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계열사서 '일감 몰아주기' 등…4세경영 본격 시동

 

LG그룹이 구본무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상무를 전진 배치하며 경영승계 작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지난해 말 구광모 LG시너지팀 부장을 부장 승진 2년만에 상무로 임명한 데 이어, 최근엔 하현회 LG사장을 신규이사와 비상무이사로 각각 신규 선임했다. 구 상무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아들이자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회장의 증손자다.

정확히는 구 회장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아들로 지난 2004년 구 회장의 양자로 입적됐다. 구본무 회장이 딸만 둘이고 아들이 없는 상황을 감안한 구씨 가문의 결정이었다. 재계는 이번 구광모의 상무 승진이 구 회장을 이을 후계 수업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구인회 창업주에서 구자경 명예회장, 구본무 회장까지 장자들이 LG그룹 경영권을 승계해 온 것으로 미뤄볼 때 구 상무가 후계를 이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즉 당장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구 상무를 그룹의 임원으로 기용해 경영수업 기회를 충분히 주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는 것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70세 룰' 지킬까?… 구광모 상무 '승계 채비'

실제 이번에 구 상무와 함께 호흡을 맞췄던 하현회 HE사업본부장을 LG사장으로 이동시킨 것도 구 상무의 경영행보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하 사장은 지난 2012년부터 2013년까지 LG의 시너지팀장을 맡으며 현재 LG전자 주력 스마트폰인 G2의 기틀을 만들고, 현재 그룹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키우는 전기차 등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부문의 기반도 닦아 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LG 시너지팀은 현재 구 상무가 지난 2009~2012년까지 LG전자 미국 뉴저지 법인에서 근무하다 지난 2014년 4월부터 속해 있는 팀이다.

구 상무는 지주사 지배력도 커졌다. 구 상무는 구 회장의 양자로 입적할 당시 0.26%에 불과했던 (주)LG 지분을 그해에만 2.64%까지 끌어올렸다. 이후에도 범 LG일가에서 나오는 지분을 꾸준히 사들였다. 지난해 말에는 친부인 구본능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으며 개인 3대 주주로 부상한 상태다.
현재 (주)LG 지분은 구본무 회장이 10.79%로 가장 많고, 구본준 부회장이 7.57%를 가지고 있다.

이와 함께 구 상무가 올해 초 사들인 범한판토스 지분도 그의 경영승계 정황에 힘을 싣는다. 앞서 구 상무는 자비를 들여 범LG그룹 방계기업인 범한판토스 지분을 사들여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범한판토스는 1977년 LG그룹의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동생 구정회 씨의 셋째 아들인 고(故) 구자헌 회장이 설립한 방계기업이다. 현재 대주주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6촌 동생인 구본호 범한판토스 부사장(46.1%)과 그의 어머니인 조원희 범한판토스 회장(50.9%)이다.

범한판토스는 그동안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LG그룹 계열사의 종합물류서비스를 제공, 지난 2013년 매출액 2조400억원에 영업이익 592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기업을 LG상사와 구 상무등에 넘긴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사전 조율이 있었을 것이란 풀이를 내놓고 있다. 구 상무는 LG상사 주식을 2.11% 보유하고 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LG그룹에서 나오는 만큼 손쉽게 매출을 올리고 그 이익이 오너 일가에게로 흘러들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범한판토스는 지난해 구본호 부사장과 조원희 회장 등 대주주에게 97억원을 배당(배당성향 20.3%)하는 등 줄곧 고액 배당 논란에 휩싸여왔다.

실제 범한판토스는 그동안 오너 일가의 방계기업인 까닭에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비켜나 있었지만 이번에 구 상무 등 오너 일가가 지분 참여에 나서면서 범한판토스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LG그룹 측은 "사업 시너지를 위한 인수일 뿐"이라며 "범한판토스가 LG계열사로 편입되는 만큼 오히려 일감 몰아주기를 방지하고 철저히 모니터링 할 수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구 상무가 범한판토스를 통해 그룹 내 지배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과거 희성전자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구광모 상무, 범한판토스 지분 인수 주목…이익 몰아주며 '富 대물림'

구 상무의 친아버지인 구본능 회장이 경영하고 있는 희성전자는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에 힘입어 2000년에만 해도 684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2003년 4588억원으로, 2009년에는 1조1872억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희성전자는 LCD패널에 들어가는 백라이트유닛 등을 주력으로 주로 LG디스플레이 등에 납품해왔다.

이 과정에서 구 상무는 2003년 23%였던 희성전자 지분을 2004,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모두 정리해 막대한 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구 상무가 (주)LG 지분을 매입하는 데 사용된 자금 중 일부분은 희성전자 매각 대금으로 알려졌다.

그룹 총수가 자식이나 친인척이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편법으로 부(富)를 대물림하는 전형적인 재벌 기업들의 3대 상속인 셈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상무의 (주)LG의 지분 취득 및 일련의 활동은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밑작업으로 보면 된다"고 해석했다.

다만 구본무 회장이 여전히 활발하게 그룹 경영에 나서고 있고, 건강에도 문제가 없는 만큼 최대한 지금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은 여전히 우세한 상황이다. 구 회장이 50세에 회장에 취임했다는 점도 구 상무로의 경영권 승계가 단시간내 이뤄질 가능성을 낮게 만드는 요인이다. 실제 구자경 명예회장은 창업주로부터 50세에 그룹을 물려받아 70세에 구본무 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한 바 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올해 37세인 구 상무를 대신해 그룹 경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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