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당대표 회동서 합의 100분만에 번복
국민의힘 혼란·반발 쏟아져, 긴급회의 소집
민주당 13일 오후 최고위서 당론 확정할 듯
여야 당대표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전격 합의 결정을 번복한 것을 두고 정치권 후폭풍이 거세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당내 의사결정 논의도 없이 이준석 당대표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합의했다가 당 반발을 의식해 불과 100분만에 번복한 것에 여야 양측에서 문제를 삼고 있어서다.
두 대표는 지난 12일 만찬 회동을 갖고 추경으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데 합의했다고 대변인을 통해 발표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과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8시쯤 방역 상황 등을 검토해 추후 지급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미 정부는 소득 하위 80%를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 편성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였다. 민주당은 지급 기준을 최소 90%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국민의힘은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을 고려해 소상공인 피해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두 당대표의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혼란에 빠졌고 반발이 쏟아져 나왔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내 토론도 전혀 없이 그간의 원칙을 뒤집는 합의를 불쑥하는 당 대표를 보게 될 줄 몰랐다"며 "그(이 대표)는 젊은 당 대표의 새로운 정치를 기대한 수많은 이들의 신뢰를 배반했다"고 지적했다.
조해진 의원도 "이 대표가 당의 기존 입장과 다른 합의를 해준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며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면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두 당대표의 합의의 역풍을 우려한 이 대표는 당일 오후 9시쯤 김기현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과 국회에서 긴급회의를 열었다.
황보승희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오늘 합의 내용은 손실을 본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대상과 보상범위를 넓히고 두텁게 충분히 지원하는데 우선적으로 추경 재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 후 만약 남는 재원이 있을 시에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범위를 소득 하위 80%에서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것까지 포함해 방역 상황을 고려해 필요 여부를 검토하자는 취지로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도 회의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바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재원이 남을 경우'라는 선결 조건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합의 발표 당시 이 부분에 대해 설명했던 부분도 없었고, 명시적으로 선결 조건을 달았던 것도 아니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두 당 대표가 합의한 내용대로 협상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13일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 회의를 열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안을 당론으로 확정하는 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여권 대권주자들은 환영과 우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송영길 대표는 전날 합의대로 밀고나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7일 정책의원총회에서 논의 끝에 지도부에 해당 논의를 위임하기로 한 바 있다.
송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합의 후 국민의힘 내부 반발이 큰 것 같다"면서 "국민의힘 의원들께서는 이 대표의 결단을 존중하고 뒷받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댓글에 "약속을 하면 지켜야 하고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약속을 어기는 정치인이 너무 많아 정치 불신의 원인이 된다. 약속을 어기는 정치인은 정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를 100분 만에 뒤집다니 국정이 장난이냐"고 했다. 이어 "골목 경제 저수지에 물을 대야 한다.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게 지급해 소비를 활성화시켜 내수를 살리고 중소 자영업자가 기지개를 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여야정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