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채용서 성차별 당사자 국민동의청원 올려 
차별금지법, 고용, 교육, 재화·용역, 행정 차별만 금지  
31일 역대 법안 발의자 한자리 모여 국회 입법 촉구 

채용면접 과정에서 성차별 논란을 일으킨 동아제약에 대해 13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공동행동)이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동아제약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측에 공식 사과를 요청했다. / 연합뉴스
채용면접 과정에서 성차별 논란을 일으킨 동아제약에 대해 13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공동행동)이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동아제약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측에 공식 사과를 요청했다. / 연합뉴스

국회의 요지부동 속에 지난 2007년 이후 15년 동안 정당한 이유 없이 보류·폐기되기를 반복하던 차별금지법안이 최근 동아제약 채용 과정에서 불거진 성차별 사건 등을 계기로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해 6월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은 현재 소관 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당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같은당 의원 6명 전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 권인숙·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법안을 접수했다. 하지만 21대 국회 들어 8번째 도전 중인 차별금지법안은 발의된 지 11개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검토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24일 동아제약 채용 면접에서 성차별적 질문을 받았던 당사자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올리며 각계에서 법안 통과 촉구의 움직임도 일자 21대 국회에서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차별금지법의 종교나 사상의 자유 침해? '가짜뉴스'

차별금지법은 차별을 없애 존엄과 평등을 실현하자는 기본법이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제정 권고 이후 법률 제정을 위한 노력이 이어져 왔지만, 완결되지 못했다. 

여러 차례 법안이 추진됐음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법안을 왜곡하는 가짜 정보들이 번지고 있어서다. 동성애에 반대하는 설교나 거리 선교를 금지하는 등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종교나 사상의 자유가 침해될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히 잔존한다.

하지만 국회에 계류중인 차별금지법안에 따르면 고용, 교육과 직업훈련, 재화·용역의 공급과 이용, 행정서비스라는 네가지 사회 영역에서 발생하는 차별만을 금지하고 있다. 

31일 오전 국회에서는 21대 국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을 비롯해 지난 15년 동안 국회 안팎에서 해당 법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7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했던 고 노회찬 의원을 대신해 공동발의자였던 최순영 전 민주노동당 의원, 18대 국회 대표발의자인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의원, 19대 국회 대표발의자인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국회 앞 기자회견에 섰다.

이들과 함께 최용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장이정수 여성환경연대 이사,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이 참석했고,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도 참석해 국회의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발언문을 통해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고용상 차별을 금지하는 평등법이 있었다면 고 변희수 하사의 강제 전역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21대 국회에서는 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난해 발표된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에 의하면 국민 10명 중 9명이 평등법 제정에 동의한다고 한다. 가장 논란이 되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대한 차별금지도 대부분의 국민이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 여러 조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평등법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개신교 등 종교 단체의 반대에 관해서는 "기독교 전체의 목소리는 아니다"면서 "기독교인들은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됐다고 말한다. 오히려 국회가 양심에 따라 평등법을 추진해 주기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헌법 제11조는 국민의 평등권을 명확히 하고 있다"며 "국회라면 마땅히 국민들이 차별없이 살아갈 수 있는 국가를 만드는 일의 최전선에 서야 한다"고 국회의 노력을 촉구했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권인숙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 등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권인숙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 등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각계 단체 이어 종교단체까지 법안 통과 촉구

번번이 차별금지법 국회 통과가 무산돼 왔지만, 이번은 변화된 사회 흐름에 따라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흔히 차별금지법 반대 집단으로 인식되는 종교 단체들도 이번에는 법안 통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NCCK인권센터, 대한성공회 나눔의집협의회·정의평화사제단 등의 기독교 단체들은 "혐오세력 주장이 과대표되고 있다고 알리는 자리를 이어가고 있고, 23개 불교단체로 구성된 '차별금지법 제정 불교네트워크도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 제정 10만 국민동의청원에 불자 1만명의 서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역시 지난 24일 성명을 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이 일터와 사회에서 부당하게 겪는 차별을 철폐하는데 동참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25일에는 전국 180개 여성 인권단체들이, 26일에는 문화연대가 28일에는 인권연대가 유관단체들에 차별금지법 청원 동참을 당부하고 29일에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정기총회를 열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결의문을 채택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국회 국민 동의청원이 31일 오후 기준으로 5만 6400여명이 동의했다. / 국회 홈페이지 갈무리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국회 국민 동의청원이 31일 오후 기준으로 5만 6400여명이 동의했다. / 국회 홈페이지 갈무리

31일 기준 국회 국민동의청원 5만 6400명 

이처럼 국회를 비롯해 각계의 단체와 기구들에서 차별금지법 입법청원과 법안 제정을 촉구하는 활동이 본격적으로 이어지면서 동아제약 채용 성차별 사건 당사자로부터 다시 시작된 국회 국민청원이 10만명 동의를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1일 오후 기준 5만 6400여명이 동참했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촉구에 관한 청원이 제기됐지만, 2만 5123명 동의를 얻는데 그쳐 청원이 성립되지 않았다. 

국회는 청원서 공개 이후 30일 내에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접수 요건을 충족하면 상임위에 해당 청원을 회부해야 한다. 이에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이번 청원에서 10만 동의를 모아 21대 국회의 법안 처리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올린 A씨는 "평범을 빼앗김으로써 다른 의미로 '비범'한 인간이 된 사람들이 있다"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져보지 못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회적 약자인 이주민, 성소수자, 비정규직, 장애인, 저학력, 청소년, 여성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 25년 인생의 대부분을 기득권으로 살았다. 유복한 한국인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서울과 해외에서 거주했고,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을 졸업했으며 이성애자이자 비장애인이자 정규직이었다"면서 "이 모든 권력이 단지 성별을 이유로 힘없이 바스러지는 경험을 했다. 모든 권력은 상대적이기에 나 또한 언제든 약자, 배척과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와 연구와 현실이 차별과 혐오의 제거가 국가 발전의 필수 조건임을 보여줌에도, 국회는 자신들의 나태함을 사회적 합의라는 핑계로 외면하고 있다"며 "명백한 직무유기다. 국회는 직무유기를 멈추고 이제 답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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