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22일 "극빈층과 못 배운 사람 자유 뭔지 몰라"
주 120시간 노동, 부정식품, 청약통장 등 발언 논란
"정치 화법 익숙치 않아서" "철학·세계관 엿보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말 실수'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1일 1망언' 수준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치 경험이 없는 윤 후보가 정치 화법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나오는 실수라고 봤다.
윤 후보는 22일 전북대학교에서 열린 대학생 간담회에서 "자유의 본질은 일정 수준의 교육과 기본적 경제 역량이 있어야만 자유가 뭔지 알게 되고, 왜 자유가 필요한지 알게 되는 것"이라며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 모를 뿐 아니라 자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자유주의 정당이면서, 차별금지법과 N번방 방지법 등 자유를 침해하는 사람과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호남 방문 22일 이어 23일에도 '말 실수'
윤 후보의 '말 실수'는 다음날인 23일에도 이어졌다. 그는 이날 전남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80년대 민주화운동 하신 분들도 많이 있지만, 그 민주화운동이 그야말로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따라 한 민주화운동이 아니다"면서 "어디 외국에서 수입해 온 이념에 사로잡혀서 민주화운동을 한 분들과 같은 길을 걸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나도 이 정권은 교체해야겠고, 민주당에는 들어갈 수 없다"며 "부득이하게 국민의힘을 선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전은 '부득이'를 '마지못해 하는 수 없이'라고 정의한다.
윤 후보는 주 120시간 노동,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이라도 먹어야 한다', '집 없어 청약통장 만들지 못했다' 등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었다.
전문가들은 윤 후보의 연이은 실언 논란에 대해 윤 후보가 아직 정치 화법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팩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검찰 조직에서 근무해 상명하복에 익숙한 윤 후보가 아직 정치 화법에 익숙하지 않다"며 "정치 화법은 쉬워야 하고, 명료해야 하고, 간결해야 하는 3가지 전제가 있다. 자유주의와 관련된 질문에서 (윤 후보가) 자유라는 말에 꽂혀 장황하게 설명했다"고 했다.
최 평론가는 또 "정치 화법에 익숙하지 않은 윤 후보의 말 실수와 더불어 조금 구시대적, 시대착오적 사고가 결합된 것"이라며 "보수 지식인들 내에서도 교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선대위에 있을 땐 '마이크 패스' 논란이 있긴 했지만, 실언 논란은 없었다"며 "선대위 내에서 후보 자체의 메시지 관리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엔 체제 확립이 안 됐다고 변명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후보의 고집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후보 메시지 관리 안돼… 후보 고집으로 보여"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후보의 발언 전체를 들어보면) 내용 자체는 보수정치에서 좋은 내용"이라며 "다만 한 문장의 표현이 부적절해 논란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유 평론가는 "(윤 후보가) 정치인 화법이 '다른 것은 거두절미하고 문장 하나만으로도 문제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전체적으로 (윤 후보의) 인식 문제라기보다는 표현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해당 발언 논란이 취지와는 다르지 않겠냐"며 "수용자 입장에서 놓고 봤을 때 (윤 후보가) 말을 조심할 필요는 있다"고 했다.
윤 후보의 발언이 '말 실수'라기 보다 후보의 철학이나 세계관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의견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발언을 통해) 암암리에 뿌리박혀 있는 후보의 철학이나 세계관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윤 후보에게) 문제 소지가 있는 발언이 많다. 그때마다 왜곡이나 악의적 편집 등 해명하는 것의 반복이지만 (발언들이) 일관성이 있다. 예를 들어 '노동은 아프리카에서나 하는 것' 등 논란이 된 발언들을 종합적으로 놓고 봤을 때 돈이나 자유 등 부분에서 후보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정치는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뜻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논쟁이나 해설을 덧붙일 필요가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한편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 게시판에 '후보라는 사람이 계속 망언을 하는데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 "나도 모르겠다. 이젠"이라며 자포자기한 듯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