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조합 사건 상호금융 감독 문제로 확산
부패 방치한 이성희 중앙회장 사과 요구도
중앙위 내부서 징계했지만 사각지대 여전

제주도로 현장감독을 위해 출장을 간 농협중앙회 감사반 직원들이 지역조합원들과 함께 술판을 벌이고 향응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호금융 감독 제도의 취약성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진은 농협중앙회 본사 /연합뉴스
제주도로 현장감독을 위해 출장을 간 농협중앙회 감사반 직원들이 지역조합원들과 함께 술판을 벌이고 향응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호금융 감독 제도의 취약성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진은 농협중앙회 본사 /연합뉴스

제주도로 현장감독을 위해 출장을 간 농협중앙회 감사반 직원들이 지역조합원들과 함께 술판을 벌이고 향응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호금융 감독 제도의 취약성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제주 한림농협 조합장으로부터 대대적인 향응을 제공받고 비양도 여행을 다녀온 농협중앙회 검사국 소속 감사반원 고위직 5명이 정직 3개월이라는 무더기 내부 징계를 받았다.

또 이들 5명에 각종 향응을 제공한 차성준 한림농협 조합장은 직무정지 3개월(8월 6일-11월 5일)에 처해졌다. 이밖에도 한림농협 상무이사 등 12명은 정직 1개월과 견책처분 등을 받았다.

이들은 검사기간인 지난 5월 10일부터 13일까지 3박4일 간 한림읍 소재 고깃집, 11일 저녁 애월읍 소재 한우전문점, 12일 점심 애월읍 구엄리 소재 향토음식점, 13일 오전 비양도 여행, 13일 저녁 한림농협 하나로마트 2층 구내식당에서 회, 전복, 소고기, 주류 등의 향응과 여행 접대를 받았다. 

이같은 사실을 폭로한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는 지난 6월 이들을  부정청탁 금지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한림농협이 감사기간이던 지난 5월 13일 저녁 농협중앙회 검사국 직원들을 상대로 한림농협 하나로마트 2층에서 술판을 벌였던 현장 모습. 빈 술병들이 박스 가득 채워져 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
한림농협이 감사기간이던 지난 5월 13일 저녁 농협중앙회 검사국 직원들을 상대로 한림농협 하나로마트 2층에서 술판을 벌였던 현장 모습. 빈 술병들이 박스 가득 채워져 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

팩트경제신문 취재 결과 검사국 직원들에 대한 징계 조치는 중앙회 내부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 중앙회 인사총무부 한 관계자는 "감독국 검사원들도 직원들이기 때문에 드러난 비위에 대한 징계권은 인사부서에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 농축산업 종사자의 권익 향상을 목적으로 상호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동조합으로 금융감독원의 상시감사를 받으면서도 중앙회 내부에 감독기구를 두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련법을 적용받는 산하 조직이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감독기능이 금감원과 중앙회로 이원화된 구조가 비위 행위를 적발하기 어려운 장벽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농협은 부실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적기시정조치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며 "형식적으로 매월 업무보고를 받고 있지만 업무를 보조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이번 한림농협 사태가 내부적으로 처리된 것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민단체의 제보가 없었으면 이번 사건은 묻히고 넘어갔을 것"이라며 "그들이 대놓고 향응을 받았던 배경엔 감독 사각지대라는 자신감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농협에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배경에는 전국 각지에 소규모 지점들이 다수 분포해 있는데다 중앙회의 관리감독이 형식선에 그치기 때문이다. 경기도 일선 농협 한 관계자는 "중앙회가 여러 지시를 내리더라도 강제적인 성격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라며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발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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