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장외 시총 40억···KB국민·신한, 시총 합산과 비슷
"액면분할 자체는 호재 아니다····기업공개·M&A 주목"

카카오가 15일부터 주식 거래를 재계한다. 액면분할을 단행한 카카오는 이날부터 기존 55만8000원의 가격을 11만원 대로 낮출 계획이다. 카카오는 이를 위해 12일부터 14일까지 삼일동안 거래를 닫아뒀다.
카카오 주가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약 155% 상승했다. 기업 호실적과 계열사 상장 확정 소식이 알려지며 40%가 추가로 올랐고, 지난 2월 25일 액면분할 소식이 전해지며 한달동안 다시 15.2% 상승했다. 지난해부터 같은 기간동안 코스피는 6% 상승했다.
액면분할 전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9일 카카오는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현대차를 밀어내고 시가총액 6위에 올랐다. 일부에서 카카오의 현 주가가 예정된 미래 호재와 가치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만큼, 액면분할 이후 주가가 더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카카오는 액면분할 이후 여러 계열사의 상장도 준비 중이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카카오엔터테이먼트, 카카오모빌리티, 야나두까지 알려진 것만 계열사는 여섯 개 기업이다. 이 밖에도, 카카오가 23%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용사 두나무도 상장을 준비 중이다.
카카오는 액면분할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밝혔지만, 올해만 여섯 개 계열사가 상장하는 것으로 보아 자금력 확보의 의미가 더 커보인다.
카카오는 이번 계열사 상장으로 세 가지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자금 확보, 두 번째는 계열사의 전문성 강화다. 마지막 세 번째 이점은 부담이 완화된다는 것인데, 크게 보면 본사 경영의 부담이 덜해지고 멀리 보면 승계 과정에서 부담이 줄어든다.

상장을 준비 중인 계열사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업은 카카오뱅크다. 15일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는 카카오뱅크는 이르면 올해 6월에서 7월 상장될 것으로 보인다. 심사를 마무리 짓자마자 상장을 진행한다는 가정 하에 추정되는 상장일이다.
카카오뱅크는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 수 1360만 명, 수신 잔액 23조5393억원, 여신 잔액 20조3133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뱅크의 여신 잔액은 전년 15조원 대비 33% 증가했다. 이는 5대 은행(신한·KB국민·NH농협·우리·하나) 신용대출 증가율 21.6%보다 12% 가량 높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0월 외국계 사모펀드 TPG 캐피탈과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각각 2500억원을 유치했다. 작년 3분기 말 국내 은행 원화대출금은 1853조원이다. 이 가운데 카카오뱅크 점유율은 1%다. 카카오뱅크의 전체 대출시장 점유율은 미미하다. 하지만, 기업공개(IPO)를 활용해 자본금이 늘어나면 대출여력이 확대되는 만큼, 이는 곧 점유율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까지 신용대출만 취급해 순이자 마진이 시중 은행보다 높았다. 지난해 수수료 부문에서 68억원 순이익을 기록하며 첫 흑자를 냈다.
카카오뱅크의 장외 시가총액은 지난달 기준 40조원이다. 이는 국내 시가총액 1위 은행지주인 KB국민 22조원, 2위 신한지주 19조원을 합한 것과 비슷하다. 카카오뱅크가 상장할 시 주식 시장은 물론 금융계에도 적지 않은 파급 효과가 생길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 밖에도, 올해 8월 목표로 상장 추진 중인 카카오페이는 기업가치 7조원에서 10조원대로 추산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 중이고, 카카오모빌리티와 야나두, 카카오페이지 등도 내년 기업공개(IPO)에 가세할 전망이다. 카카오의 액면분할과 계열사 상장에 따라 블록체인 자회사 크레이튼의 가치는 물론 카카오 본사 플랫폼 가치도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나 네이버로 봤을 때 액면분할 자체가 호재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후에 회사의 업황이나 실적 변동에 따라 주가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액면분할은 이벤트가 아닐 것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추가 이슈에 따라 주가가 바뀔 수밖에 없다.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페이같은 회사의 기업공개 일정, 해외 기업들의 M&A 이슈들이 가시화되서 시장에 나올 때 기업 가치 변동이 생길 수 있다. 상장 기업 가치와 상장 이후 퍼포먼스에 따라 카카오 주가가 계속 커질거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