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지역 순회하며 개발 약속, "거꾸로 가는 선거" 발언도
과거 朴정부 시절 "대통령 지방 돌며 선거운동" 비판
임기 말 지지율 40%대 자신감에 대선 개입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불과 100여 일 남겨놓고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는 대선을 앞두고 제1 야당 후보를 공개 저격하는가 하면, 문 대통령도 직접 대선 개입으로 볼 수 있는 발언을 하고 있다. 이런 '자신감'의 배경에는 임기 말에도 40%대를 유지하고 있는 국정 수행 지지율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응답률 1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42%가 긍정 평가했다.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자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421명, 자유응답) '코로나19 대처'(28%), '외교/국제 관계'(17%), '최선을 다함/열심히 한다'(6%) 순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이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없이 40%대를 유지하는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친인척, 측근 비리나 핵심지지층의 분열에 휩싸이며 정권 말 레임덕에 빠졌다. 그러나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집권 5년차 3분기(지난해 10~12월) 평균 지지율은 37%로 직선제 부활 이후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임기 말에도 불구하고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탓인지 현 정부가 대선에 개입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건 우려스럽다. 청와대가 나서 야당 대선후보를 저격하고, 문 대통령은 지방 곳곳을 순회하며 대선 개입으로 볼 수 있는 발언을 하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정부가 방역강화조치를 3주 연장한 14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일각에서 명확한 근거 없이 (정부의) 방역지침을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하며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다른 대안을 제시해 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박 수석의 브리핑은 사실상 정부의 방역 조치를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앞서 윤 후보는 9일 페이스북에 “비과학적 주먹구구식 방역 패스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11일에도 “비과학적 방역 패스 철회, 9시 영업제한 철회, 아동·청소년 강제적 백신 접종 반대”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국정 운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전국 곳곳을 누비며 지역개발을 약속하는 등 대선 주자같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울산에서 열린 동남권 4개 철도건설사업 개통식에 참석한 데 이어, 29일 충남 공주 특수학교 설립 기공식에 참석했다. 올들어서도 5일 강원 고성에서 열린 동해선 철도건설 착공식에 참석했고, 11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의 구미형 일자리 공장 착공식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긍정적 여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여권의 지지세가 약한 영남지역 민심 챙기기에 나섰다는 의견이 많았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12일 종교지도자들을 청와대에 초청한 자리에서 “선거가 거꾸로 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적대와 분열을 치유하고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대선과 연계해 정치적 해석이 가능한 발언까지 내놓기도 했다.
이런 문 대통령의 행보는 과거 그의 발언과 배치된다. 문 대통령은 과거 더불어민주당 명예선대위원장이었던 2016년 3월 31일, 부산 사상구 배재정 예비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이렇게 경제가 위기인데도 지방을 돌면서 친박 후보 선거운동을 다니고 있고 집권 여당은 권력투쟁에 날 새는 줄 모른다"며 "심판해야 하고 부산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내로남불로 상징되는 현 정권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적은 문재인이라는 '문적문'이라는 신조어도 나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한편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