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댓글 몰이 주범 사이버렉카
사이버명예훼손·모욕죄 구속율 0.06%
2020년 발의 '악플 처벌법' 논의 없어

악성 댓글과 근거 없는 루머로 인한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픽사베이
악성 댓글과 근거 없는 루머로 인한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픽사베이

최근 유명인들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들은 소위 '악플'(악성 댓글)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의 죽음에는 일명 '사이버렉카'(자극적 이슈를 짜집기한 영상으로 조회수를 올리는 크리에이터)가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하지만 유튜브를 기반으로 '선정적 영상'으로 돈벌이에 급급한 '사이버렉카'에 대한 규제는 전무한 실정이다.

9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4일 프로배구 선수 김인혁 씨(27)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5일에는 1인 방송 진행자 BJ잼미(본명 조장미·27)가 극단적 선택 끝에 사망했다.

두 사람은 생전에 악성 댓글과 루머에 고통을 호소해왔다고 한다. 실제 지난 5일 조씨의 삼촌이라고 밝힌 A씨는 조씨의 트위치(개인방송 플랫폼) 게시판에 조씨의 사망 소식을 알리며 “장미는 그동안 수많은 ‘악플’과 루머 때문에 우울증을 심각하게 앓았었고 그것이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김씨도 지난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악플 이제 그만해주세요. 버티기 힘들어요”라는 글을 남겼다.

조씨는 2019년 방송 중 남성 혐오를 상징하는 제스처를 취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여 2020년 5월 결국 방송을 중단했다. 당시 조씨는 ‘악플’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약을 복용 중이며, 조씨 어머니도 조씨를 향해 쏟아지는 악플에 따른 우울증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토로했다.

조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이들을 공격해 온 '가해 유튜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얼굴을 가린 채 활동하는 유튜버 ‘뻑가’는 2019년부터 조씨에 대한 악의적 영상을 지속적으로 올렸다. 그는 조씨 사망 이후 자신은 관련 이슈를 뒤늦게 정리한 것 뿐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책임이 없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과도한 비꼬기와 억측으로 인해 피해 받은 잼미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했다.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모녀살인범 유튜버사망사건' 가해 유튜버 처벌 청원글에는 10만명 이상이 청원 동의를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모녀살인범 유튜버사망사건' 가해 유튜버 처벌 청원글에는 10만명 이상이 청원 동의를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유튜버 ‘뻑가’의 사과에도 네티즌들의 공분은 계속되고 있다.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모녀살인범 유튜버사망사건) 가해자 유튜버랑 에****, 디***** 강력처벌을 요청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글은 8일 기준 14만 7054명이 동의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논란을 이용한 '역 렉카' 현상도 불거지고 있다. 유튜버 '뻑가'가 이슈화되면서 다른 사이버렉카들이 "뻑가 때문에 유튜버 잼미 결국", "뻑가 잼미 저격 원본 영상" 등의 제목의 영상을 업로드하며 가해 유튜버로 지목된 뻑가를 저격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은의 변호사(이은의 법률사무소)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부족한 법적 규제를 꼽았다. 이 변호사는 “온라인 상에서 인간의 생명이나 안위를 위협하는 행위를 규정하는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보니 규정과 처벌도 부족하다”며 “특히 크리에이터처럼 사람들의 평가에 노출되어 있는 직업을 가질 경우, 무분별한 루머와 악플의 확산에 따른 피해 정도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경찰청이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 범죄는 2017년 1만 3348건에서 2018년 1만 5926건, 2019년 1만 6633건, 2020년 1만 9388건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2017년부터 2021년 6월까지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 범죄로 구속된 사람은 43명으로 전체 검거 인원의 0.0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악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선이 명지대 겸임 교수는 “악플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익명의 뒤에 숨어서 내지르는 것에서 비롯된다”며 “악플로 인한 극단적 선택이 반복된다면 로그인 후 실명으로 댓글을 작성하는 등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20년 12월 ‘인터넷 준실명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인터넷 이용자의 아이디와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함께 표시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4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법안소위를 통과했지만, 이후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하지 못해 계류 중이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2020년 8월, 악플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후속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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