원들이 명지대학교 통폐합 문제를 알게 된 건 지난 2021년 4월부터다. 당시 명지학원이 공시한 회생 개시 관련 '관리인보고서 요지 송부서'에 이 내용이 처음 담겼다.
학교 구성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익명을 요구한 20대 명지전문대 학생은 통폐합 이슈에 대해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통합이 되면 4년제가 되니 좋겠다 생각할 수 있지만 캠퍼스 부지 축소는 물론이고 이로 인해 감당할 피해가 불분명해 학생에겐 장기적인 걱정거리”라며 “총장 취임사에서도 통합 문제가 나왔는데 학교에선 장기 프로젝트로 적극 추진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21년 법인 측은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고 말했지만 통폐합 이슈가 2022년 취임사에서 나오면서 사실상 공식화됐다. 지난 1월 3일 12대 총장 취임 예식에서 유병진 명지학원 이사(현 명지대학교 총장)는 “올 한 해 성공적인 통합안을 마련하는데 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며 “전문대와 통합을 계기로 4차산업혁명의 현실에 맞는 교육시스템 혁신에 발 빠르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구성원 여러분의 기도와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병진 총장의 언급과 달리 명지전문대 등 교육용 부지로 법인 빚을 줄이기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률적으로 한계가 있는데다 2020년 5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진행했던 '유휴부지 매각'도 현재로선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도 현재 계획으론 법인 회계를 살리기 어렵다고 봤다. 김병국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학교 회계는 건실한데 법인이 문제다. 교육부 임시이사도 거부한 상황에서 (채무를 갚지 못하면) 파산에 몰리기 때문에 어떤 방식이든 끌어다 쓸 것”이라며 “학교의 빚이 아니다보니 그간 빚을 갚는 데 예외적인 부분이 감안돼야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고 구성원의 걱정을 덜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현행법에서 명지전문대는 교비 회계로 잡힌 교육용 기본재산이다. 따라서 매각이나 수익 사업을 벌일 경우 교육부 허가가 필요하다. 심지어 토지를 팔지 않고 수익 사업을 벌이려 해도 교육용 부지로 얻은 수익은 법인회계로 잡히기도 까다롭다.
사립학교법 제28조 제2항에 따르면 교육용 재산은 함부로 팔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 쉽게 말해 교육 목적으로 싸게 취득한 재산인 만큼 팔려고 해도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다.
또 교육용 부지 매각에 대해 교육부는 한 차례 명지학원에 ‘매각 허가 취소’를 통보했었다. 명지학원이 불법 수의 계약을 맺고 유휴부지 청산을 시도하면서부터다. 당시 명지학원은 약 400억원에 달하는 매각 대금을 받기도 전에 20억원에 소유권등기이전을 마쳤다. 사학기관 재무 회계규칙 제46조 상 교육청 허가에 따라 재산을 매각한 경우엔 처분 대금 완수 전까지 소유권을 이전할 수 없다.
이를 본 명지대 공동대책위원회 측은 “400억원 유휴부지를 20억원에 팔아넘겼다”면서 “구성원이 정상화에 기여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밖에 학생들이 떠난 빈 교육 부지를 수익용기본재산으로 용도 변경할 경우 실질 재산 가치가 떨어질 우려도 있다. 교지 감정평가액을 법인회계에서 교비회계로 전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법 상 학교 법인은 수익의 80% 이상을 교비회계로 전출해야 한다. 약 1700억원에 달하는 명지학원의 변제 계획에서 20%를 부채 청산에 반영한다고 가정할 경우 약 340억원만 반영되는 셈이다. 이는 약 2200억원에 달하는 명지학원 채무 중 극히 일부다.
교육부 사립대학정책과는 “법인이 교육용 기본재산을 용도 변경하려면 교비회계 전출 계획이 있어야 승인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명지대학교는 지난 2019년 이미 교육부로부터 교육용 기본재산 관리 부실로 경고 조치를 받았다. 교육부는 경기도 일대 교육용 토지 33필지에 생긴 약 1억5000만원 재산세를 교비 회계에서 납부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당시 해당 토지는 교육용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었다.
| ※ 용어 해설: 수익용 기본재산 학교법인이 사립학교를 경영할 때 필요한 재산 중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재산. 학교법인은 수익용기본재산에서 생긴 수익 중 80% 이상을 학교 운영비에 사용해야 한다. ※ 용어 해설: 교육용 기본재산 교육용 기본재산은 교육·연구 활동에 공여되는 교육용 토지 및 교육용 건물을 의미한다. 학교시설 외에 있는 실습지·농장·부속시설 등이 포함된다. ※ 용어 해설: 수의계약 수의계약이란 부동산 주체가 입찰(경쟁의 방법)을 거치지 않고 상대방을 선택해 체결하는 계약을 의미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