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예측 저조에 따른 흥행 참패
높은 구주 매출 비중 "예상했다"

내달 코스피 상장 예정이었던 현대엔지니어링이 돌연 상장 철회했다.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 실패에 따른 흥행 참패와 높은 구주 매출 비중이 문제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28일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날 오전 공모 철회 신고서를 공시했다. 회사 측은 "보통주에 대한 공모를 진행하면서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다"면서도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 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선 경쟁률이 100대 1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가장 부진한 성과를 낸 크래프톤의 234대 1 경쟁률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각에선 현대엔지니어링의 높은 구주 매출 비중 문제도 지적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 "상장 철회는 회사의 높은 구주 매출 비중으로 인해 어느 정도 예상됐다"며 "공모로 조달한 투자금이 기존 주주 몫으로 돌아가는 비중이 높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정의선 현대차 회장 등의 현금 확보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업계에선 나왔다"고 전했다.
구주 매출은 기업이 상장할 때 공모 과정에서 최대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의 구주 매출 비중은 약 75%를 웃돈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 구주매출 1200만주 중 890만 3270주는 현대차 정의선 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은 11.72%다.

공모 청약 시기도 좋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붕괴 사고로 건설주 전반의 투자심리도 악화된 상태라는 것이다. KRX건설업종 지수는 올해 들어 11% 넘게 하락했다.
특히 장외시장에서 지난해 말 12만 9000원까지 올랐던 현대엔지니어링 주가는 HDC현대산업개발 사고 이후 수직하락해 현재 6만 8000원까지 내려온 상태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전사고 관련 리스크는 건설업 주가 측면에서 밸류에이션 할인 요인이라고 판단한다"면서 "밸류에이션 할인은 건설사가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