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통해 나온 공약 처리 문제 남아
공무원·교원 전임노조 타임오프제 등
靑 제2부속실 폐지도 미확정된 상태

대통령 선거를 불과 두달 앞두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사실상 해체에 이른 배경엔 싱크탱크격 정책총괄본부가 덩치값을 하지 못한 것도 작용했다.
3일 팩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정책총괄본부를 거치지 않은 비선 그룹의 아이디어가 김종인 위원장을 거쳐 후보 공약으로 채택되는가 하면 캠프 내 전문가들 의견과 충돌하는 정책이 쏟아지는 난맥상이 잦았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해 "앞으로는 총괄선대위원장이 아닌 비서실장 역할을 하겠다"면서 선대위 해체의 뜻을 밝혔다. 그는 "도저히 이렇게 갈 수는 없다"면서 조직 해산을 단행했다.
이준석 당대표의 성상납 의혹 등 정치적 악재로 윤 후보 지지율 하락 추세가 이어지면서 직접 실무를 챙기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비서실장 선언' 발언은 전날 "윤 후보의 메시지와 연설문을 직접적으로 관리하려고 한다"는 언급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정책본부 싱크탱크역 못한 게 파행원인
비선→김종인 통해 발표된 공약 수두룩
따라서 새해 첫 주를 맞아 그동안 준비해온 공약을 정식 발표하기로 한 윤 후보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유권자들에게 도달률이 높은 정책 메시지를 마련한다는 김 위원장의 계획도 숨고르기가 필요해졌다.
일단은 김 위원장 복심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의 잔류가 예상된다. 그동안 캠프 일정을 담당해온 임 본부장은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고, 경제 활력을 되찾고,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정권 교체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펼지 하나씩 공개할 것"이라며 공약 발표를 시사한 바 있다.
다만 이에 앞서 남은 숙제는 그동안 저작권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산만하게 발표돼온 기존 공약 정리 문제다. 윤 후보가 지난 15일 한국노총 방문 자리에서 즉석으로 결정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와 교원·공무원 전임노조 타임오프제 확대가 당내 검증을 거치지 않고 의사결정이 이뤄진 대표적인 사례다.
지속가능한 복지국가정책본부 소속 유길상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노동이사제와 관련 "기본적으로 노동시장 이중 구조가 심각한 상황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한다는 것 자체는 시장경제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의 시스템 하에서는 맞지 않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임이자 의원이 별도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 공무원·교원노조 타임오프제 역시 논란거리다. 김태기 단국대 명예교수는 "공공부문 노조가 특권화돼 있는 한국 현실에서 윤 후보가 노동이사제를 찬성한다면 2030표를 얻는 데는 굉장히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건희씨 학력 의혹에 대한 사과 차원으로 윤 후보가 구두로 약속한 청와대 제2부속실 폐지도 원희룡 전 정책총괄본부장마저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부인할 만큼 즉석에서 이뤄진 공약으로 정리가 필요한 사안으로 꼽힌다.
이밖에도 지난 27일 증권거래세 폐지와 함께 발표된 '의무공개매수제 도입'은 자본시장 참가자들의 부작용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소속된 기업거버넌스포럼의 아이디어가 김 위원장 등 인맥을 통해 공약으로 포함된 사례다.
비선을 통한 이같은 공약 남발은 선대위 내부에서도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온 사안이다. 김종석 경제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팩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말 그대로 위원회는 후보 자문이 주역할이어서 공약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 구체적인 상황을 알 수 없는 난맥상에 놓여 있었다"고 회고했다.
희망찬 국가미래정책본부 총괄간사였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도 "메시지와 공약이라는 게 일사불란하게 답을 정해놓고 발표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며 "국민연금 개혁만 해도 결국 국민이 선택할 문제이기 때문에 뭔가를 내놓기에 앞서 신중한 한마디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