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달리 노인인구 많지 않고 젊은이들은 힘든 농사일 기피
월 40만원에 의식주 해결···농사 경험 많은 노인들 초대하고파

양곤항구에서 떠나는 크루즈. 코로나 시기에도 주말에 인원을 제한해 운영한다. 양곤강을 돌아오는 2시간 반의 관광코스다. 선상식사를 포함해 25불. 일몰을 감상한다.  /사진=정선교
양곤항구에서 떠나는 크루즈. 코로나 시기에도 주말에 인원을 제한해 운영한다. 양곤강을 돌아오는 2시간 반의 관광코스다. 선상식사를 포함해 25불. 일몰을 감상한다.  /사진=정선교

오늘은 토요일. 직원들과 양곤 항구에 왔습니다. 오후 5시에 떠나는 크루즈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랜만의 외출입니다. 다운타운과 가까운 양곤항은 양곤강에 있습니다. 바다까지는 강을 따라 멀리 나가야 합니다. 항구에는 양곤강 선셋을 보는 관광코스가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주말에만 인원을 제한해 운항합니다. 2시간 30분 코스로 선상식사도 제공됩니다. 강을 따라 인근 딴린, 달라섬을 천천히 돌아옵니다. 일몰이 아름답기에 많은 양곤의 연인들이 이용합니다. 우린 YRC(Yangon River Cruise) 회사의 표를 삽니다. 외국인은 25불입니다. 이 나라는 아직 비행기와 배는 현지인과 달리 조금 비쌉니다. 

배에 오릅니다. 가족마다 각각 흰 테이블이 배정됩니다. 배 주위로 갈매기들이 날아들고 사람들은 가판에서 산 먹이를 던져줍니다. 한국 강화도에서 석모도로 갈 때 주던 그 먹이입니다. 선상에는 유럽 음악이 흐르고 배는 몸을 뒤틀어 양곤항을 떠납니다. 역사적으로 양곤항은 많은 이야기가 있는 곳입니다. 영국 식민시절 수많은 영국인들이 드나들던 곳. 군부통치시절엔 많은 외국인들이 추방되던 장소입니다. 옛날엔 현지인들이 여기서 외국으로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아웅산 묘소 테러사건 때, 북한의 폭파범들이 총격전 끝에 잡힌 곳이기도 하지요. 

 

사람들이 별로 없을 거라 예상했는데 연인, 가족, 친구들로 붐볐다. 평소와 달리 외국인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한국처럼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던져준다. 
사람들이 별로 없을 거라 예상했는데 연인, 가족, 친구들로 붐볐다. 평소와 달리 외국인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한국처럼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던져준다. 

오후 5시 30분. 뷔페식 저녁식사가 시작됩니다. 닭고기와 야채, 볶음밥과 국수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우리 일행들은 맥주도 한잔 주문합니다. 오랜만에 함께 하는 외식입니다. 선상에는 가족들, 연인들 약 1백여 명은 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배는 미끄러지듯 강을 따라 흘러가고, 아득히 양곤의 불 밝힌 건물들이 보입니다. 어느 시인이 얘기했던가. 강은 과거와 이어져 미래로 흐르지만 언제나 제자리에 있는 듯 느껴집니다. 갑자기 어둑해진 도시에 석양이 강물을 적십니다. 수줍은 듯 발간 해가 산으로 숨는 순간입니다. 선셋(Sunset). 양곤항이 저물고 있습니다. 우리 삶에도 일몰이 있습니다. 배 난간에 서서 우리 인생의 선셋도 생각해봅니다.

 

오랜만에 외출을 한 양곤시민들. 강바람과 음악을 들으며 삶의 활기를 되찾는 시간이다. 배를 운항하는 항해사들이 포즈를 취해주었다. 
오랜만에 외출을 한 양곤시민들. 강바람과 음악을 들으며 삶의 활기를 되찾는 시간이다. 배를 운항하는 항해사들이 포즈를 취해주었다.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된다는 것. 한국은 노인문제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건 높은 노인들의 자살률입니다. OECD 국가중 10년째 1위이고 2위 국가와도 큰 격차가 있습니다. 한국의 연령대에서도 65세 이상 자살률이 가장 높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노인 5명 중 1명은 우울증상이 있습니다. 남성노인의 자살이 62%를 넘어 여성노인보다 더 높습니다. 

노인들이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경제적 어려움, 건강, 가족과의 갈등이 80% 가까이 됩니다. 한국의 많은 노인들이 먹고살기 힘들고, 질병의 고통을 이겨내기 힘들고, 가족과 단절된 정신적 스트레스로 자살을 생각하고 결단을 내리는 현실입니다. 올해부터 바뀐 노인 기초연금 월 30만원(소득하위 40% 해당)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현 시대의 한국노인들은 부모를 부양하는 사회풍조에 자랐지만, 지금 본인들은 그렇지 못한 시대에 살기에 외로움까지 겹쳐 있습니다. 인생의 황혼기를 맞아 유독 한국의 노인들은 평안한 삶을 살지 못합니다. 경제대국임에도. 

 

석양이 양곤강을 적시고 있다. 모두 말없이 사진을 찍는다. 지는 해를 보며 자신의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이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황혼. 한국의 노인문제를 생각해보았다.  
석양이 양곤강을 적시고 있다. 모두 말없이 사진을 찍는다. 지는 해를 보며 자신의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이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황혼. 한국의 노인문제를 생각해보았다.  

미얀마는 노인인구가 많지 않습니다. 더운 나라라 평균수명이 짧습니다. 15세에서 35세까지의 노동인구가 가장 많은데, 일자리가 많지 않습니다. 청년들은 농사일은 잘 안하려고 합니다. 농업기계가 별로 없어 몸으로 해야 하니 힘든 노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부모님이나 노인들을 잘 섬기는 관습이 있습니다. 월급을 받으면 대개 부모님께 보냅니다. 

이 나라에 와서 사는 한국인 중에는 60세가 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른들에게 친숙한 문화도 큰 몫을 차지합니다. 도회지와 달리 시골에는 월 40만원 선에서 의식주와 생활을 해결하는 호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한국의 노인기초연금 수준입니다. 농축산, 사료기술, 농업기계 분야에 경험이 있는 한국의 노인들에겐 할 일도 많은 나라입니다. 외국인이라도 병원진료비가 그리 비싸진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교민들은 거의 대도시 양곤에 삽니다. 경제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양곤에서 10시간 떨어진 시골에서 삽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농사일을 했던, 경험 많은 노인들을 늘 초대하고 싶습니다. 

 

희망이 없으면 누구나 우울해진다. 새해는 노인들이 다시 뜨는 해처럼 자그만 희망을 갖길 소망한다. 
희망이 없으면 누구나 우울해진다. 새해는 노인들이 다시 뜨는 해처럼 자그만 희망을 갖길 소망한다. 

양곤항의 선셋을 바라봅니다. 우리 인생의 선셋도 생각합니다. 붉게 타오르던 젊은 날의 추억, 안개 자욱한 중년, 마침내 다다른 강기슭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합니다. 홀로라도 희망만이 살 길입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저널리스트 겸 작가. 국제 엔지오(NGO)로 파견되어 미얀마에서 6년째 거주 중. 미얀마 대학에서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미얀마 전역을 다니며 사람, 환경, 자연을 만나는 일을 즐겨 한다. 국경을 맞댄 중국, 인도, 태국 등에 사는 난민들과 도시 빈민아동들의 교육에 큰 관심이 있다. 미얀마 국민은 노래를 좋아해 요즘 이 나라 인물을 다룬 뮤지컬 대본을 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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