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와 변호사 둘 다 유튜버···법정에서도 ‘유튜브 파워’
54만 유튜버 세글자 “형사는 시작일 뿐, 민사까지 진행할 것”

'글자네 Youtube' 유튜브 채널

천만원 상당 고가 아이템을 ‘먹튀’한 사기꾼이 ‘게임 내 아이템 먹튀’로는 첫 유죄판결을 받았다.

게임 산업이 크게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게임 내 재화나 아이템 관련 사기는 처벌이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물건을 받고 도망치는 사기 행위인 ‘먹튀’는 범인을 찾기조차 어려울뿐더러 사기죄 성립 여부도 확실치 않았다. 그러나 54만 구독자 ‘글자네 Youtube’ 채널 운영자 ‘세글자’의 아이템을 가져간 먹튀범이 최근 사기죄로 벌금형 유죄확정판결을 받으며 게임 아이템 먹튀 관련 첫 선례가 만들어졌다.

지난 2월, 게임 ‘메이플스토리’ 크리에이터 세글자는 유튜브에 ‘값어치를 매길 수도 없는 루컨마를 먹튀 당했습니다’ 제목 영상을 게시했다. 당시 세글자는 강화를 위해 ‘루즈 컨트롤 머신 마크(이하 루컨마)’라는 아이템을 다른 캐릭터로 옮기던 중, 캐릭터 외관과 닉네임을 의도적으로 비슷하게 조작한 사칭범에게 아이템을 먹튀 당했다. 해당 아이템의 정확한 값은 매길 수 없지만, 대략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 상당 고가 아이템이다.

먹튀범은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했다. 해당 콘텐츠에서 세글자는 강화를 위해 아이템을 여러 캐릭터로 옮긴다. 강화에 필요한 주문서가 교환 불가인 소비성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먹튀범은 세글자가 여러 캐릭터에 접속한다는 점을 파악해, 본인 캐릭터를 세글자가 접속할 캐릭터와 비슷한 외관과 닉네임으로 바꿨다.

세글자 캐릭터 '구슬바구니(왼쪽)'와 먹튀범 캐릭터 '구술바구니(오른쪽)' /팩트경제신문
세글자 캐릭터 '구슬바구니(왼쪽)'와 먹튀범 캐릭터 '구술바구니(오른쪽)' /팩트경제신문

세글자 캐릭터 닉네임 ‘구바구니’에서 모음만 바꾼 ‘구바구니’라는 닉네임으로 변경하고, 똑같은 모자를 착용했다. 아이템을 가로챈 후에는 기존 가격 절반보다 낮은 헐값에 ‘급처’하고 잠적했다. 해당 아이템을 오래 가지고 있으면 게임사로부터 추적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세글자는 “게임사에 신고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되든 안되는 최대한 노력해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사건 해결에 대한 확고한 마음을 드러냈다. ‘죄송하다고 사과하면 선처해주냐’는 시청자 질문엔 “이건 죄송할 문제를 떠났다. 죄송하기엔 이미 선을 넘었다”고 답했다.

해당 사건 경과는 세글자 유튜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영상은 2~3개월 단위로 게시됐다. 세글자와 팬들이 먹튀범에 대해 찾은 증거나 변호사와 대화 등 관련 영상으로 구독자 궁금증을 일부 해결해주었고, 관련 영상들은 평균 조회수 49만회를 달성했다.

변호사로는 14만 구독자 유튜버 ‘킴변’ 김지수 변호사가 나섰다. 유튜브에서 이미 여러 번 얼굴을 비친 킴변이 사건을 맡는다는 소식에 팬들은 반가움을 표시했다. 킴변이 출연한 세글자 유튜브 채널 영상 댓글엔 “법적대응 한다더니 킴변 누나가 나오네 믿음직하다”, “이쯤 되면 구술바구니 심정이 궁금하다” 등 구독자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킴변은 해당 사건에 대해 피의자 ‘구술바구니’가 피해자 세글자를 기망(거짓을 말하거나 진실을 숨김으로써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는 행위)해 재산상 이익을 편취했다는 혐의로 사기죄 죄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닉네임과 외형을 세글자 캐릭터와 비슷하게 바꾼 점과 지속적으로 근처에서 맴도는 정황 등이 기망할 의도가 충분했다고 보이기 때문에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다만 원래 고소 절차가 빨리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간이 어느정도 걸릴 수는 있다고 대답했다.

'킴변' 김지수 변호사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사건이 종결됐음을 알렸다. /'킴변' 유튜브 채널
'킴변' 김지수 변호사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사건이 종결됐음을 알렸다. /'킴변' 유튜브 채널

그리고 드디어 지난 7일, 사건 발생 8개월만에 킴변 인스타그램을 통해 해당 사건 피고인에게 최종적으로 사기죄 벌금형 유죄확정판결이 선고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세글자는 ‘8개월 고생 끝에 루컨마 먹튀 사건이 드디어 종결났습니다’ 제목 영상으로 사건에 대해 설명했다. “먹튀범이 9월 24일부로 유죄가 확정돼 300만원 벌금형으로 빨간줄이 그였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에 그치지 않고 민사까지 진행해 변호사 선임비와 아이템 값어치 등 합당한 돈을 받아낼 것”이라고 말하며 해당 사건을 끝까지 진행할 의지를 보였다.

세글자는 특히 “게임 아이템 먹튀에 관한 선례가 전혀 없어 사건 진행이 굉장히 힘들었다”며 “이 사건으로 인해 그간 없던 선례가 만들어졌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사기를 당했을 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게임 내 재화와 아이템 관련 사기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러나 절차가 복잡해 손이 많이 가고, 사이버 수사팀이 타 부서에 비해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건 접수가 힘들어 일반 게임 플레이어가 사기 사건에 대응하기는 많이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 고쳐져야 할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 아이템 먹튀 관련 사기죄 확정판결 선례가 생긴 점은 깨끗한 게임 문화 조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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