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창업자인 나와 경영진 책임”
노조 “말뿐인 사과···‘행동’으로 보여야”

직장 내 갑질 및 괴롭힘 끝에 네이버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다시 한 번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비판 여론은 식지 않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임직원들에게 최근 직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사과하면서 경영진 쇄신 계획을 다시 한 번 밝혔다. 그러나 네이버 노동조합은 “말뿐인 사과”라고 비판하고 있다. /팩트경제신문 DB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임직원들에게 최근 직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사과하면서 경영진 쇄신 계획을 다시 한 번 밝혔다. 그러나 네이버 노동조합은 “말뿐인 사과”라고 비판하고 있다. /팩트경제신문 DB

네이버 창업자이기도 한 이해진 GIO는 6월 30일 네이버 본사와 일부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최근 네이버 직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사과하고, 경영진 전면 쇄신을 강조하면서 “회사에서 한 발 더 멀리 떨어지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경영진 쇄신 및 새 경영체제 구축을 약속한 이 GIO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노동조합은 “말뿐인 사과”라고 비판했다.

네이버 노조는 이 GIO의 사과 이메일에 대해 “이 GIO가 직접 나서 사과한 건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말뿐인 사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노조의 요구 사항에 응하는 등의 ‘행동’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네이버 노조는 앞서 최인혁 COO(최고운영책임자)가 사의를 표하고 네이버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지만, 네이버 계열사인 네이버 파이낸셜 대표직과 해피빈 재단 대표직은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직원 사망 사건의 실질적이고 전적인 책임이 있는 최 COO가 계열사의 모든 직위에서도 물러나야 된다고 주장했다. 또 직원 사망에 있어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임원들에 대해 최 COO가 비호한 정황이 있다고 했다.

또 노조는 이번 사건과 관련돼 해임된 A 임원 외에도, 다른 임원 B씨 역시 회사 내 모욕적 언행 및 부당한 업무지시를 내려 구성원들이 고통받고 있다면서 해임을 촉구했다.

네이버 측은 직원 사망 사건과 관련한 조사 결과, 일부 임원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있었고, 건전한 조직문화 조성에 대한 리더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부분이 확인됐다고 인정하며 대상자들에게 각각의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노조의 요구와 관련해 추가 징계는 아직 논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지적은 이같은 네이버의 입장, 즉 추가 징계가 없다는 입장을 이 GIO가 사과 메일을 통해 동일하게 반복했다는 것이다. ‘행동’을 촉구한 것은 노조의 추가 징계 및 재발 방지 대책위원회와 노사 공동 시스템 구축 등이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임직원들에게 보낸 사과 메일을 통해 “한 발 더 떨어져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GIO가 지분을 추가 매각하거나, GIO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이 GIO는 네이버의 창업자기도 하다. /팩트경제신문 DB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임직원들에게 보낸 사과 메일을 통해 “한 발 더 떨어져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GIO가 지분을 추가 매각하거나, GIO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이 GIO는 네이버의 창업자기도 하다. /팩트경제신문 DB

앞서 이 GIO는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그동안의 일들에 모두 충격도 받고 실망도 분노도 크셨으리라 생각한다. 저 역시 너무도 큰 충격이었고 헤어나오기가 어렵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해외에 진출하는 사업 모델에도 자부심이 컸지만, 그보다 더 큰 자부심은 새롭고 건강한 회사 문화를 만들어 왔다고 생각한 것에 있었다”며 “저 역시 대기업에서 처음 직장을 시작했던 터라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것에 늘 관심이 많았고, 여러분과 힘을 합쳐서 많은 새로운 시도를 해왔고, 나름대로의 자랑스러운 문화를 만들어 왔다고 믿어 왔었는데, 이 믿음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이 GIO는 “지금 겪고 있는 일들은 회사 문화와 관련된 문제이기에 제 부족함과 잘못이 제일 크다고 생각한다. 제 부족함을 어떻게 사과해야할지, 이번 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답을 못 찾겠다”고 말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 “이 회사 안에서 괴롭힘이 발생했고 그것이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졌다면 이것은 회사 전체적인 문화의 문제이며, 한두 사람의 징계 수위를 통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을 계기로 이사회가 경영진에게 제안한 것처럼 권한이 더욱 분산되고, 책임이 더욱 명확해지고 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서 회사를 이끄는 전면 쇄신을 해야하는 길이 그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해결책이라 생각한다”며 경영진 쇄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GIO는 다시 한 번 “이번 일의 가장 큰 책임은 물론 이 회사를 창업한 저와 경영진에 있다. 모두 회사를 위해서라면 당장 어떤 책임이라도 지고 싶지만, 회사의 새로운 구조가 짜여지고 다음 경영진이 선임되고 하려면 어쩔 수 없는 시간들이 필요하고, 그 사이에 경영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동료들의 고생이 성과로 이어지도록, 투자가와 파트너사들과 주주들에게 신뢰를 잃지 않도록 충실히 다음 경영진에게 인수인계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경영진 쇄신 및 새로운 경영 체계를 도입할 것이지만,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양해를 구한 것이다. 이 GIO는 이사회의 제안대로 늦어도 연말까지 경영진 쇄신을 이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GIO는 구성원의 신뢰와 협동을 당부하며 “내년에는 새로운 체제에서 더욱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내고 다시 자부심을 찾고 즐겁게 일할 수 있게 되리라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해 다시 한 번 새로운 경영체제를 도입할 것을 예고했다.

특히 “지금의 어려움은 모두 저의 부족함에서 왔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며 “회사에서 한발 더 멀리 떨어져서 저 스스로를 냉정히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모두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이 GIO가 네이버의 일부 지분을 추가 매각하거나, 심지어는 네이버 GIO 자리에서도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한편, 이 GIO는 네이버의 경영에 지속적으로 ‘거리두기’를 해 왔다. 일본 라인과 야후 재팬 지주회사 회장 겸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 GIO는 지난 2017년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 2018년 등기이사직도 내려놓으며 네이버에 대한 지배력을 의도적으로 약화시켰다. 네이버 지분 역시 지속적으로 매각해 현재 이 GIO가 보유한 네이버 지분은 3%대다.

네이버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현재의 CXO(최고경영자) 체제의 경영 체계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네이버 경영진은 실무 TF를 구성해 새로운 조직 체계와 리더십 구축을 연말까지 완료할 것을 목표로 진행하고, 진행과정에 대해서는 이사회와 충분히 협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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