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전 바둑교실 다니는 아들 상대해주다 본격 투신···천직 돼
“여성이 바둑 알면 가족 화합·소통 도움···여성바둑인 늘리는 데 주력할 것”

지난 1월 13일 취임식을 시작으로 4년 임기에 돌입한 이광순 (사)한국여성바둑연맹 회장. /(사)한국여성바둑연맹 제공
지난 1월 13일 취임식을 시작으로 4년 임기에 돌입한 이광순 (사)한국여성바둑연맹 회장. /(사)한국여성바둑연맹 제공

(사)한국여성바둑연맹은 연조가 오래된 단체다. 1974년 창설됐으니 어언 반세기를 바라본다. 
여성바둑이라고 해서 구색만 갖춘 들러리 단체로 치부하면 곤란하다. 한국여성바둑연맹은 대한바둑협회, 한국기원과 함께 한국바둑을 상징하는 바둑단체 중 하나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1974년 한국여성기우회 발족을 모태로 한 한국여성바둑연맹은 현재 전국 28개 지부와 열성 회원 500여 명을 두고 있다. 특히 이들 500여 명의 회원들은 대부분이 50대 이상으로 전국에서 열리는 모든 바둑대회에 빠지지 않고 참가하는 약방의 감초 격 바둑 전사들이다.

여성들이, 그것도 50대 이상 여성이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골몰하는 모습은 바둑 문외한이 보기에도 인상적인지 대회마다 가장 큰 인기를 모으는 것이 바로 여성 단체전이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하는 전국 규모 바둑대회가 새로 열릴라 치면 이구동성으로 여성 단체전은 꼭 넣어달라는 주문은 반드시 들어온다.      

지난 1월 13일 취임식을 시작으로 4년 임기에 돌입한 이광순 신임 한국여성바둑연맹회장을 만나봤다.

 

이광순 신임 한국여성바둑연맹회장은 취임식에서 “「바둑의 가치를 높이다! 소통과 공감의 중심! ‘한국여성바둑’」이라는 비전 아래 ‘여성연맹과 여성바둑의 가치 및 위상 강화, 여성연맹의 규모 확대, 회원과 지부 간의 친밀한 소통 및 시스템 강화, 여성바둑 보급 활성화’ 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한국여성바둑연맹 제공
이광순 신임 한국여성바둑연맹회장은 취임식에서 “「바둑의 가치를 높이다! 소통과 공감의 중심! ‘한국여성바둑’」이라는 비전 아래 ‘여성연맹과 여성바둑의 가치 및 위상 강화, 여성연맹의 규모 확대, 회원과 지부 간의 친밀한 소통 및 시스템 강화, 여성바둑 보급 활성화’ 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한국여성바둑연맹 제공

“한국바둑의 개척자라 불리는 조남철 선생님이 일찍이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바둑은 남성 열 명에게 가르치는 것보다 여성 한 명에게 가르치는 게 보급에는 낫다’라고요. 일각에선 최근 한국바둑이 위기라고 하는데 저는 실력적인 그런 것보다 바둑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바둑이 가지는 재미, 아름다움, 사교적 수단으로써의 가치 같은 것들을 바둑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리는데 주력하고 싶습니다. 특히 여성들에게 말이죠. 그게 바둑 위기설을 극복하는 방법이 아닐까요?”

그가 바둑을 처음 접한 것은 26년 전인 1995년이었다. “바둑교실에서 바둑을 배우는 일곱 살 아들이 집에 돌아오면 상대를 해주기 위해 바둑을 접하게 됐어요. 막상 배워보니 시간이 갈수록 흥미가 더 생겼고 나중에는 제가 아이보다 더 빠졌던 것 같습니다.” 바둑의 묘미를 알게 되자 한번 제대로 파보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다. 

본격적인 바둑 공부를 위해 세한대 바둑학과에 진학해 바둑학을 전공하기에 이른다. 이후 명지대 바둑 최고위 과정과 성균관대학 사회교육원과 등을 수료하며 바둑 관련 소양을 축적해나갔다. 또 1999년부터는 방과 후 학교 어린이 바둑교실을 비롯해 주부 등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센터 출강 등 바둑보급 활동에 바쁘게 보내고 있다. 늦게 찾은 ‘바둑이 천직’이라는 그의 기력은 아마 4단. 대한바둑협회에서 발행하는 심판 및 코치자격증, 바둑지도사 등 각종 바둑관련 자격증도 빼놓지 않고 취득했다. 바둑은 그에게 자연스럽게 정말 천직이 됐다.   

 

지난 1월 13일 열렸던 제48대 한국여성바둑연맹 회장 이취임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취임식에는 신덕순 한국여성바둑연맹 고문, 강명주 지지옥션 대표이사, 박정채 국제바둑연맹 회장, 한상열 한국기원 부총재, 정수현 명지대학교 교수, 송재수 대한바둑협회 회장 직무대행, 장재익 (주)AFC 대표이사,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전병식 울진신문사 대표, 양상국 9단, 양건 9단, 조혜연 9단 등이 참석해 회장 취임을 축하해줬다. /(사)한국여성바둑연맹 제공
지난 1월 13일 열렸던 제48대 한국여성바둑연맹 회장 이취임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취임식에는 신덕순 한국여성바둑연맹 고문, 강명주 지지옥션 대표이사, 박정채 국제바둑연맹 회장, 한상열 한국기원 부총재, 정수현 명지대학교 교수, 송재수 대한바둑협회 회장 직무대행, 장재익 (주)AFC 대표이사,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전병식 울진신문사 대표, 양상국 9단, 양건 9단, 조혜연 9단 등이 참석해 회장 취임을 축하해줬다. /(사)한국여성바둑연맹 제공

회장 취임식에는 코로나19 시국임에도 신덕순 한국여성바둑연맹 고문을 비롯해 강명주 지지옥션 대표이사, 박정채 국제바둑연맹 회장, 한상열 한국기원 부총재, 정수현 명지대학교 교수, 송재수 대한바둑협회 회장 직무대행, 장재익 (주)AFC 대표이사,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전병식 울진신문사 대표, 양상국 9단, 양건 9단, 조혜연 9단 등이 참석해 회장 취임을 축하해줬다. 

취임식에서 그는 “모든 힘을 다하여 여성연맹이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회장직을 충실히 수행하겠다. 「바둑의 가치를 높이다! 소통과 공감의 중심! ‘한국여성바둑’」이라는 비전 아래 ‘여성연맹과 여성바둑의 가치 및 위상 강화, 여성연맹의 규모 확대, 회원과 지부 간의 친밀한 소통 및 시스템 강화, 여성바둑 보급 활성화’ 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금 거창한 면이 있는 것 같아 임기 내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지 먼저 물었다.
“여성이 바둑을 알면 남편과 자녀들도 자연스럽게 바둑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으로 이끌 수 있어요. 가족 구성원의 화합과 소통에도 도움이 되지요. 또 자녀들의 두뇌개발은 물론 집중력 향상, 인내심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공감각 능력과 지각을 키우는 데도 바둑만 한 게 없어요. 이건 제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바둑을 배워야 하는 이유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바둑 인구를 늘리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전 임기 내내 여성 바둑인을 늘리는 일에 큰 가치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이광순 신임 한국여성바둑연맹회장이 지난1월 13일 열린 이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한국여성바둑연맹 제공
이광순 신임 한국여성바둑연맹회장이 지난1월 13일 열린 이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한국여성바둑연맹 제공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고령화된 바둑 인구 활성화를 위해 전국 20개 대학 바둑 동아리와 연계해 바둑을 보급할 예정입니다. 대학바둑 동아리에 여성바둑인 5명만 있다면 우선적으로 재정 및 교육 시스템을 지원하겠습니다. 이에 대한 재원 마련은 이미 계획이 서 있습니다. 또 한국기원, 대한바둑협회 등과 연계해 프로기사를 파견하는 등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여성바둑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문화센터, 소외계층 지원, 다문화가정 문화지원사업 등에 바둑강사를 파견함으로써 여성 바둑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현재 한국여성바둑연맹에서는 왕십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매주 입문반, 중급반, 고급반 강의를 열고 있다. 입문반은 수요일 오전 11시부터 1시간 30분, 중급반은 금요일 오전 11시~1시까지 바둑을 배우고 싶어하는 입문자를 위해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여성바둑연맹 홈페이지를 통해 문의하면 된다.

“아, 강의실을 꽉꽉 채워서 더 넓은 사무실로 이전하는 것도 임기 내 꼭 이루고 싶은 소망입니다”라는 이 회장의 멘트를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유경춘 바둑평론가

대학졸업 후 첫 직장인 주간바둑신문 입사 이후 줄곧 바둑계에서 바둑전문기자로 활동해왔다. 월간 바둑세계 편집장, 넷마블바둑 컨텐츠팀장 등을 거쳐 현재는 (사)대한바둑협회 홍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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