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A중사 사건·정인이 사건 등 여론 재조명
일각에선 청와대 차원 해결 방안 없다고 지적

청와대 국민청원이 17일 개설 4주년을 맞았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을 지향하며 청와대와 국민 사이 직접 소통 창구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열었다. 국민과 청와대 사이 가교가 된 국민청원은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청와대 국민청원의 가장 큰 특징은 전파력과 여론 형성이다. 평택항 故(고) 이선호 군 사건, 공군 내 성폭력과 2차 가해로 극단적 선택을 한 A중사 사건, 정인이 사건 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케이스다.
실제 청와대에 따르면 청와대 답변 정족수 20만명을 충족한 청원 가운데 교통사고나 성범죄 등 사건사고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 처벌, 진상 규명 등을 요구하는 내용은 121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중 아동 관련 사건이 25건으로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 이어 성범죄(23건), 디지털 성범죄(19건), 청소년 관련 사건(17건) 등를 다룬 청원이 많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18일 <팩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는 청와대가 직접 나서 해결하기 보다 간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높은 수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사람들 사이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졌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를 포착한 언론이 이를 보도하면서 여론 형성에 가속도가 붙고, 이를 바탕으로 입법이나 사회적 논의 등 후속 조치로 문제가 해결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경우 문제 해결의 주요 동력인 여론의 지속적인 관심이 없다면 확실한 개선 사항이 마련되지 않은 채 고발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은 동의를 받은 청원은 지난해 아동·청소년 대상에게 접근해 협박 등을 통해 성착취를 벌여 사회적 공분을 산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다.
이와 관련해 답변을 얻은 청원은 총 5개(답변 143~147호)다. 특히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청원은 총 271만 5626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여론이 들끓자 20대 국회에서도 'N번방 처벌법' 관련 법안이 우후죽순 발의됐고, 민갑룡 당시 경찰청장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를 즉시 설치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공언한 대로 그해 3월 25일부터 12월 말까지 경찰청과 각급 경찰관서에 총 4283명 규모의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단)을 설치·운영해 왔다. 수사 결과 총 2807건을 단속해 3575명을 검거하고 245명을 구속했다는 게 경찰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올해는 운영되지 않고 있다.
아울러 당시 경찰청은 디지털 성범죄의 선제적 수사와 예방에 효과적인 제도인 위장수사 법제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21대 국회는 지난 2월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켜 신분 위장 수사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행정안전부가 가상 주민등록증 발급을 받아들이지 않아 실제 현장에서 위장 수사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N번방의 소통 수단으로 이용된 텔레그램은 해외 서버를 이용한다는 특성상 디지털 성착취물 삭제 등을 위해서는 국제 공조가 불가피하다.
해외 소재 디지털 성범죄물 대응을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 하여금 해외당국·사업자 등과 국제협력을 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개정안(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이 지난 5월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지만, 여전히 예산 책정 등 난제가 남아있다.
허 의원은 지난해 12월 본회의 예산안 의결 참석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N번방 사건의 재발 방지와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구제를 위한 예산 확보의 노력이 정부의 무능과 여당의 무관심으로 결국 불발됐다"고 꼬집었다. 디지털 성착취물 삭제를 위해선 방심위의 해외 협력 업무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 배당된 예산은 8000만원에 불과하다는 질타다.
청와대는 국민청원에 답변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것이 청와대 차원의 제도 마련으로 발전되지 않는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향후 청와대는 국민청원을 제도 개선 장치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주희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책 관련 청원이 잘 보여질 수 있도록 정책 태그를 도입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현재까지 누적 게시 청원은 104만 5810건이다. 누적 방문자 수는 4억 7594만 372명, 누적 동의자수는 2억 932만 4050명에 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