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정책’ 아닌 ‘정치’에만 집중했나···300명 중 발의 건수 최저
민형배·정청래·정춘숙·송옥주·이용우, 입법 대표발의 최다 TOP5

국회의원 개개인은 모두 입법기관이다. 이들은 사회의 사각지대를 개선하기 위해 입법을 마련한다. 새로운 법을 세우거나, 기존의 법이 품지 못한 이들도 제도권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개정한다.
법안은 홀로 만들 순 없다. 하나의 개정안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대표발의자 외에도 약 10여 명의 ‘공동발의자’가 필요하다. 이것이 첫 번째 문턱이다. 실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경우 지난해 8월 ‘비동의 강간죄’(형법 개정안) 입법을 위해 국회의원 회관에 해당 내용을 설명하는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입법활동은 가히 의정활동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의 투표를 통해 받은 대표성을 입법과 촘촘한 제도 설계로 실현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300명의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본분에 충실했을까. 여성경제신문이 국회의원 개인별 입법 현황을 살펴봤다. 여기서 발의 법률안 개수는 해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지난 4일 기준)으로 한정했다.

정치와 정책. 이 두 가지는 불가분의 관계다. 하지만 ‘어디에 무게중심을 놓을지’는 의원 스스로가 정할 수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5선·서울 종로, 외교통일위원회)은 여권 내 유력 대선 주자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활동하다 직을 내려놓고 지난해 4.13총선에서 ‘대권 티켓’으로 여겨지는 종로에 당선돼 다시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당 대표를 맡으며 당내 입지도 넓혀갔다.
그러다 지난 3월 9일 당대표나 최고위원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경우 대통령선거일 1년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라 직에서 물러났다.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그래서일까. 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률안은 단 한 건으로 300명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한창이던 지난해 6월 11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공동발의에 참여한 의원은 강득구·고영인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56명이다.
개정안은 코로나19 사태 피해에 대한 금융지원을 보다 원활하게 한다는 골자로 구성돼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66조 3항에 있는 “안정”을 “안정 및 피해기업의 경영 안정”으로 바꿔 대상을 확장했고, 금융지원 방식도 보다 넓혔다.
이 밖에도 금융지원 업무를 포함한 재난지원 업무를 맡은 관계 공무원, 공공기관·금융기관 임직원의 적극적 업무 처리 결과에 대해 면책권을 부여해 재난 지원업무가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했다.
이 법안은 같은 해 8월 7일 정부로 넘겨져 그달 18일 공포됐다. 입법 당시 ‘공포 후 3개월 이후 시행’을 명시해 현재 살아숨쉬는 법안이다.
김태년(4선·경기 성남수정, 국회 운영위·외통위)·윤건영(초선·서울 구로을, 외통위·정보위) 민주당 의원은 각각 3건의 법안을 대표발의해 뒤를 이었다. 김 의원은 민주당 1기 지도부 원내대표로 활동했다. 윤 의원은 박영선 전 중소기업벤처장관의 지역구이던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당선된 초선 의원으로, 청와대에 오랜 시간 머물며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7월 14일 세 건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각각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국회입법조사처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다. 이 법안들은 모두 현재 계류 상태에 머물러 있다.
윤 의원은 지난해 8월 12일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국회의원 선거 시 직전 선거까지 3회 연속 당선된 사람은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도록 한다는 파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중진으로 꼽히는 ‘3선’ 국회의원을 기득권으로 보고 정치 신인 유입 등을 위해 기득권을 국회의원 스스로 내려놓자는 설명이다.
아울러 그해 12월 3일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 △대기환경보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중 전기차 구매 시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내용의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은 올해 3월 24일 대안반영폐기됐다.
그 다음은 5건을 기록한 이상직 무소속(재선·전북 전주을, 문화체육관광위)·조수진 국민의힘(초선·비례, 운영위·법제사법위) 의원이다.
이중 ‘이스타 창업주’인 이 의원은 현재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아울러 이스타 항공 직원들을 무더기 해고했다는 책임론에도 자유로울 수 없다.
조 의원의 경우 21대 국회 개원 초기인 지난해 6월 22일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당시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첨예한 갈등을 빚을 때다. 현재 이 법안은 계류 상태로 국회를 떠돌아다니고 있다.
이 밖에도 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에서 보도 관련 내용을 제외하는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부동산등기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대표발의했다.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은 6건으로 공동 3위를 기록했다. 현재 김 전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했으며, 이 자리는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이어받게 됐다. 또 다른 공동 3위는 박진 국민의힘(4선·서울 강남을, 외통위)·윤희숙 국민의힘(초선·서울 서초갑, 기획재정위)·홍영표 민주당(4선·인천 부평을, 국방위) 의원이다.
공동 5위는 김성환 민주당(재선·서울 노원병, 운영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김희곤 국민의힘(초선·부산 동래, 정무위)·유상범 국민의힘(초선·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 법사위·예산결산특별위원회·윤리특별위원회)·이인영 민주당 의원(4선·서울 구로갑, 기재위)이 이름을 올렸다. 현재 이 의원은 통일부 장관을 겸직하고 있다.

#대표발의 TOP5 누구?···대다수 ‘계류’에 머물러
법률안 최다 대표발의자는 민형배 민주당 의원(초선·광주 광산을, 정무위)이다. 민 의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 사회조정비서관을 지냈다. 약 8년 동안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을 지내 지역 사정과 지방 자치에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공로로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자치발전비서관과 사회정책비서관으로 청와대에 근무했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광주 광산을에 당선, 초선 의원이 됐으며 현재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가 현재까지 대표발의한 법안은 총 126건이다. 전체 다만 이중 처리된 법안은 12건(9.52%)에 머물며 나머지 114건(90.47%)은 계류 상태로 국회를 떠다니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3선·서울 마포을, 국회 교육위원회)은 2건 낮은 124건으로 2위를 기록했다.
이 중 처리된 법률안은 총 13건(10.48%)이고, 그 외 111건(89.51%)은 계류에 그친다.
이어 서울시 성평등위원회 위원,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등을 맡아 여성운동계에서 오랜 시간 활동해 온 정춘숙 민주당 의원(재선·경기 용인병, 보건복지·여성가족위원회)이 118건을 대표발의해 3위에 올랐다.
송옥주 민주당 의원(재선·경기 화성갑, 환경노동위원회)과 카카오뱅크 대표를 지낸 이용우 민주당 의원(초선·경기 고양정, 정무위원회)은 각각 114건과 87건을 대표발의해 4, 5위를 나타냈다.
송 의원은 발의 의안 중 34건(29.82%)이 처리됐다.
이 의원은 87건 중 22건(25.28%)이 처리된 상태다. 다만 이중 중소기업 사업전환 촉진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비롯한 20건의 법안이 “2011년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기업회계기준에서 대차대조표를 재무상태표(statement of financial position)로 변경했는데, 아직 일제시대부터 사용하던 대차대조표 용어가 법률에 남아있어 이를 재무상태표로 변경하고자 함”이라는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