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주장 ‘처리수’, 계속해서 방사성 물질 나와···과학적으로도 잘못된 표현”
“해양 방류, 가장 ‘값싼’ 처리방식···40개 원전 재가동 위한 ‘정치적 쇼’ 불과‘
일본 정부가 4월 13일 관계 각료 회의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발생한 오염수(일본 측 표현 처리수)를 해양 방류하겠다고 결정했다. 한국과 중국 등 인접 국가는 물론 전세계 환경 운동가들 사이에서 일본을 향한 규탄의 목소리가 빗발친다.
본지는 이날 세계적 환경단체 그린피스 동아시아 지부 장마리 탈원전 캠페이너와 유선 인터뷰를 진행해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하게 된 배경과 한국에 끼치는 영향, 그리고 국가 차원의 대응 방법 등에 관한 그의 생각을 들었다. 장 캠페이너는 통화에서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한국 정부가 신속하고 즉각적으로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국제재판소에 잠정조치를 청구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를 향해 지금보다 강력히 제재해야 한단 주장을 펼쳤다. 다음은 장 캠페이너와의 일문일답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일본이 여전히 피해 사실을 은폐하는데 급급하단 비판이 잇따른다. 일례로 오염수를 일본 측에서는 ‘처리수’라 표현하는 게 대표적이란 주장이다.
“맞다. ‘처리수’는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를 통해 정화 처리한 결과물이란 의미다. 해당 용어를 사용하려면 처리 이후에는 오염 물질이 없어야 하지 않나. ALPS 처리를 했는데도 오염물질이 남아 있다면 그건 ‘오염수’다. 그런데 현재 오염 정화 처리한 오염수, 즉 일본이 주장하는 처리수에서도 계속해서 방사성 물질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처리수란 건 과학적으로도 잘못된 표현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이 주는 나쁜 이미지를 상쇄하고자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처리수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양 방류한다면, 오염수로 인한 피해는 동아시아 주변국인 한국과 중국을 넘어 어디까지 끼치게 될까.
“일본의 해양 방류로 주변국이 받게 될 피해에 대해서는 과학적 분석이 필요하다. 다만 일본 정부는 현재 국제해양법에 비준하고 있어 환경영향평가 실시 의무를 갖는데, 그 의무를 위반한 거다. 후쿠시마 대학교에서 발표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지 1년 만에 우리나라 동해의 세슘 농도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3~4년 후에는 세슘 농도가 최고치에 달한다. 문제는 연구 당시 해양에 방출된 방사성 물질의 양과 앞으로 (오염수 해양 방류가 된다면) 해양에서 검출될 방사성 물질의 양이 비교불가하다. 그린피스의 지난 3월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향후 100년 간 지금보다 더욱 독성이 높은 오염수가 만들어질 수 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에 있는 세 개의 원자로 안에 아직까지 핵연료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으로 우리나라는 실질적으로 어떤 피해들을 입게 될까.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해양 방류된다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길게는 수만 년간 방사성 바다, 방사성 저장고에 갇히는 셈이다. 실제로 후쿠시마 오염수 안에는 64개종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다. 이중 반감기(半減期·방사선 물질의 양이 처음의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가 수만 년에 달하는 물질도 있다. 이런 오염수를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바다에 방류한다면 반감기는 ‘수만 년’에서 배(倍)로 늘어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미래 세대에까지 방사성 저장고가 된 바다를 물려주는 거다. 바다에 방류된 방사성 물질은 추적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시민들이 입게 될 실질적 피해를 측정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정체를 알 수 없다’는 데서 오는 공포감이 있다.”
―우리나라 먹거리 안전과 민생 경제 문제에 대한 우려도 크다.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에서 승소했다. 다만 이는 잠정 조치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는 언제든 WTO 제소를 통해 우리나라에 대한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해지할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우리나라는 후쿠시마산 수산물 무방비로 받아야 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해산물 전량을 검역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오염수 해양 방류는) 우리나라 먹거리 안전에 치명적이다. 또 우리나라 수산업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소비자의) 수산물 기피현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수산물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인데, 다른 나라에서 일본 수산물에 대해 금지 조치를 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수산물에 대해서도 검역이 까다로워지거나 어쩌면 수출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 어업 산업이 무너지고 민생 경제가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 배경엔 경제적 이유가 크다는 시각도 있다.
“해양 방류는 오염수를 처리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다. 일본에서는 오염수 관리 비용으로 1년에 1조 원 상당이 든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이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수습하는 데 천문학적 비용을 사용했다. 여기에 원전 폐로 과정, (후쿠시마) 주민 배상, 지속적인 오염수 관리 등을 고려하면 향후 더 많은 자금을 쏟아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수습과 오염수 처리는 일본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위험 요소인 거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해양 방류’라는 경제적으로 가장 값싼 방법을 택한 거다. 추가로 일본 정부의 현 에너지 정책에 따르면 앞으로 2030년까지 총 40개 원전을 재가동할 예정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보유한 총 59개의 원자로를 가동 중지했다. 현재 5개 원자로가 재가동 중이고, 여기에 향후 2030년까지 35개의 원자로를 추가로 재가동할 방침이다. 오염수 해양 방출은 이를 위한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 세간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수습했단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다. 이 지점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일본 정부는 공동의 목표를 갖는다. 원전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사고 이후 대처가 불가능하단 점이다. 이에 대해 IAEA, 일본, 미국 같은 경우 ‘원전 사고가 나더라도 충분히 수습할 수 있으니 마음 놓고 원전을 가동하라’는 동일한 주장을 공유하고 있다.”
―일본을 향한 국제 차원의 강력 제재는 어렵나.
“한국 정부는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강력하게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를 막을 수 있는 국가다. 한국과 일본 모두 국제 해양법 비준 국가이기 때문에, 국제 해양법상 요구되는 권고사항을 모두 충족해하는 의무가 있다. 현재 일본 정부의 해양 방류로 인해 인접국인 한국의 바다를 방사성에 오염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 인접국과 사전 통보 및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두 번째로는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공식적·과학적인 분석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현재 이런 두 가지 사전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내린 것 자체가 국제법 위반에 해당되는 사안이다. 한국 정부는 지금이라도 즉각 국제해양재판소로 이 문제를 확대할 수 있다. 실제 그린피스는 한국 정부를 향해 국제해양재판소에 잠정조치를 청구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복잡한 행정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는, 일종의 ‘긴급 구제 요청’이다. 국제재판소가 이 사안에 대해 빠르게 검토한 뒤 2~3개월 안에 국제법적인 근거로 개입할 수 있다. 국제재판소는 개입을 통해 잠재적 피해 국가와 잠재적 가해 국가 모두에게 ‘해양법을 따르라’는 권고를 내린다. 이는 한국이 신속하고 즉각적으로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렇다면 오염수는 해양 방류가 아닌 어떤 형태로 처리돼야 할까.
“사실상 인류는 이렇게 방대한 양의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해 본 적이 없었다. 지금이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가 최초 사례다. 현재 그린피스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등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 하는 전문가들은 오염수를 육지에 보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은 현재 오염수를 저장탱크에 보관하고 있는데, 이 저장탱크는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확대해갈 수 있다. 여기에 오염수를 저장하는 대안이 현재로서는 유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