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 간 언어도 달라 135개 부족이 300여개 언어 사용
70% 차지하는 버마족이 주류···버마어도 공용어로 사용
고교 교재는 영어로···각기 다른 종족간 잘 어울려 살아

미소의 나라 미얀마. 지금처럼 힘든 시기에도 웃음이 넘칩니다. 길을 가다 처음 만난 사람과도 대화가 쉽고, 젊은 여성들에게 사진을 같이 찍고 싶다면 흔쾌히 응해주곤 합니다. 외국인에겐 친절한 국민입니다. 그런데 대중문화 깊숙이 들어가면 여러 가지 고충을 안고 있습니다. 그것은 각기 다른 135개 종족이 연방을 이루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언어가 완전히 다릅니다. 종족 간 전혀 알아듣지 못해 통역이 필요합니다. 문화와 풍습, 의복 스타일도 달라 완전히 다른 나라 사람입니다.



그러나 미얀마는 공용어로 버마어를 씁니다. 초중고 등 정규교육은 물론 대화의 기본이 되는 언어입니다. 미얀마 종족 중 주류를 이루는 버마족들이 바간왕조부터 쓴 언어입니다. 이렇게 각기 다른 수많은 종족을 안고 나라를 다스려야 하니 예전 왕들이나 지금의 현대 정부도 힘들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정치학자들은 '미얀마는 정치를 잘하는 나라'라고 평하기도 합니다. 문제 소지가 많은 데 비해 문제가 그리 많지 않아서일까요.


먼 국경지대에는 아직도 소수부족들의 독립, 종교, 마약 등으로 분쟁과 내전이 속출하고 있긴 합니다. 미얀마는 땅이 넓은 만큼 부족도 많고, 언어도 많습니다. 135개 부족이지만 언어는 약 300개가 넘는다고 언어학자들이 얘기합니다. 같은 종족이라도 마을 간 쓰는 표기나 발음이 틀리기 때문입니다. 자기 마을에만 살면 공용어인 버마어를 몰라 대도시로 가길 싫어합니다. 그래서 유럽 선교사들은 그 지역에 보급할 성경을 각기 다른 언어로 번역해야 했습니다.


저희 한국어 센터에 공부하러 오는 학생 중에도 여러 부족 출신이 있습니다. 고향친구와 전화를 하거나 부모와 대화를 하면 곁에서 전혀 알아듣지 못합니다. 친구들과는 버마어로 얘기합니다. 한 학생은 중학교까지 자기 부족마을에서 보내고 대도시로 왔습니다. 버마글은 잘 알지만 말이 서툽니다. 잘 사용하질 않아서. 게다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니 모든 교재가 영어로 되어 있습니다. 부족어, 공용어, 영어. 3개 언어 속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한국유학을 가야 하니 한국어까지 4개 언어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농담을 합니다. 넌 영어를 잘 하니까 그냥 호주로 유학 가라고. 한국어가 힘들면. 남친이나 여친을 사귀면 언어 때문에 좀 고생을 합니다. 서로 다른 부족끼리 만나면 더 소통이 어렵습니다. 지금은 종족 간 결혼이 늘어나 주류인 버마족은 70%나 됩니다. 그럼에도 소수부족들은 자녀를 키우며 종족의 언어를 가장 먼저 가르칩니다. 그리고 다른 언어도 가르칩니다. 이웃집에 놀러가면 예닐곱된 아이들이 인사를 합니다. 마이쏭카! 밍글라바! 굿모닝! 안녕하세요? 마이쏭카는 샨 주의 인사말입니다. 밍글라바는 미얀마 공용어입니다.



언어는 소통의 뿌리입니다. 혈통을 잇는 핏줄입니다. 이렇게 복잡한 언어사회, 각기 다른 문화와 풍습에도 불구하고 미얀마는 종족 간 잘 어울려 살고 있습니다. 긴 세월 동안 소수종족에 대한 박해도 있었지만. 연방, 평화, 관계 등을 중요시해야만 미래를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서로 알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 나라 주민등록증에는 이름, 나이, 주소, 혈액형, 키, 인상착의 외에도 부친이름, 종족, 종교가 적혀 있습니다. 신분과 종교를 명시한 것입니다. 군부 통치시대에 만들어져 사회생활에 불이익을 당하기도 해 소수종족들은 싫어합니다. 새로운 시대, 새로 온 한해는 더 소통하고 더 배려하는 이 나라가 되길 소망합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저널리스트 겸 작가. 국제 엔지오(NGO)로 파견되어 미얀마에서 6년째 거주 중. 미얀마 대학에서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미얀마 전역을 다니며 사람, 환경, 자연을 만나는 일을 즐겨 한다. 국경을 맞댄 중국, 인도, 태국 등에 사는 난민들과 도시 빈민아동들의 교육에 큰 관심이 있다. 미얀마 국민은 노래를 좋아해 요즘 이 나라 인물을 다룬 뮤지컬 대본을 쓰는 중이다.

